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소에서 죽어가는 개들…서구 유기동물 보호소 실태 수면 위로

노선우 2025. 5. 24.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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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서구에서 위탁 운영 중인 한 유기동물 보호소가 오히려 동물학대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동물보호단체 (사)더가치할개는 지난 23일 서구청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보호소에 유기동물로 들어온 아이들이 부실한 관리로 생을 마감했다"고 규탄했다.

서구는 지난 2022년 연희동의 한 동물병원을 유기동물 보호소로 지정해 위탁 운영해왔다. 이 병원은 유기동물 1마리당 15만 원의 지원금을 받고 입양을 목적으로 보호·관리하고 있다. 현재 이곳에는 50마리 이상의 개와 고양이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이 병원이 지난 2023년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관리가 어렵거나 입양 기일을 넘겨 안락사 대상인 유기견 일부를 병원장 지인이 운영 중인 한 주말농장에 맡겨 관리해온 것이 화근이었다.

동물단체는 이 농장이 유기견을 '뜬장'에 가두고 사람이 먹던 잔반을 사료에 섞은 일명 '짬밥'을 먹이거나 제때 물을 주지 않는 등 동물학대를 자행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농장의 유기견 중 18마리가 파보바이러스(CPV)에 감염돼 시달리다 13마리는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수경 더가치할개 대표는 "해당 농장의 환경은 도살장과 별반 다를 게 없는 수준이다. 결국 아이들은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다"며 "심지어 농장주는 개를 잡아 먹었다고 직접 시인하기까지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가 민원을 넣자 그제야 서구청은 부랴부랴 농장에서 아이들을 보호소로 데려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날 구를 상대로 해당 유기동물 보호소 지정을 취소하고 추후 위탁보호소 전수조사 실시, 부실 관리에 대한 행정적·형사적 처벌, 시민 감시시스템 구축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고 대표는 "서구는 동물 학대 정황을 다 알고도 묵인하고 있었다"며 "예방책을 요구해도 앵무새처럼 대안이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동물병원은 소홀한 관리로 동물들이 피해를 입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운영상 어려움을 호소했다.

병원 관계자는 "도심에 위치한 병원 건물에서 들개나 중·대형견을 보호하자니 주민들의 항의가 거세다. 또 사납고 큰 개들은 입양이나 관리도 쉽지 않다"면서 "안락사를 시키지 않기 위해 주말농장에 개들을 맡겼지만, 농장주의 학대 행위를 일찍 파악하지 못한 것은 잘못"이라고 했다.

구 역시 이번 일에 책임을 인정했지만 대책 마련에 고충이 있다고 했다.

구 관계자는 "농장에서 벌어진 일을 뒤늦게 확인해 죄송하다"며 "현재는 모든 동물이 병원 내에서 보호받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많은 수의 중·대형견을 안락사 없이 보호하려면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보호소를 구에서 직영할 수 있도록 시와 협의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이뤄지긴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노선우기자

동물보호단체 (사)더가치할개 관계자 등 20명이 지난 23일 인천 서구청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유기동물 보호소의 부실한 관리 실태를 규탄하고 있다. 사진=노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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