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 국민에게 ‘거인’으로 불렸던 NBA '블록왕' 무톰보, 58세로 세상 떠났다
2006년 모국 콩고에 160억원 기부해 병원 세워
“아프리카인과 전 세계에 슬픈 날”
골밑으로 돌진해 레이업을 하는 선수들 위로 솟구쳐 올라 림을 향하는 공을 긴 팔로 사정없이 걷어 낸 미 프로농구(NBA) 역사상 최고의 블록왕 디켐베 무톰보가 30일(현지 시각) 5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NBA 사무국은 이날 “2년 전 뇌종양이 발견돼 애틀랜타에서 치료를 받고 있던 무톰보가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에 사망했다”고 전했다. NBA는 그의 사인을 ‘뇌암’이라고 했다. 무톰보는 NBA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수비수였을 뿐만 아니라, 코트 밖에서는 자신의 모국(母國)인 콩고민주공화국 국민의 건강과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재단을 만들고 봉사활동을 펼쳐 온 선행으로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아왔다.
1966년 콩고 킨샤사에서 태어난 무톰보는 1990~2000년대 NBA 코트 위를 주름잡았다. 1991년 NBA 드래프트에서 전체 4순위로 덴버 너기츠 유니폼을 입은 무톰보는 218㎝의 큰 키에 긴 팔로 센터 포지션을 소화했다. 그는 화려한 공격보다는 물샐 틈 없는 수비로 유명했는데 특히 2009년 은퇴할 때까지 18시즌 동안 총 다섯 번 블록슛 1위에 올랐다. 그가 선수 시절 막아 낸 슛만 3289개로 하킴 올라주원에 이어 이 분야 2위다. 상대 선수의 슛을 막아낸 뒤 ‘내 앞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검지를 흔드는 몸동작으로도 유명하다. 무톰보가 팔을 뻗으면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꽉 막혀 ‘산(mountain)’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또 ‘올해의 수비수’에만 4번 선정될 정도로 수비 장인(匠人)으로 통한다. 1994년 그가 속한 너기츠는 8번 시드를 받고 서부 컨퍼런스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 올라왔는데, 1번 시드를 받은 시애틀 수퍼소닉스를 꺾고 2라운드로 진출하는 이변을 연출하기도 했다. 8번 시드가 1번 시드를 꺾은 것은 NBA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커리어 평균 9.8점과 10.3 리바운드를 기록했고 2015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그런데 무톰보는 농구 코트를 떠난 뒤 선행으로 선수들과 콩코 국민에게 더욱 칭송받았다. 그는 1997년 내전으로 허물어진 콩코를 돕기 위해 재단을 만들었고 2006년엔 고향 킨샤사에 자신의 어머니 이름을 딴 300병상 규모의 ‘비암바 마리 무톰보 병원’을 세웠다. 건립비 2900만달러(당시 약 312억원) 중 1500만달러(약 161억원)도 무톰보가 냈다. 그런 그를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007년 국정 연설에서 “영웅적인 친절과 용기, 자기희생의 모범”이라고 불렀다. 이 병원에서 지금까지 약 50만명이 치료를 받았다. 무톰보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엔 앤서니 파우치 박사 등과 함께 아프리카와 북미에서 백신 보급을 위해 노력했다. 무톰보는 자신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을 때도 겸손했다. 그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아프리카 사회에서는 가족을 위해 성공을 한다. 내가 자랄 때 사람들은 나를 도와주었고 지금도 나는 사람들을 돕는 일을 멈출 수 없다”고 했다.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이들이 슬퍼했다. 카메룬 태생의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의 스타 센터 조엘 엠비드는 “농구 코트에서 그가 이룬 업적 외에 코트 밖에서 더 훌륭한 선수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 아프리카인, 그리고 전 세계에 슬픈 날”이라고 했다. AP에 따르면 이날 마사이 유지리 토론토 랩터스 사장은 “무톰보는 거인이다. 그 사람이 세상에 어떤 의미인지 상상도 하지 못할 것”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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