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글로벌 인재? 제대로 육성하려면..

​‘초우량 그룹’의 ‘최고수’ 회장은 요즈음 기업경영의 재미에 흠뻑 빠져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만 잘하는 기업으로 평가를 받곤 했는데 이제는 그룹 내 기업들이 글로벌 마켓에서 승승장구하고 여러 나라에 진출해 빠른 성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명한 명성을 가진 세계적 기업들과 경쟁한다는 것은 과거에는 생각조차 못했는데 이제는 한 번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도 들었다.

그런데 잘나가는 ‘최고수’ 회장은 한 가지 고민을 안고 있다. 기업은 세계 각국의 글로벌 시장에서 점점 선전하고 있는데 소위 글로벌 인재(Global Talent)라고 하는 사람들이 부족하고 아쉽다는 것을 더욱 절실히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이렇게 빨리 성장하는데 도대체 글로벌 시장에서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은 왜 이리 더디게 성장하는지, 왜 외부에서 찾기도 힘들까. DBR 89호에 실린 기사를 통해 알아보자.

글로벌 인재란?

기업마다 소위 ‘글로벌 인재’가 대세다. 기업에서 인재상을 얘기하거나 채용 공고에 회사가 원하는 인재를 소개할 때 꼭 글로벌 인재라는 단어가 언급된다. 기업은 글로벌 인재를 주로 뛰어난 외국어 실력, 열린 마음, 혹은 다양성에 대한 포용력, 다양한 문화에의 적응력, 글로벌 통찰력,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진 사람들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이들을 잘 살펴보면 글로벌이라는 개념을 덧입혔을 뿐 커뮤니케이션 능력, 도전 정신, 열린 마음, 통찰력, 네트워크 형성 능력 등 우리가 일반적으로 인재를 정의할 때 필요로 하는 항목들과 비슷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즉, 그 무대를 국내에서 글로벌로 넓힌 것일 뿐 일반적인 인재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국내 인재의 커뮤니케이션 능력 중 외국어 능력만 보강되고 글로벌 마인드를 갖추면 우선 급한 대로 글로벌 인재로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물론 일의 난도가 높거나 경영자 수준에서의 글로벌 인재는 사뭇 다를 수 있다. 이 레벨에서는 어학의 문제가 아닌 많은 글로벌 사업 경력과 높은 통찰력, 글로벌 문화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일부 기업들은 인재를 글로벌 인재로 통칭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글로벌 인재를 별도로 구분하고 싶어한다. 인재라는 범주 안에 로컬 인재와 글로벌 인재를 구분해 정의하고자 하는 것이다. 주로 글로벌 인재를 해외 법인에 파견하거나 글로벌 관련 부문에서 글로벌 사업을 수행할 인재로 규정한다. 

이때 로컬 인재는 국내에서 주요 업무를 수행하며 국내 조직을 이끌 인재로 정의된다. 그래서 어떤 기업은 글로벌 인재를 로컬 인재보다 상위 개념에 두기도 하고 어떤 기업은 뛰는 무대만 다를 뿐이라며 이들을 동급으로 여기기도 한다.

글로벌 인재 선정 기준​

회사는 다양한 잠재력을 가진 글로벌 인재들을 선발해서 직접 해외에 내보내기도 하고 해외 업무를 지원하는 부서 및 관련된 전략 부서에 배치하고 싶어한다. 회사의 고민은 어떤 인재가 글로벌 인재인가, 어떤 인재를 글로벌 인재로 선발해야 하는가, 어떻게 글로벌 인재를 육성할 것인가로 귀결된다.

먼저 글로벌 인재를 구분하는 가장 명확한 기준은 어학이다. 영어는 공통이고 주요 진출지역의 언어 가능자는 특히 우대받을 수 있다. 문제는 언어도 되고 일도 잘하는 인재가 차고 넘치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에 입사한 젊은 직원들은 언어는 되지만 성과가 검증되지 않았고 고참 직원들은 언어가 취약한 경우가 다반사다. 특히 해외로 파견할 인재를 찾는 회사들은 언어와 성과 중 무엇을 우선시할 것이냐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한다.

글로벌 인재 선발을 위해 어떤 기준에 중점을 둘 것인가는 회사의 글로벌 진출 전략이 결정한다. 모든 HR 전략이 회사의 전략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설계되고 운영돼야 하듯 어떤 사람을 글로벌 인재로 규정하고 선발할 것인가도 HR 관점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글로벌 진출 전략에 따라 국내와 국외에서의 역할이 결정되고 한국 사람이 해외 법인/지사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가 결정된다. 그런 다음에야 어떤 기준으로 어떤 인재를 뽑아야 할지, 이를 위해 어떤 인재를 준비해야 할지를 결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중국에서 성공적으로 사업을 정착시킨 A기업은 철저한 한국인 위주의 전략을 썼다. 주요 포지션을 모두 한국인이 담당하는 대신 현지인은 대졸 신입 채용을 선호했다. 처음부터 로열티를 가진 직원으로 육성하는 전략을 추구한 것. 

