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과 자연이 어우러진 자월도

기호일보 2026. 3. 26.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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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그리다 고개 드니 붉은 달 비추더이다

섬을 사랑하는 '찐팬'들이 모였다. 이들은 김기룡 이사장 등 인천섬유산연구소 관계자들과 함께 인천앞바다 섬을 답사하는 긴 여정에 나섰다. 얼마전 자월도를 다녀왔고 11월까지 대이작도, 울도, 승봉도, 세어도, 소이작도, 연평도, 볼음도, 신시모도를 차례로 방문할 예정이다. 기호일보는 참가자들이 섬 구석구석을 둘러보고 가슴에 담아온 생생한 느낌을 지면에 싣는다.  <편집자주>

썰물 때에만 갈 수 있는 목섬 '독바위'. 탐방단이 방문한 날 해무가 가득해 더욱 운치 있는 광경을 보였다.
여행이란 멀리 가든 가까이 가든 항상 마음이 설렌다. 대문 밖으로만 나가면 행복하다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답사가는 날, 일기예보를 검색해 보니 안개가 낀 해상 날씨로 나와 출발을 못하면 어쩌나 하며 집을 나섰다. 다행히 안개가 짙게 끼지 않아 여객선이 정상으로 운항한다고 한다.
자월도 여행 지도. <자료:자월도 닷컴>
자월도는 인천의 40여 개 유인섬 중 하나로 현재까지는 육지와 섬을 연결하는 다리는 없고 오로지 배를 유일한 교통수단으로 이용해야 한다. 인천연안여객터미널에서 쾌속선을 타고 50분 정도면 달바위 선착장에 도착할 수 있다. 여객선 유리창 밖으로 점점이 떠 있는 작은 섬들과 출렁이는 바닷물에 반짝이는 윤슬을 감상하는 사이 어느덧 자월도에 닿았다. 선착장에 내려서 잠시 넓게 펼쳐진 수평선을 바라보자 일상생활에 찌들었던 몸과 마음이 확 뚫리고, 갯내음 나는 시원한 공기를 크게 들이마시니 오장육부에 쌓인 묵은 찌꺼기가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기분이다.
자월도 떡바위 위의 돌김과 파래.
자월면 역사를 보면 조선시대에는 남양도호부 소속으로 목장이 설치돼 있었다. 1914년 경기도 부천군 영흥면에 편입됐다가 1973년 경기도 옹진군으로 바뀌었고 1983년 자월면으로 승격된 뒤 1995년 행정구역이 개편되면서 인천광역시 옹진군 자월면이 됐다.

