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미감(遊泳美感), 힘을 빼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안현정(미술평론가, 예술철학박사)
무기력한 시대, 고립과 결핍을 향한 두려움은 삶의 기대에 대한 자기 욕구를 다스리지 못해 발생한다. 기력을 뺀 ‘무기력(無氣力)’한 상태를 긍정의 에너지로 채워 넣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유진은 불완전한 현대인들의 사유를 ‘힘을 뺀 긍정의 상태’로 전환하는 치유작업을 선보인다. <자유롭게><흘러가듯><호흡>하는 작업들, 몸에서 <두둥실> 힘을 빼야 떠오르는 <SWIM><DIVING>의 요소들, <첨벙><어푸> 소리를 내며 어린 시절 인형들과 <물놀이>를 하다보면 <위로><휴가><휴식> 따위의 진짜 삶과 만나게 된다.
앞의 문장에 사용된 언어유희는 모두 작가의 작품 제목을 연결한 것이다. 헤엄치며 노는 ‘유영(遊泳)’의 언어들이 삶의 방향성이 되어 자리하는 까닭에, 작품은 어느덧 우리를 현재의 무거움으로부터 해방 시킨다. 작가는 ‘물(水)’을 여백이자 작품의 핵심 요소로 삼는다. 이 안에는 현실의 중압감과 이를 벗어나려는 중의적 의미가 내포돼 있다. 물로써 세상을 본다는 뜻의 이수관지(以水觀之)처럼, 작가는 물이라는 메타포를 통해 ‘현실적 삶의 근원과 존재의 원형’을 쉽고 담백하게 풀어낸다.

결핍(crack)에서 발견한 자유, 물의 유토피아
물은 존재하는 동시에 변하는 ‘유동적 속성’을 갖는다. 재현 이미지와 결합한 물 자체의 속성은 직관과 본성의 해방을 이끄는 동시에, 일상의 모든 행위들에 ‘자유가 내재해야 함’을 보여준다. 모든 살아있는 존재는 물처럼 흘러가야 고유의 에너지를 드러낼 수 있다. 쉼과 삶을 동전의 양면처럼 균형 있게 유지해야 온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작가는 이를 위해 휴양지의 바다 풍경을 선택했다. 그 과정에서 발견한 ‘모미가미(もみがみ)’라는 종이는 구겨서 안료를 탈락시키는 효과를 통해 무게감 있는 현실을 가볍게 전환하는 ‘중개자’ 역할을 한다.
작가는 “물인지 메말라 갈라진 땅인지 알 수 없는 크렉(crack)이 현대사회의 불안정한 현실을 대변한다.”고 말한다. 기법과 세계관을 일치시킨 탁월함, 구상에 기초한 동시대 작가로서의 자기 입지 등은 여백과 현실 대상을 ‘새로운 발견’으로 이끄는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주변의 익숙한 일상 풍경에 ‘무게감 있는 풍자’를 감춤으로써 ‘삶의 무력감’을 유희적인 체험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유진은 중첩된 물과 구겨진 종이가 일으키는 시각적인 파장을 통해 음악적 리듬감과 시간성을 입히는 작업을 시도한다. 레이어가 쌓이면서 왜곡되는 물의 파동(波動)들은 같은 색이라도 생각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감성으로 확장되는 감각의 변주를 보여준다. 새로운 스타일로 변별력을 획득한 작가는 동시대 회화의 다변화된 흐름 속에서 전통 여백을 진화시킨 ‘물의 변주’를 보여준다. 가시성과 비가시성을 조화시키는 작업들은 보편성 속에서 예술성을 획득하려는 신진작가로서의 진정성과 맞닿아 있다.
작가는 꿈과 희망에 대한 솔직한 감성을 기초 삼아, 현실에서 발견하는 휴식 같은 가치를 탄생시킨다. 현실에서 찾아낸 ‘물의 유토피아’는 대단한 정의(定義)가 아니라, 현실과 이상을 재구성하여 발견해낸, 변화와 균형의 에너지라고 할 수 있다. 미미인형과 오리로 대변되는 추억의 상징물들, 어린아이들의 개구진 표정들, 작가는 물을 유영하며 자유를 찾으려는 어른들의 동화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진짜 초상’을 담아내고자 한다.
바다 1

바다 2

바다에서

바닷가에서

위로

파도 1

파도 2

파도 3

파도 4

해변가

이유진 작가

작가노트
물(촉촉함, 충만함)과 크랙(crack, 갈라짐, 메마름)이라는 반대되는 질감을 동시에 표현해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 있지만 그 풍요 속 어딘가에 목마름을 느끼고 있는 우리의 삶을 표현하며 또한 물인지 메마른 갈라진 땅인지 알 수 없는 크랙(crack)과 바다와 맞닿은 모래사장의 흐릿한 경계를 전통재료와 기법을 통해 표현함으로 시각적 환기를 시켜 물결의 반짝임과 일렁이는 표면, 여름휴가의 설레는 감정과 여유를 경험하고 현대사회의 불안, 혼돈, 고독, 무력감에서부터 벗어나 수영이 주는 해방감과 자유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동덕여자대학교 졸업, 동대학원 재학중
<전시회>
2021년 지속된 기억전
2021년 동덕여자대학교 회화과 51회 졸업전시
2022년 제6회 모꼬지 전국대학 졸업작품 콘테스트(인기상 수상)
2022년 이것저것- 2인전 그루갤러리
2022년 아시아프 참여작가
2022년 경기미술대전(특선 수상)
2022년 yellow chips market 갤러리 아페르
2022년 관악현대미술대전(특선 수상)
2023년 킵티크#001-다다프로젝트
2023년 킵티크#002-갤러리아미디 한남
청년타임스 정수연 디렉터(syyw032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