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조숙증]성장판 닫혀 키자람 멈출수도

女 만 9세·男 만 10세에 2차 성징…여아 발병 10배 높아
소아비만·환경호르몬·늦은 취침시간·종양 등 원인 다양
종합검사 통해 진단하고 4~12주 간격으로 지연주사 처방
자극적인 음식 피하고 잠들기전 스마트폰 사용 자제 도움

보람병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전재성 과장이 병원을 찾은 소아 환자와 상담하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 딸을 둔 40대 주부 A씨는 요즘 걱정이 많다. 아이가 또래들보다 키가 머리 하나 정도 큰데다 벌써 가슴에 멍울이 생기는 등 2차 성징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걱정되는 마음에 소아청소년과 병원을 찾았는데 성조숙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자녀 성장 관심이 높아지면서 아이가 제대로 잘 크고 있는지 또래보다 유독 성장이 급 발달한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 성조숙증 진단을 받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성조숙증은 여아 만 9세, 남아 만 10세에서 2차 성징이 나타나는 것으로, 여아가 남아보다 약 10배 이상 많이 발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성조숙증 환자는 2019년 10만8576명에서 2023년 18만6726명으로 5년새 약 72% 증가했다. 성별로 보면 2023년 기준, 남아 3만7955명, 여아 14만8771명으로 약 80%에 달한다. 보람병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전재성 과장과 성조숙증의 원인과 치료방법 등에 대해 알아본다.

 ◇소아비만·환경호르몬·스트레스 등이 유발

 성조숙증은 또래에 비해 사춘기가 빨리 시작돼 ‘이른 사춘기’라고도 불린다. 여아는 8세 미만인데 유방이 나오고 음모가 나거나, 남아의 경우 9세 미만에 음모가 나거나 고환이 4mL 이상으로 커진 경우다.

 최근 패스트푸드, 맵단짠 음식, 야식 등 자극적이고 고 열량 음식을 과다 섭취하면서 소아비만이 많아지고 있는데, 비만으로 지방세포가 늘면서 성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는 랩틴호르몬을 증가시켜 성조숙증을 유발한다.

 또 미세먼지 등 환경오염으로 인한 환경호르몬 증가도 성조숙증 원인으로 꼽힌다. 살충제, 플라스틱, 캔 등에 들어 있는 환경호르몬은 한번 생성되면 잘 분해되지 않는데, 내분비 호르몬이 정상 작용을 하지 못하게 교란시켜 성호르몬과 유사한 작용을 하거나 성호르몬 작용을 차단해 불균형을 일으킨다.

 잘못된 생활습관도 성조숙증을 일으킬 수 있다. 아이들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TV 등을 늦은 시간까지 이용하다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은데, 잠자리 시간이 늦어지면 멜라토닌 분비가 줄어 성조숙증 위험을 높인다.

 성조숙증은 아이는 물론 가족에게도 신체적·정신적으로 큰 스트레스를 준다. 여아는 어린 나이에 초경을 경험하면서 불편한 생활과 스트레스에 노출되고 남아는 공격적이거나 반항적인 성향 등 정서적, 심리적으로 문제를 보이기도 한다.

 또한 초기에는 성호르몬 과분비로 키가 잘 자라는 것 같아 보이지만 성숙이 빨라지면 성장호르몬 불균형으로 성장판이 빨리 닫혀 성인 키는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

 보람병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전재성 과장은 “성조숙증은 조기 골단 융합에 의해 최종 성인신장이 작아질 수 있을 뿐 아니라 신체적 및 정신적인 문제를 초래할 수 도 있다”며 “일부 환자에서는 중추신경계 종양이나 난소의 종양 같은 기질적 원인이 존재하므로 소아 내분비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검진 통한 정확한 검사와 치료 필요

 자녀가 성조숙증이 의심되면 시상하부-뇌하수체 축이 활성화된 것인지 우선 확인 후 골 성숙 진행 상황, 다른 질환이 동반되진 않은지, 사춘기의 진행 속도 등을 종합적으로 검사해 판단한다. 또 사춘기 진행을 촉진시킬 수 있는 영양제나 약물 복용 여부도 확인한다.

 보람병원 전재성 전문의는 “성조숙증이 의심되는 환자는 문진과 진찰을 통해 이차성징의 시작 시기가 여아는 8세 미만, 남아는 9세 미만인지를 확인해야 한다”며 “문진을 통해 이차성징 발현시기, 사춘기 진행속도, 급성장 여부, 그리고 두통, 시야장애, 경련 등의 중추신경계 질환 의심 증상을 포함한 병력 청취가 반드시 시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조숙증으로 진단되면 4주~12주 간격으로 지연 주사를 처방 받는다. 간혹 성조숙증을 치료하면 키가 자라지 않을 것으로 걱정하게 되는데, 성장판이 빨리 닫히는 것을 방지하기 때문에 오히려 키 성장에 도움을 준다.

 치료와 함께 생활습관 교정도 필요하다. 기름진 육류와 패스트푸드, 인스턴트식품 등 열량이 높고 자극적인 음식은 피하고, 미네랄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와 과일, 소고기, 닭고기, 흰살 생선과 같은 동물성 단백질 섭취를 늘리는 것이 좋다. 또 규칙적인 운동으로 비만을 예방하고, 잠들기 전 스마트폰 사용은 금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전재성 전문의는 “성조숙증 치료는 아이 성장 속도를 맞춰 각종 질환 발생을 최소화하고 아이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함”이라며 “여아의 경우 13세 이후의 치료는 최종 성인키에 부정적인 연관성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반드시 소아내분비 전문의와의 치료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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