[단독]‘무더기 계약해지’ 아디다스 점주 절반은 폐업·파산했는데 본사는 영업이익 급증
“점포 다 정리하고 일용직 알아보고 있죠. 지난달에도 점주 두 명이 저한테 ‘파산신청서는 어떻게 쓰는지’ 물어보더라고요.”
조규용씨(48)는 ‘잘 나가는’ 아디다스 매장 점주였다. 2004년 첫 점포를 열었고 2006년에는 법인을 설립해 전국에 9개 매장을 두기도 했다. 상황은 2021년부터 달라졌다. 아디다스 본사는 갑자기 수익률이 좋은 상설할인점의 운영권을 넘기라고 요구했다. 본사는 조씨의 매장을 직영점으로 바꿨다. 다른 매장도 이런 식으로 연달아 계약 해지됐다. 온라인 매장 수익도 본사가 가져갔다. 연매출액은 2021년 98억원에서 지난해 43억원으로 반토막났다. 올해 5월 조씨는 마지막까지 운영한 매장 3곳의 문을 닫았다. 은행 빚과 아디다스 제품 매입금 등 약 20억원을 갚지 못해 파산 신청을 냈다. 조씨와 법인은 지난 9월 법원에서 파산 선고를 받았다. 조씨는 “담보로 설정해 둔 아버지와 처형 집까지 경매에 넘어갈 뻔했다”며 “지금은 술만 마시고 있다”고 말했다.
점주는 파산, 본사는 영업익 급증
계약 해지 문제로 아디다스코리아와 아디다스 점주가 2년 넘게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아디다스코리아가 계약 해지 일방 통보 이후 영업이익이 10배 이상 급증한 반면, 파산 선고를 받은 점주는 7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향신문이 20일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를 보면, 점주들에게 계약해지 통보 이후 2022년 아디다스코리아의 매출액은 7867억원으로 전년(8663억원) 대비 9.2%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746억원으로 전년(69억원)보다 10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사이 영업이익이 급증한 배경은 본사와 점주간 계약이 달라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아디다스코리아의 2021년 매출 자료가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계약해지 통보 이후로 2022년 108명이던 아디다스 점주는 올해 49명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지금까지 파산 선고를 받은 점주도 7명으로 나타났다.
시작은 아디다스코리아가 2022년 초 19명을 제외하고, 점주 80여명과는 계약 갱신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하면서였다. 본사는 2025년까지 약 3년간의 유예기간을 두겠다고 했지만 점주들은 본사가 그동안 점주와 공유했던 온라인 상품 판매 수익을 독점해갔고, 인기 상품을 내주지 않는 등의 ‘갑질’ 행동으로 폐점을 압박했다고 주장한다.
김정중 아디다스전국점주협의회장은 “계약 해지 통보를 받은 80명 중 절반가량은 이미 폐점 했고, 일부는 대출금을 갚지 못해 파산했다”고 말했다.
이 논란은 지난해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장에도 도마에 올랐지만 1년간 해결된 건 전혀 없었다. 피터 곽 아디다스코리아 대표는 지난해 국회에서 “최대한 점주를 배려하면서 구조조정을 시행하겠다”고 했지만 본사는 지난 1년간 점주들과 한 차례도 만나지 않았다. 1999년부터 아디다스 매장을 운영하다 계약 갱신을 거절당한 A씨는 “본사는 올해만 조용히 넘기면 정리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정위 “가맹계약 관계 확인 안돼. 대리점법 위반 혐의만 조사”···규정 위반 의혹도
문제는 아디다스 점주들이 ‘본사·가맹점’ 관계가 아니라는 이유로 가맹점 관련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다. 아디다스 점주들은 본사의 일방 계약 해지가 가맹사업법 위반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지만 공정위는 “가맹본부의 경영 및 영업활동에 대한 지원, 교육 및 통제가 상당한 정도로 이뤄지지 않아 가맹관계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아디다스코리아의 대리점법 위반 혐의만 조사하고 있다. 현재 점주들은 헌법상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받았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다.
공정위의 대응도 미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해 5월 점주들이 신고 접수한 후 49일이 지난 지난해 6월 20일 사건을 등록했다. 공정위 규칙상 공정위는 신고가 접수되면 30일 이내에 사건 등록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또한 3개 이상 지역에 위반 행위 영향이 미치는 사건은 공정위 사건처리지침상 본부에서 다뤄야 하는데 서울사무소에서 자체 종결한 점도 논란이다.
공정위 사울사무소 관계자는 “아디다스 사건에서는 가격·영업구역 설정 등 가맹계약 관계가 확인되지 않아 가맹사업법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이전에도 3개 광역시·도에 해당하는 모든 사건을 본부로 넘기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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