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의 ‘2024년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인 고령자 가구는 10년째 증가하고 있고, 10가구 중 4가구는 독거노인이다. 이들 중 절반은 생활비를 스스로 책임지고 있으며 정부로부터 받는 연금액은 58만원에 불과하다. 자녀의 도움 없이 은퇴 후 50년 가까이 더 살아내야 하는 상황에서 경제적으로 안정된 노후 시기를 보내기 위한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자산 수명이 짧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자산의 축적 기간에 비해 은퇴 후 자산 소비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았기 때문에 은퇴자산이 부족하게 될 위험은 크지 않았다. 그러나 100세 시대로 접어들면서 자산 수명에 비해 자산 소비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과거에 비해 교육 기간이 길어져 자산 축적을 시작하는 시기는 늦어짐에 반해 조기퇴직의 확산으로 자산 축적의 절대적 기간이 짧아졌다. 최근 20대 직원이 줄고 50대가 늘어난 국내 기업들은 이러한 ‘직원 고령화’로 인한 인건비 증가를 해결하기 위해 인력 감축과 구조조정, 희망퇴직 등의 해법을 내놓고 있다. 안 그래도 짧아진 자산 축적 기간이 점점 더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수명이 길어지면서 은퇴자산을 소비해야 하는 기간은 과거보다 훨씬 길어졌다. 고령인 부모 부양과 자녀 양육을 동시에 책임져야 하는 중년가구도 증가하고 있고, 늦은 출산으로 은퇴 후에도 자녀를 책임져야 하는 가구가 늘어나고 있는 현실은 우리의 자산 수명을 조금씩 더 단축시킨다.
자산 축적의 기간을 늘려라
이제는 ‘은퇴까지 몇십억을 모아야 한다’는 식의 노후에 대한 과거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최대한 오랜 기간 동안 일하고 자산축적의 기간을 늘려가자’의 패러다임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직장에서 은퇴만 하면 모든 경제활동을 안 해도 될 만큼 자산을 다 축적해 놓는다는 것이 우리 시대에서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나의 가치를 잘 활용하여 은퇴를 1년 늦출수록 노후를 준비할 시간은 늘어나고 자산을 소비할 기간은 줄어들어 자연스럽게 자산 수명은 증가하게 된다. 1년 더 현역으로 일하게 되면 나의 자산 수명도 1년 늘어남을 기억하자.
물론 이를 위해서는 경제활동을 하는 지금부터의 준비가 필요하다. 일본의 수제 구두 명인 키쿠치 다케오는 55세에 대학교에 입학해 10년 동안 구두 공부를 했다고 한다. 65세에 공부를 끝냈으니 나이 들어 괜한 고생을 했다고 오해하기 쉬우나, 그는 90세가 넘어서도 일을 하고 있으니 자산 수명을 엄청나게 늘린 성공한 현역이다. 내 명함에서 내가 속한 회사와 단체이름을 뺀 내 이름 석 자로 과연 얼마나 부가가치 있는 경제생활을 할 수 있을지 지금부터 고민하고 준비하자. 그리고 미래의 나를 위해 현재의 나에게 멋있게 투자하자. 오랫동안 몸담았던 일터에서 전성기 벌었던 소득보다 적게 벌지라도 더 길게 일하고, 줄일 수 있는 부분은 절약하여 자산 축적의 기간을 늘리는 것이 100세 시대를 준비하는 가장 중요한 전략이다.
