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에 '가업승계' 포기하는 대전 중견기업들.. 줄줄이 매각

최태영 기자 2022. 9. 28.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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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온켐텍·미래생활·이텍산업·성경식품 등 잇단 매각
2세들, 경영권 상속 포기..IT·바이오 등 창업 뛰어들어

대전과 충청 지역에 기반을 둔 중견기업 창업주들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잇따라 기업을 매각하고 있어 지역경제계 내부에서도 아쉬움과 우려의 목소리가 교차하고 있다. 원가와 환율 상승 등 기업 경영활동의 대내외 변수가 많은 데다 마땅한 후계자를 찾지 못해 가업 승계를 포기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지역 기업인들의 고충이 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시각도 많다.

15일 경제계, 금융권 등에 따르면 지역에서 창업해 성장해 온 중견기업들이 투자조합이나 외국계 사모펀드 등에 잇따라 매각되고 있다.

인조대리석 제조업체인 라이온켐텍은 이달 초 투자조합에 1793억여원에 매각하는 내용을 공시했다. 사업용 왁스 및 인조대리석 제조사인 라이온켐텍은 작년 말 삼성증권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지분 매각작업을 진행해 왔다. 2017년에도 경영권 매각을 시도했다 실패했다.

라이온켐텍은 박희원 회장이 1973년 새한화학공업사라는 이름으로 창업했으며, 1982년 화학물질 및 화학제품 제조기업인 라이온케미칼로 법인 전환됐다. 현 상호는 2001년부터 사용했다. 박 회장은 설립 당시부터 현재까지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해오고 있다. 박 회장(49.26%)과 특수관계인은 전체 지분의 67.68%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에 재매각을 추진한 것은 다소 실적 회복으로 인수자를 찾을 수 있다는 판단에다 2세의 가업 승계도 쉽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 상반기에는 화장지 '잘풀리는집'으로 유명한 미래생활이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코리아와이드파트너스에 매각됐다. 이 사모펀드는 미래생활 및 자회사 미래페이퍼의 지분 100%를 인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총 인수금액은 3000억원으로 프로젝트펀드를 통해 조성한 자금으로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생활은 변재락 대표가 2000년 대전에서 창업한 위생제지 기업으로 국내 시장점유율 2위를 기록할 정도로 성장했다. 변 대표는 국내 대표 티슈 화장지 브랜드인 모나리자 2세 경영인이다. 외환위기로 1998년 부도를 맞자 별도로 분리한 모나리자의 판매법인을 바탕으로 지금의 미래생활을 키웠다.

대표 화장지 브랜드인 '잘풀리는집'을 비롯해 물티슈, 키친타올, 성인용 기저귀, PET용품 등 다양한 위생용품을 제조 판매하고 있다. 2020년 연결 기준 매출 1734억원, 영업이익 219억원을 기록했으며, 10년 연속 매출 성장세를 보였다.

2020년 하반기에는 특장차 제조업체인 이텍산업이 역시 국내 사모펀드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에 매각됐다. 인수자인 스카이레이크는 이텍산업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이두식 회장의 보유 지분을 포함한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당시 약 2000억원대 초반 금액에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대표로 있는 사모펀드사다.

이텍산업은 이 회장이 1994년 대전에서 창업한 후 경영활동을 해 오다 영역 및 회사 규모 확대 등을 꾀하면서 수년 전 본사와 공장을 모두 세종시 부강면으로 이전했다. 이 회장은 현재 벤처 캐피털 투자회사인 엠비피를 설립하고 투자 관련 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2017년에는 '성경김'으로 알려진 성경식품이 미국에 본사를 둔 사모펀드인 스탠다드차타드프라이빗에쿼티 SC PE에 1500여억원에 매각됐다. 김 매출에서는 동원, 사조 등에 이어 국내 4위를 기록할 만큼 성장 가도를 달렸지만 창업주 2세의 건강 문제와 성장 정체 등으로 처분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자는 우리나라 국민연금이 출자하는 블라인드펀드를 운용하는 회사로 알려져 있다. 최근 미국에서 구운김이 간식으로 인기를 얻는 등 성경식품의 미래 가치를 보고 투자했다는 게 금융계 안팎의 평이다.

하지만 지역 경제계는 이 같은 토착 중견기업들의 잇단 매각 소식에 뒤숭숭한 분위기다.

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수출 등 제조업 경영환경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데다 경영 관련 규제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여기다 창업주의 2세들이 가업을 물려받아 경영을 이어가는 데 관심이 없는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창업주민 부모들이 운영 중인 3D업종을 물려받아 힘들게 노력하기보단 벤처·스타트업에서 근무한 뒤 대덕 테크노밸리에서 정보기술(IT)분야나 바이오, 플랫폼 등을 창업하려는 2세들이 늘고 있는 것도 회사 매각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역경제계 내부는 편치 않은 모습이다. 정태희 대전상의 회장(삼진정밀 대표)은 "기업의 대내외 변수 등 CEO들의 고충이야 이루 말할 수 없겠지만 향토기업들이 잇따라 매각되는 건 매우 아쉽고 섭섭한 측면이 많다"며 "인수자들이 기업을 잘 경영해 주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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