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주들이 주말을 보내고 돌아간 저녁이었습니다. 어질러진 거실을 치우다 소파 쿠션을 들어 올렸습니다.그 밑에 작게 접힌 종이 한 장이 끼워져 있었습니다. 펼쳐 보는 순간 저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쿠션 밑에 끼워진 종이
장난감과 과자 봉지를 치우고 마지막으로 소파를 정리했습니다. 쿠션을 들자 네모나게 접힌 종이가 툭 떨어졌습니다. 공책을 찢어 여러 번 접은 것이었습니다. 겉에는 삐뚤빼뚤한 글씨로 할머니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손주가 몰래 숨겨 두고 간 것이 분명했습니다.

쪽지에 적힌 말
쪽지에는 짧은 문장 몇 줄이 적혀 있었습니다. 할머니 집에 오면 마음이 편해서 좋다는 말로 시작했습니다. 할머니가 해 주는 밥이 제일 맛있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마지막 줄에는 다음에 또 와서 자고 가도 되느냐는 질문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 한 줄을 읽고 다리에 힘이 풀렸습니다.

쪽지가 남긴 것
요즘 손주가 학원이다 뭐다 바쁘게 지낸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쉴 틈 없는 아이에게 할머니 집이 숨 쉴 곳이었던 모양입니다. 저는 그런 줄도 모르고 올 때마다 공부는 잘하느냐고 묻기만 했습니다. 다음부터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푹 쉬다 가게 해 주기로 했습니다. 쪽지는 서랍 맨 위 칸에 조심스럽게 넣어 두었습니다.

아이들은 어른이 모르는 사이 많은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할머니 집이 쉼터가 되어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역할입니다.손주가 다녀간 자리를 치울 때 한 번 더 살펴보시면 어떨까요. 말로 하지 못한 마음이 어딘가에 남아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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