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회담 일주일 앞… AI·희토류·대만 전선 다시 부상
이란 변수 잦아들며 기술·무역 경쟁 부상
‘돌파보단 갈등 관리’ 휴전 연장 그칠 수도
중동 정세 악화로 한 차례 연기됐던 미·중 정상회담이 오는 14~1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열릴 가능성이 커지면서 회담 의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달 들어 중동 정세가 악화하면서 이란전쟁 문제가 미·중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가 될 것으로 전망됐으나, 휴전 협상에 대한 기대감이 오르며 회담 초점도 다시 기술·무역 경쟁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약 반년 만에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게 되는 양국 정상은 인공지능(AI), 반도체, 희토류, 대만 문제 등 전략 경쟁 전반을 집중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8일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따르면 중국 최고지도부는 전날 미국 상원의원 대표단을 만났다. 대표단은 트럼프 대통령 측근인 스티브 데인스 몬태나주 공화당 상원의원이 이끌고 있으며, 중국 권력 서열 2위인 리창 총리와 3위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왕이 외교부장이 이들을 맞이했다.
데인스 의원은 트럼프 행정부 1기 미·중 무역전쟁 당시 중재 역할을 했던 인물로 알려졌으며, 중국 전문가들은 그가 사실상 미·중 지도부 간 비공식 소통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중국 최고지도부는 전날 데인스 의원과 만나 대화와 협력을 기반으로 한 양국 관계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다음주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포석을 깔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중국 측은 트럼프 대통령 방중 일정과 정상회담 개최 여부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방중 계획을 밝혔으며 베이징 시내에 트럼프 대통령 전용 방탄차가 목격되기도 했다. 예정대로 14~15일 트럼프 대통령 방중이 성사된다면,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트럼프 행정부 1기였던 2017년 이후 약 9년 만이며, 미·중 정상회담 개최는 지난해 10월 부산 회담 이후 약 반년 만이다.

◇ 이란 변수 잦아드나… 초점은 다시 무역·기술 경쟁으로
이번 회담은 AI, 반도체, 희토류, 대만 문제 등 전략 경쟁 전반을 다루는 자리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최근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진전을 보이면서, 당초 최대 변수로 꼽혔던 중동 문제가 오히려 회담 핵심 의제에서 한발 비켜설 가능성이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각)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의 대(對)이란 지원 문제를 정상회담 의제로 올릴 것이냐는 질문에 “올릴 것이다. 하지만 이게 (이란휴전 협상이) 끝나면 올릴 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란 문제가 해결 국면에 들어서면 미·중 정상회담의 무게중심 역시 다시 무역, 기술 경쟁 분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AI,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기술 패권 경쟁과 공급망 경쟁이 이번 미·중 정상회담의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백악관 행사에서 “우리가 AI에서 중국을 앞서고 있다”며 “이번 방중은 아주 중요한 여행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중국의 AI 기술 추격을 견제하는 동시에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규제를 유지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중국은 희토류 공급망 장악력을 협상 카드로 활용해 미국의 양보를 최대한 끌어내려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는 미국의 자동차, 항공우주 등 첨단제조 산업에 광범위한 차질을 초래한 바 있다.
실제 미국과 중국은 첨단기술과 공급망을 둘러싼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은 지난 3월 중국의 과잉생산과 강제노동 의혹에 대한 조사를 착수한 데 이어 최근 중국 기업들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이란산 원유 거래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중국 기업들을 제재했다.
이에 맞서 중국은 공급망 통제 규정을 강화했다. 희토류 채굴, 제련, 유통 등 모든 과정의 위반 행위에 대한 처벌 기준을 마련해 국가 전략 자산으로서의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이 밖에 리창 총리는 공급망을 해외로 이전하려는 외국 기업, 정부, 개인을 조사할 수 있도록 당국 권한을 확대하는 규정에 서명하기도 했다.
◇ 中 “대만은 레드라인”… 대만, 핵심 의제 오를듯

대만 문제 역시 핵심 의제로 거론된다. 전날 중국 최고지도부와 데인스 의원 간 면담에서 리창 총리는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과 관련된 사안으로 미·중 관계에서 첫 번째로 넘을 수 없는 레드라인”이라고 말했고, 자오러지 상무위원장도 “대만 문제는 미·중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다.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하고 대만 문제를 신중하게 처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 정부에 대만 독립 관련 표현을 기존 ‘지지하지 않는다(does not support)’ 대신 ‘반대한다(oppose)’로 변경할 것을 비공식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미국이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미지수다. 차이밍옌 대만 국가안전국(NSB) 국장은 전날 “미국은 공개·비공개 채널 모두를 통해 대만 정책에 변화가 없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재확인해왔다”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담이 양국 관계의 근본적 전환점이 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지난해 부산 회담 당시처럼 장기간 실무 협상을 거쳐 의제를 조율한 것이 아니라, 이란 전쟁 변수 속에서 급하게 성사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중국 방문 결과를 돌아보면 이번에도 큰 돌파구가 나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최근 상황을 고려하면, 양측이 협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성과보다 잠재적 위험이 훨씬 클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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