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하하면 대출금리도 내릴까

정윤성 기자 2024. 10. 10.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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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하에 쏠리는 무게추…대출금리는 여전히 고공행진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한국은행이 11일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가운데 인하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적어도 연내 한 차례 이상의 금리 인하는 단행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금융 소비자들은 최근 천정부지로 치솟은 대출 금리도 내려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기준금리가 내려도 당분간 대출금리는 움직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채권 전문가 64%는 11일 열리는 한은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을 단행하고, 9월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안정화된 영향이다. 금리 인하 응답 수는 지난 8월 금통위를 앞두고 진행된 직전 조사에 비해 크게 늘었다. 당시엔 10명 중 1명만이 금리 인하를 내다봤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8월2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연합뉴스

한은이 고려하는 변수도 금리 인하를 뒷받침하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6%로, 3년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초 3%대에 머물다 8월에 2%대에 진입하며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한은이 통화 정책 전환의 최우선 관리 목표로 보는 2%대의 안정적인 물가 상승률 유지에 힘을 싣는다.

여기에 내수를 중심으로 체감 경기가 회복되지 못하는 점도 신속한 금리 인하 요구를 강화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8월 소매 판매는 전월보다 1.7% 늘어 증가 전환했다. 하지만 여름 휴가철과 추석을 앞둔 기간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수 회복세로 보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내수의 다른 한 축인 설비투자는 전달보다 5.4% 줄면서 크게 감소했다.

가계부채에서 유일하게 의견이 갈린다. 치솟던 가계부채가 6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하며 한풀 꺾였지만, 안정세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다만 이 경우 역시 적어도 연내 한 차례의 금리 인하는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채권 애널리스트는 "정부도 부동산 안정을 위해 가계대출을 조이는 상황에서 한은이 바로 10월에 금리를 낮추는 것은 정책 엇박자로 보일 수도 있다. 따라서 한은이 좀 더 추이를 확인하고 11월에 인하하는 게 좀 더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사사무소에 게시된 매물 정보. ⓒ연합뉴스

가계부채 불 붙으면…가산 금리 올릴 수밖에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은 커지고 있지만, 치솟은 대출금리가 바로 내려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경우 기준금리와 시장금리는 연동된다. 시장금리에 연동된 대출 상품의 금리도 기준금리에 반응하게 된다. 문제는 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가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 달 추이만 보고 가계부채 추세가 전환됐다고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다. 기준금리 인하가 대출금리 인하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한국도 금리 인하기에 접어들었다는 신호가 전달되면 시장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 이번 금리 인하가 38개월만의 일인 만큼 앞으로 인하기가 지속될 것이라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이렇게 가계부채 불씨가 잡히지 않을 경우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변동폭이 대출금리에 반영된다 하더라도 은행은 가산금리를 올릴 수 있다.

실제 지난 7월과 8월 두 달 사이 20회 이상 대출금리를 올린 5대 은행은 최근에도 재차 금리를 상향 조정했다.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 반영으로 금융채 등 시장 금리는 하락했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도 내려갔다. 하지만 가계부채를 잡아야 하는 은행권은 이를 상쇄하는 수준으로 가산금리를 올렸다. 이에 시장금리는 떨어지지만 대출금리는 오르는 기형적 구조를 보이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서도 가계부채를 잡을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은행의 대출금리 인상은 당국이 원한 것이 아니다"며 "은행에서 미시적 관리를 통해 가계대출을 관리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은 이미 자체적인 규제 카드를 다 꺼내 썼다. 대다수 은행이 다주택자와 1주택자의 주담대를 제한하고 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경우 전국 모든 지역에서 주담대 최장 만기를 기존 40~50년에서 30년으로 줄였다. 은행들은 이외에도 전세대출이나 생활 안정 목적 대출 등 각종 대출의 문턱을 높여 놓은 상태다. 금리 인하로 가계 부채에 다시 불이 붙을 조짐이 보일 경우 가산 금리를 올리는 것 외엔 뾰족한 수가 없는 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가계부채 억제를 위해 전방위적인 수단을 강구하고 있음에도 가계부채가 잡히지 않을 경우 금리를 올리는 것 외에 현실적인 방법이 마땅치 않다"며 "예단하긴 어렵지만 기준금리가 내려가도 대출금리로 곧장 체감하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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