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감학원, 아쉬운 첫 판결”…줄항소 가능성

강제 수용 중대한 위법행위
법원, 정부·도 공동책임 명시

수용 1년당 5000만원 산정
“피해자 배상액 턱없이 부족”
유사 형제복지원 8000만원
시민단체 “특별법 제정 계기”

▲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41부는 20일 사건의 가해 기관인 정부와 경기도가 선감학원 사건 피해자 13명에게 전체 22억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사진은 법원의 판결이 있고 나서 피해자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선감학원 사건에 대해 정부와 경기도의 불법행위를 인정하는 첫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사건의 가해 기관인 정부와 경기도가 피해자 13명에게 전체 22억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그러나 피해자 대리인 측은 받은 피해에 비해 배상액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항소를 예고하면서 남은 10여개의 재판에서 항소심이 줄줄이 열릴 전망이다.

▲법원 “국가·경기도, 불법 행위…배상해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41부는 20일 정부와 경기도가 선감학원에 아동들을 강제로 수용해 중대한 위법행위가 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정부가 경찰을 통해 아동들을 위법하게 수용한 데다 시설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를 저버렸다고 했다. 재판부는 경기도의 경우 선감학원의 운영 주체로 공동 불법 행위의 책임이 있다고 했다.

그렇기에 재판부는 정부와 도가 이번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참여한 피해자 13명에게 1인당 2500만~4억원씩 전체 22억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했다. 위자료는 피해자들이 겪은 피해 정도에 따라 책정됐다. 구체적으로 수용 기간 1년당 5000만원으로 산정됐다.

재판부는 “6세에 수용된 아이도 있고 대부분 10세 내지는 1세의 어린 아동들을 고립된 섬에 강제로 수용됐다”며 “(선감학원 사건은) 여러 인권침해 행위가 발생한 사건으로 중대한 위법행위가 있다”고 했다.

법원의 이번 판결로 남은 재판들도 비슷하게 나올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와 경기도의 공동 책임을 명시하고 이들 기관이 피해자들에게 수용 기간 1년당 5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앞서 피해자들은 지난 2022년 10월 과거사 조사기관인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이 있고 나서 잇따라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그 결과 같은 사안으로 전체 20건의 소송이 이뤄졌다. 여기에 참여한 피해자들은 전체 212명이다. 이들에 대한 남은 재판의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재판, 줄줄이 항소 가능성…특별법 제정 요구도

다만 이번 판결에 대해 피해자 대리인단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 항소를 예고해 남은 재판들도 결과가 나오는 대로 항소될 예정이다.

민변은 이날 판결이 나오고 “피해자의 기본권 침해에서 대한민국과 경기도의 불법 공동행위를 분명히 인정했다”며 “의미가 있지만, 수용 기간 1년당 5000만원을 상정한 것은 아쉽다”고 했다.

민변은 선감학원과 같은 성격인 부산 형제복지원(1975~1987년) 사건은 1년당 8000만원으로 위자료를 산정했다고 했다. 이 때문에 민변은 다른 19건의 재판 결과가 나오면 비슷한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변 관계자는 “(남은 재판들은) 아마 이번 판결과 크게 다르지 않게 선고되지 않을까 예상한다”며 “배상액이 워낙 적게 나와 피해자들과 협의해서 앞으로의 상황을 진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특별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현주 안산시민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정부와 경기도는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며 “정부 부처들은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특별법 조치 등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희 전 진화위 조사팀장은 “(선감학원 등 사건에 대해) 현재까지 피해자 조사와 피해회복을 위해 실효적인 조처하지 않은 건 지속적인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며 “모두가 함께 피해인정을 받아야 한다. 더는 사회적 약자라는 이유로 혐오와 차별이 재발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인규 기자 choiinkou@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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