자월도 명칭의 유래는 몇 가지 설이 전해오는데 정확한 근거는 없다. 한 선비가 세금을 걷기 위해 자월도에 왔다가 바람이 불어 며칠 동안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했고 날마다 눈물을 흘리며 육지 쪽을 바라보는데 붉은 달만 보인다고 해서 자월이라 했고, 또 다른 이야기는 예전에 메밀을 많이 심었던 것과 관련된 내용으로 하얀 메밀꽃이 필 때면 그 위를 검붉게 비추는 달이 너무 아름다워 자월도라 했다고 한다. 그런데 눈물을 흘리면서 밝은 달을 쳐다보면 붉은색으로 보이기도 한다. 땅과 아스팔트에 쫓기듯 살아가는 바쁜 인생살이, 가끔은 밤하늘의 달과 별을 쳐다보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자월달빛 천문과학관.
자월도의 전체 모양은 누워있는 고양이 또는 누에 같이 보이기도 한다. 달바위 선착장에서 서쪽으로 걸어가면 어부상 전망대가 나오는데 여기에는 슬픈 전설이 있다. "고기잡이 나간 남편이 3일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자 아내가 바닷가로 찾으러 나갔는데 마침 커다란 지네가 남편을 잡아먹고 있는 광경을 보고는 놀라 정신을 잃고 울기만 하다가 커다란 바위에서 몸을 던져 죽게 됐는데, 아내가 죽은 날 밤 하늘에서 벼락을 쳐 지네를 죽게 했다"는 내용이다. 아내가 떨어져 죽은 바위를 부사암(열녀바위)이라 부르며 장골해수욕장 동쪽 도로변에 있다.
떡바위를 답사하고 있는 탐방단.
장골해수욕장 서쪽 끝에는 '독바위'라고 부르는 작은 섬(목섬)이 있는데 썰물 때는 모세의 기적처럼 길이 생겨 걸어갈 수 있고 밀물 때는 섬이 되는 곳이다. 이러한 지형은 밀물 때 조류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흐르는 조건이 형성되는 곳에 만들어지는데 조류에 운반된 모래나 조개껍질 등 조류가 부딪치는 곳에 운반된 퇴적물들이 쌓이면서 다른 지역보다 비교적 높은 육계사주가 만들어진다. 우리 답사팀들이 독바위를 답사하고 있는데 때마침 먼바다에서 해무가 독바위로 밀려와 신비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섬 곳곳에 자생하는 야생화 복수초.
자월도 북동쪽에 있는 어릿골 해안은 U자형 모양으로, 고기들이 많이 모인다고 해 어릿골이라는 지명이 생겼다고 하는데 요즘은 어류골이라고 한다. 어류골에는 채취한 해산물을 세척할 수 있는 시설이 설치돼 있었고 옛날 어업 방식인 독살의 흔적도 볼 수 있다. 어릿골 해변을 지나 떡바위로 가는 산속 오솔길 주변은 복수초, 작은별꽃, 현호색, 산자고, 너도바람꽃, 멧나리, 청노루귀. 백노루귀, 홍노루귀 등 그야말로 야생화 천국이었다. 화려한 색깔로 저마다의 자태를 뽐내는 야생화를 관찰하면서 걷다 보니 어느새 떡바위에 도착했다.

떡바위는 중생대 쥐라기에 형성된 흑운모화강암으로 구성돼 있는데 일제강점기 때의 채석장으로, 멀리서 보면 마치 시루떡처럼 보여 떡바위라는 지명이 붙여졌다고 한다. 떡바위 주변의 바다 수심은 비교적 깊고 유속이 빨라 물고기들이 많이 서식해 갯바위 낚시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라고 한다. 만조 때 바닷물에 잠겼다가 간조 때 노출되는 떡바위 표면에는 봄철에서 초여름까지 돌김과 파래가 자라면서 바위가 온통 갈색과 녹색으로 코팅돼 잔디밭에 와 있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떡바위를 답사하는 중에도 섬 주민들이 돌김을 채취하고 있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열녀 전설이 내려오는 부사암의 어부상 전망대.
떡바위를 걷다 보면 암석 표면에 움푹 패여 있는 곳이 관찰되는데 이는 암석에 바닷물이 고여 화학적 풍화 작용을 받아 생긴 '나마(gnama)'이며 밭고랑처럼 보이는 '그루브'는 파도에 의해 바닷물이 끊임없이 드나들면서 침식을 받아 형성된 것이라고 답사를 안내한 김기룡 인천섬유산연구소 이사장님이 설명해 주었다.

국사봉은 해발 166m로 자월도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이며 정상에 서면 인천항과 대부도, 영흥도, 승봉도, 대이작도, 소이작도 등이 보인다. 국사봉은 나라의 안녕과 임금의 무병장수를 빌던 곳으로 팔각정이 설치돼 있고 국가봉 동쪽에는 봉화대가 복원돼 있다.

김병룡 인천섬유산연구소 회원.
봉화대는 자월도 암석의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섬장암으로 구성돼 있다. 봉화대는 국가의 재난과 위기 상황을 밤에는 불을 피우고 낮에는 연기로 알리던 과거의 통신수단으로 아궁이를 포함한 3개의 굴뚝으로 구성돼 있는데 국사봉의 봉화대는 아궁이도, 굴뚝 없는 형태의 돌탑으로 좀 아쉬웠다.

인천섬유산연구소가 주관하는 1박 2일 동안의 자월도 자연과 역사, 문화유산 답사는 자월도가 간직하고 있는 소중한 유산과 아름다운 풍광을 보고 함께한 이들과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면서 도심 생활 속에서 쌓였던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해소할 수 있었던 즐거운 시간이었다.

<글=김병룡 인천섬유산연구소 회원,사진=김기룡 인천섬유산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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