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에 피?" 병원가면 이미 '3기'…무섭게 늘더니 1년새 남성암 '2위'

지난달 조 바이든(83) 전 미국 대통령이 뼈까지 전이된 전립선암(전립샘암)을 진단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충격을 줬다. 그런데 한국 남성 사이에서도 전립선암 신규 환자가 유독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전립선암을 새로 진단받은 2만754명을 포함, 전립선암 환자 수는 모두 합해 14만7684명으로 남자 암 유병자(113만2485명)의 13%를 차지했다. 이는 2021년 남성에게 많이 발생한 암 4위에서 1년 새 2위로 껑충 뛰어오른 것이다. 심지어 2000년(1372명)과 비교하면 20여년 새 전립선암 환자가 15배나 증가한 것으로, 이제 전립선암은 남성 누구나 걸릴 수 있는 '평범한 암'이 됐다.
전립선(전립샘)은 방광 아래 요도를 둘러싸는 생식기관으로 남자에게만 있다. 위는 둥글고 밑으로 내려갈수록 좁아지다가 맨 끝은 뭉툭하다. 전립선은 정액을 만들어내 자의 운동을 돕는다. 이 전립선에 생긴 암인 전립선암은 대개 뼈로 전이된다. 뼈 통증을 느껴 검사받다가 우연히 전립선암을 발견하는 환자도 적잖다. 뼈뿐 아니라 다른 장기까지도 전이될 수 있다.
문제는 전립선암 초기에 아무런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 일찍 찾아내기 어려운 이유다.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 하유신 교수는 "전립선암이 진단된 환자를 진료실에서 만나면 공통으로 '아무 증상이 없다'고들 이야기한다"며 "그래서 진료실에서 전립선암을 진단받고도 믿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다"고 했다.
전립선은 요도를 둘러싸듯 있다. 이런 구조상 암이 어느 정도 진행하면 전립선이 커지면서 배뇨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소변 줄기가 가늘어지거나 소변본 후에도 소변이 남아있는 느낌(잔뇨감), 소변보는 횟수가 늘고, 처음에 소변보는 게 어려운 경우, 잠을 자다가 소변이 마려워 깨는(야간뇨) 증상 등이다. 그런데 이런 배뇨 증상이 '전립선비대증'과 비슷해, 단순 전립선비대증으로 착각하는 암 환자가 적잖다.

전립선암이 좀 더 많이 진행하면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거나(혈뇨), 통증이 생길 수 있다. 전립선암이 뼈로 전이되면 통증과 골절, 척수압박으로 인한 마비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증상을 동반한 전립선암은 3기 이상인 경우가 많아 완치가 어렵다.
'전립선암은 순한 암'이라는 속설과는 다르게 3기 이상의 전립선암, 전이성 암은 예후가 나쁘다. 우리나라 전립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전립선암 환자의 47.1%는 '3기 이상'일 때 처음 진단받았다. 전립선암의 조기 진단을 위해 전립선암 표지자로 활용되는 PSA(전립선특이항원) 검사가 있지만, 이 검사는 국가암검진에 포함되지 않아 개개인이 챙겨 받는 게 최선이다.
다행히 PSA 검사를 받는 남성이 늘면서 전립선암을 일찍 발견하는 비율도 높아졌다. 초기 전립선암은 5년 생존율이 96.4%로, 다른 암보다 생존율이 높다. 하지만 전이가 동반된 4기 암의 경우 5년 생존율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진다. 50세 이상 남성이라면 증상이 없더라도 연 1회 PSA 검사를 받는 게 권장된다. 가족력이 있다면 40세부터 검사받는 게 안전하다.
전립선암 환자의 10% 이상에서 유전적 성향이 있다. 아버지가 전립선암 환자일 경우 전립선암 발생률은 약 2배, 형제가 전립선암 환자이면 약 3배 증가한다. 전립선암 가족력이 있으면 고위험군이다. 전립선암 대부분은 남성호르몬의 영향을 받아 자라나지만, 드물게 남성호르몬과 관계없는 전립선암도 있다. 이를 '신경내분비 전립선암'이라고 한다. 전체 전립선암의 1%로 매우 드물지만, 여느 전립선암보다 성장 속도가 빠르고 공격적이다.
최근 MRI 검사가 전립선암 의심 환자의 조직 검사 여부를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MRI 영상은 암이 의심되는 부위를 먼저 확인한 후, 의심되는 부위를 타깃 삼아 조직 검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진단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비뇨의학과 서준교 교수는 "MRI 검사만으로 환자의 최대 90%는 조직 검사를 받지 않고도 검사 정확도를 최대 50%까지 향상할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전립선암의 수술적 치료는 전립선과 정낭을 한꺼번에 완전히 적출하는 과정이다. 암 조직을 잘 떼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존해야 할 구조물'을 잘 남기는 것도 중요하다. 전립선암 수술 중 가장 힘든 합병증이 '요실금'이다. 관약 조직이 요도를 꽉 잡아줘야 하는데, 이 조직이 전립선과 붙어있다. 전립선을 제거할 때 관약 조직을 최대한 보존하는 술기가 중요하다. 최근엔 전립선암 합병증인 요실금을 최소화하기 위해 로봇을 이용한 섬세한 수술도 시행된다.

전립선암이 전이된 환자는 약물 치료를 받는다. 전립선암은 남성호르몬이 암 조직을 자극해 성장·진행한다. 전립선암 약물 치료의 기전은 '남성호르몬을 차단해 암 조직의 성장·진행을 억제하는 것'이다. 최근엔 표적 치료제와 루테시움 같은 방사선 동의 원소 치료가 새로운 치료의 가능성을 열고 분명히 효과가 있다는 증거들이 많이 나왔다. 하지만 최신 치료법이 우리나라에서는 보험 적용을 받지 못해 치료 선택의 폭이 제한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안타깝지만 전립선암을 예방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은 없다. 하지만 식습관이나 생활습관을 관리해 전립선암 발생 가능성을 낮출 수는 있다. 식이요인 중 지금까지 알려진 전립선암의 유력한 위험인자는 동물성 지방의 과다섭취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면서 동물성 지방 섭취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 육류를 완전히 금할 필요는 없지만 소고기·돼지고기·치킨·피자·버터에 많은 동물성 지방 섭취를 줄이고 올리브유·들기름 같은 식물성 지방 섭취가 도움 된다. 토마토의 라이코펜이 전립선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있다.
일부 연구에서 흡연이 전립선암의 진행과 관계가 있으며 특히 악성도가 높은 전립선암과 관련이 있다는 결과가 발표되고 있어, 금연이 필수다. 분당제생병원 비뇨의학과 손정환 과장(진료부장)은 "섬유질이 많은 음식, 신선한 과일·채소, 콩류를 충분히 먹으면 전립선암 예방에 도움 된다"며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일주일에 4~5회, 30분 이상 땀이 날 정도로 걷거나 운동을 하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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