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폭군보다 무서운 북한 현실”.. ‘폭군의 셰프’ 몰래 본 청년들에게 벌어진 일

드라마 속 폭군은 셰프의 요리에 마음을 열었지만, 현실의 북한에서는 그 드라마를 봤다는 이유로 청년들이 체포됐다. 북한 전문매체 데일리NK는 평안남도 소식통을 인용해 평성시 청년 2명이 한국 드라마 등 ‘불순 녹화물’을 시청한 혐의로 지난달 말 안전부(경찰)에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왕의 요리사’로 불리며 퍼진 K-드라마

이들이 본 작품은 지난해 한국에서 화제를 모은 tvN 드라마 ‘폭군의 셰프’로 전해졌다. 북한에서는 ‘왕의 요리사’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청년층 사이에 입소문을 타고 퍼지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청년들은 이 드라마를 두고 “한번 보면 눈을 떼기 힘들 정도”라고 평가하며, 극중 음식을 흉내 내 만들어 먹거나 주인공 말투를 따라 하는 것이 유행할 정도라고 한다. 폭군과 셰프의 로맨스가 정작 ‘진짜 폭압 체제’ 아래에서 금지된 콘텐츠로 소비되는 아이러니한 풍경이다.

친구의 자진 신고, 함정이 된 세 번째 시청

체포된 두 청년은 학창 시절부터 가까운 사이로 수년간 외부 영상물을 몰래 함께 봐 왔다. 지난 6월 중순에는 “우리끼리 보기 아깝다”며 친한 친구 A씨까지 불러 셋이 함께 드라마를 시청했다.

그런데 뒤늦게 합류한 A씨가 공포에 사로잡혔다. 언젠가 적발되면 자신도 공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며칠을 고민하다 직접 안전부를 찾아가 선처를 호소하며 친구들을 신고한 것이다. 이후 A씨는 수사에 협조해 6월 말 다시 두 친구를 불러 영상을 함께 봤고, 미리 연락받은 안전부 수사관들이 들이닥쳐 세 명 모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고 매체는 전했다.

풀려난 신고자, 남겨진 가족들의 공포

자진 신고한 A씨는 별다른 처벌 없이 풀려났다. 반면 두 청년은 자택 압수수색까지 받고 현재도 집중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체포된 두 사람의 가족들은 온 가족이 생활 조건이 열악한 지방으로 강제 이주될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 등을 앞세워 한국 드라마·영화·음악 접촉을 강하게 처벌하며 외부 문화 유입 단속의 고삐를 죄고 있다. 드라마 한 편에 우정이 밀고로 바뀌고 가족의 운명까지 흔들리는 것, 그것이 화면 밖 북한 청년들이 마주한 현실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