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만 사람 사나”…‘수도권 집값 잡기’에 방치된 지방 부동산

오유진 기자 2026. 5. 10.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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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날리는 900세대 ‘유령 단지’…미분양 늪 빠진 비수도권 
세제 혜택·LH 매입 카드에도 역부족…“실질적 지원책 필요”   

(시사저널=오유진 기자)

6일 대구광역시 달서구의 한 아파트단지 상가에 위치한 홍보센터의 모습 ⓒ 시사저널 오유진

5월6일 찾은 대구광역시 달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 900세대가 넘는 중규모 단지지만, 이곳은 사람의 인기척조차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고요했다. 마치 입주가 시작되지 않은 것처럼 일부 동의 우편함에는 단 한 통의 우편물도 꽂혀 있지 않았다. 주상복합으로 지어진 건물 1~5층 상가도 전체가 공실로 남아 '유령 아파트'를 방불케 했다. 달서구는 3월 기준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가 981가구에 달하는 지역으로, 서울 전체 준공 후 미분양보다도 많은 물량이 쌓인 상태다.

인근 M부동산 공인중개사는 "이번 달 들어 매매 목적으로 집을 보겠다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가끔 오는 문의 전화도 미분양이 얼마나 팔렸는지 궁금하다는 문의뿐"이라며 "서울 강남의 중개업소들은 매수자들이 문전성시를 이뤄 주 7일 영업을 한다는데, 우리는 업소 문을 열어두는 게 손해일 정도"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곳에서 만난 60대 김아무개씨는 "100주 넘게 집값이 하락하고 있는데, 대구시장 후보 중 부동산 대책을 내놓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며 "대통령도 매일 서울 다주택자만 신경 쓰는 걸 보면 '강남만 집이냐'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가 900가구에 달하는 대구 달서구의 아파트 단지 모습 ⓒ시사저널 오유진

혜택 쏟아부어도 수요 없다…유령 단지 전락

정부 지원책을 활용해 위기를 넘긴 단지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기업구조조정리츠(CR리츠)를 통해 미분양 물량 전체를 매입한 뒤 전세로 전환한 B아파트는 반년이 넘도록 전세 물량 50여 가구의 입주자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시행사는 1년치 관리비 지원과 주택담보대출 이자 지원, 입주 유예 등 파격적인 혜택을 내걸었지만 역부족이다.

B아파트 시행사 관계자는 "2년 후 경기가 회복되면 분양 전환을 시도할 수 있겠지만, 인근에 신축 단지가 워낙 많아 분양 전환도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온갖 금융 지원과 옵션 등 혜택을 줘도 '미분양 아파트'라는 딱지가 쉽게 사라지지 않아 헐값에 팔릴 가능성도 크다"고 우려했다. 

지방 부동산 시장은 최근 정부 정책에서도 사실상 뒷전으로 밀려난 분위기다. 정부가 서울과 수도권 일부 규제지역 집값 상승세를 잡는 데 역량을 집중하면서, 집값이 오르지 않는 지방 시장은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인구 유출과 생산가능인구 감소라는 고질적인 문제가 자리 잡고 있지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활성화 정책은 사실상 멈춰선 지 오래다. 

연일 뉴스에 보도되는 집값 상승도 지방에서는 남의 이야기다. KB부동산에 따르면, 4월20일 기준 최근 1년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14.7%, 경기도는 3.8% 상승했다. 반면 비수도권 6대 광역시 가운데 집값이 오른 곳은 공급 물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세종(4.8%)과 울산(3.7%)뿐이었다. 대전(-0.5%), 부산(-0.8%), 대구(-1.4%), 광주(-1.9%) 등은 지난 1년간 집값 급등기라는 수식어가 '그림의 떡'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 같은 양극화를 막기 위해 지난해 8월 '지방중심 건설투자 보강방안'으로 지방 건설 및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한 일부 세제 혜택을 내놓았다. 인구감소지역에 '세컨드홈'을 구입할 경우 세제 지원을 확대하고, 1주택자가 비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면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하는 등 파격적인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런 대책이 사실상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대표적인 문제는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이다.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는 건설사가 아파트를 다 짓고도 팔지 못해 떠안는 물량으로, 자금 회수가 막힌 채 부채 부담으로 이어져 건설사 자금난과 연쇄 부도의 뇌관으로 꼽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는 지난 2월 기준 3만 가구를 넘어서며 1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같은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라도 서울과 비서울의 지역 간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2025년 기준 서울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667가구, 비(非)서울 지역은 2만6049가구 수준이었다. 그러나 올해 3월 기준으로는 서울이 621가구로 6.9% 감소한 반면, 비서울 지역은 2만9808가구로 14.4% 증가하며 양극화가 심화됐다.

수도권 내에서도 규제지역과 비규제지역 간 온도 차는 뚜렷하다. 경기도에 따르면, 4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준공 후 미분양이 100가구 이상 늘어난 지역은 남양주시와 의정부시, 안성시 등 규제지역과 거리가 먼 지역들이다. 정부가 경기도 수원시, 용인시 일부 지역 등으로 규제지역을 확대해 비규제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하도록 유도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는 의미다.

얼어붙은 지방, 3단계 DSR까지 '겹악재'

정부가 현재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을 줄이기 위해 추진 중인 대표적인 대책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HUG(주택도시보증공사)를 통한 임대주택 매입이다. 그러나 이 역시 실효성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많다. 정부는 지난해 3000가구 매입을 목표로 했지만, 낮은 감정가와 까다로운 매입 심사 등의 문제로 실제 매입 물량은 92가구에 그쳤다.

여기에 오는 7월 시행 예정인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도 지방 시장에는 또 다른 악재로 꼽힌다. 스트레스 DSR은 대출 심사 시 차주의 DSR을 산정할 때 가산 금리(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하는 제도로, 해당 제도가 시행되면 대출 한도가 낮아져 고가 주택 수요를 간접적으로 억제할 수 있게 된다. 금융 당국은 지난해 7월 수도권에 스트레스 DSR 3단계를 우선 적용했고, 지방은 침체된 부동산 경기 상황을 고려해 시행을 6개월 유예했다. 그러나 오는 7월 예상대로 규제가 시행될 경우 이미 얼어붙은 매수 심리가 더 위축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방 건설 경기가 아직 살아나지 못한 만큼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은 한 차례 더 유예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그러나 유예된다 한들 이미 정체된 수요가 다시 살아날 기미가 없어 지방에 호재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단발성 세제 지원이나 LH 매입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행정통합 등을 통해 지방 생존 전략을 강조하고 있는 이재명 정부가 단순한 조직 개편을 넘어 실질적인 '지방 거주 유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결국 지방에 실제 인구가 유입되고, 일자리와 산업이 살아나 자연스럽게 주택 수요가 형성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지방을 위한 부동산 대책이 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이 연구위원은 "외부 요인으로 주택시장이 업황 악화로 돌아서는 시기에는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할수록 시장이 왜곡되는 악효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며 "취득세 감면이나 미분양 매입은 결국 일시적인 해소책에 불과하며, 근본적으로는 지방을 사람이 살 만한 곳으로 만드는 정책을 신속히 추진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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