몇 년 동안 지켜본 결과 성과가 좋고 역량이 뛰어난 현지인 직원은 본사로 보내 교육시켜 한국 문화에 대한 적응력도 높이도록 했다. 이런 경우에는 해외에서 근무할 인력 선발 시 언어 능력이나 문화에 대한 다양성보다는 업무 성과가 좋고 해외 근무에 대해 긍정적이라면 충분하다.

반면 현지화 전략을 쓰는 기업은 현지 사정을 잘 아는 현지인 위주로 사업을 운영한다. 이런 기업들은 한국에서 성과를 낸 인재가 반드시 해외에서도 성공적이지는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예컨대 강한 추진력과 리더십으로 한국에서 높은 성과를 낸 직원이 자유로운 분위기의 해외 법인에서 기존 성향을 고수하다 불협화음을 낼 수도 있다. 

따라서 이들의 역량, 혹은 다면평가 결과를 참조하는 한편 해외 체류, 혹은 해외 근무 경험이 있는지, 그때 성과가 좋았는지를 선발 기준에 포함하는 것이 좋다. 관련된 직무 경험 또한 필수 기준이다. 본사에서는 글로벌 사업을 대비해 이런 포지션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인재를 미리 육성해야 한다.

글로벌 인재 유지 방법​

그동안 많은 기업들이 해외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있는 직원들에게 계속 해외 업무를 맡겨왔다. 새로운 직원이 부임했을 때 적응 기간이 몇 개월씩 걸리는데다 이미 해외에 다녀온 직원만큼 준비된 직원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관행은 소수의 직원만 글로벌 업무의 노하우를 쌓게 되고 이 노하우가 회사에 전파되지 않아 회사에서는 해당 직원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게 된다는 문제점을 낳는다. 

그러므로 다양한 글로벌 인재의 확보가 어렵고 인재풀이 적어서 새로 인재를 파견할 때 검증되지 않은 인재를 보낼 확률이 높아진다는 부작용이 생긴다. 한 번 보낸 직원을 계속 해외에 근무시키는 악순환이 계속되기도 한다.

이와 관련,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걱정하는 것 중 하나가 글로벌 인재 중 상당수가 퇴사한다는 점이다.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해외 연수나 근무 경험을 시켜주자 이러한 경력을 바탕으로 다른 회사에서 더 좋은 기회를 엿보는 경우도 있지만 주재원으로 보냈던 인재 중 상당수가 현지에서 다른 일자리를 찾아 퇴사했다는 푸념이 심심찮게 들린다. 모 회사는 주재원을 본국으로 귀환시켰을 때 20%가량이 퇴사한다고 한다.

그 직원들의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 해외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던 직원들은 돌아갈 자리가 있을지 걱정하거나 돌아갔을 때 본사에서의 근무 감각을 쉽게 회복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해서다. 또한 본사에는 함께 일하며 챙겨줄 상사나 소위 ‘줄’이 없다는 점도 이들에겐 위험요소이다. 현지에서 적응하고 있는 가족들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글로벌 인재 육성을 위해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인재가 순환돼야 한다는 점이다. 글로벌 인재의 업무 연속성을 확보하는 것과 이들의 귀환 배치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해외 파견, 혹은 주재 기간이 끝나기 최소 6개월 전부터 HR 부서는 이들의 귀환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먼저 이들의 경력 경로 및 희망사항을 고려해 본사 어떤 부서에서, 어떤 직급의 일을 할 것인지 미리 준비함으로써 이들의 불안감을 감소시킬 필요가 있다. 이 과정은 직원 본인과 HR 부서, 관련 부서가 함께 커뮤니케이션 하면서 결정돼야 한다.

또 이들이 돌아왔을 때 1, 2개월간 연수원 등에 배치해 한국 적응 및 노하우 정리를 할 수 있는 기간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기간 동안 직원에게 한국 및 본사의 현황, HR 제도 등을 업데이트할 수 있도록 교육을 제공해 한국 적응을 돕는다. 

해외 근무 경험에 대한 리포트를 작성해 글로벌 인재 육성을 위한 커리큘럼이나 매뉴얼로 사용하는 한편 글로벌 인재로 선정된 후배 직원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게 하는 것도 이 직원이 본사에서 자신의 역할과 중요성을 인지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많은 기업의 HR 부서가 해외로 누가 파견되고 누가 돌아오는지 사후에 듣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기업들은 해외 법인의 요청에 의해 급박하게 직원을 선정하고 보냈다가 필요에 따라 불시에 불러들이기도 하고, 짧은 기간을 예상하고 직원을 보냈다가 몇 년 동안 현지에서 근무하게 하기도 한다. 

이러한 사후 대응 식의 인력 운영은 현지 업무의 원활한 수행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체계적인 인재 양성을 어렵게 하고 해외에 파견되는 직원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킬 수 있다.

따라서 글로벌 인재의 선발과 양성은 철저히 HR 부서의 계획과 주도하에 이뤄져야 한다. 원활한 해외 근무와 귀환이 반복되고 좋은 선례가 쌓인다면 이 과정을 통해 다수의 글로벌 경험을 가진 인재를 양성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업 내에 글로벌 경험을 전파하고 축적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89호
필자 박광서
정리 인터비즈 조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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