적극적으로 자산 수명 늘리기
자산 축적 기간을 늘리면서 동시에 나의 수명과 자산의 수명을 맞추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연금을 종신토록 받는 것이다. 물론 국민연금은 대표적인 종신연금이다. 물가 변동을 반영해 연금 지급액이 조정되므로 현재 가치가 유지될 수 있다. 하지만 공적 연금만으로 노후생활을 충당하기 어려운 현실이므로 사적연금으로 노후 자산을 보강해야 함은 물론이다. 최소한의 생활비를 국민연금과 사적연금으로 받을 수 있도록 설계하여 장기간 저축을 시작해야 한다. 복리의 마법이 우리의 생활비를 준비할 수 있도록 시간을 미리 내어주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적합한 투자상품을 활용해 내 자산의 수명을 적극적으로 늘려가는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금융자산 중 100세에서 자기 나이를 뺀 정도로, 즉 20대는 투자상품에 80% 정도, 40대는 투자상품에 60% 정도, 60대는 투자상품에 40% 정도의 포트폴리오 운영을 추천한다. 원칙을 지키면서도 물가 상승에 대비하여 자산 수명을 늘릴 수 있는 적극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이때 주식시장을 꾸준히 살펴볼 수 있거나 직접 투자에 대한 경험이 많이 있다면 본인의 페이스대로 주식투자를 하겠지만, 투자에 깊이 관여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평범한 우리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투자 방법으로는 펀드 또는 ETF를 들 수 있다.
ETF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연금저축과 퇴직연금(DC형, IRP) 적립금을 ETF에 투자하려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이미 퇴직연금의 경우는 2012년부터, 연금저축의 경우는 2017년부터 적립금을 ETF에 투자할 수 있었으나 최근 들어 ETF로 적립금을 옮기려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연금 자산을 적극적으로 투자하여 자산 수명을 늘리고자 하는 사회 전반적인 니즈가 증가한 탓일 것이다.
특정 테마의 주식이나 상품을 묶어 만든 지수를 추종하는 일종의 인덱스펀드. 펀드와 다른 점은 거래소에 상장되어 주식처럼 거래되므로 주식처럼 편리하게 사고팔 수 있다는 점이다. 주식처럼 매매할 수 있지만 거래세를 내지는 않는다.
이때 ETF의 기초지수가 무엇인지 잘 살펴보아야 한다. KOSPI200이나 S&P500과 같이 시장지수 자체를 기초로 하는 경우도 있고, 반도체와 2차 전지 등 특정 테마에 투자하는 ETF도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 시장지수에 투자하는 안정적인 ETF와 특정 테마에 투자하는 공격적인 ETF를 적절히 포트폴리오 하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ETF는 주식처럼 장에서 거래되긴 하나 거래세를 내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물론 국내 주식형 ETF를 제외한 경우 매매차익에 대해서 배당소득세(15.4%)를 내야 하지만, 연금저축이나 IRP 계좌를 활용하여 ETF에 투자한다면 계좌에서 인출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배당소득세를 당장 과세하지는 않는다. 대신 추후 연금으로 수령할 때 3.3%~5.5%의 낮은 세율의 연금소득세만 내면 된다는 장점이 있다.
건강수명과의 균형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이 모든 것 중 자산 수명 연장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건강수명이다. 건강수명이란 질병과 부상으로 고통받는 기간을 제외하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기간을 의미한다. 우리가 평생 의료비 중 절반을 노년기에 지출하고 있음을 생각할 때, 의료비 지출은 자본 수명을 크게 위협하는 주된 요인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은퇴 이전 건강관리 강화와 더불어 의료 실손보험과 각종 건강보험 리모델링 등 보장자산의 재점검은 필요하다. 특히 의료비 지출은 일시에 목돈이 필요한 경우가 많으므로 은퇴자산을 준비하는 초기부터 별도의 항목으로 보장자산 준비를 병행할 것을 추천한다.
살아갈 날은 100년인데 50세만 넘어가면 조기퇴직 요구에 시달리는 현실 속에서 우리 각자의 자산 축적의 기간을 늘리고 이제는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 전략도 취해보자. 현실을 직시하고 준비를 시작한 현재의 나에게 미래의 내가 진심 어린 응원을 보낼 것이다.
글 박유나 재무심리전문가
※재테크 전문지 'MONEY PLUS' 2024.1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