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하는 필리핀 이모·비싸서 못 쓰는 부모…어떻게 생각하세요?[노컷투표]
서울시 시범사업으로 8월 입국한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이 예상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반면, 서비스를 이용한 가정에서는 애초 기대에 비해 비용이 높다는 반응이 나오면서 사업의 확대 여부와 지속성에 의문이 제기됩니다.
8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필리핀 가사 관리사의 10월(9월분) 급여는 평균 130만원 수준입니다. 관리 업체 등이 의무적으로 공제하는 숙소비 약 50만원을 제한 금액입니다.
9월은 평일보다 1.5배 높은 시급을 줘야 하는 추석연휴가 있어 고용이 줄었을 것으로 예상됐는데요. '외국인 가사 관리자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필리핀 가사관리사는 최소 근로시간인 주 30시간을 보장받기 때문에 적정 수준의 월급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의 월급이 238만원(주 40시간 기준)으로 책정되며 "자국민보다 높은 임금을 받는 거 아니냐"는 불만이 나온 바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가사관리사가 예상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있어, 높은 임금을 찾아 불법체류를 하는 인원이 생길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출근 2주 만에 숙소를 무단이탈한 필리핀 가사관리사 2명은 지난 4일 부산에서 붙잡혔습니다. 이들은 숙박 업소에 불법 취업한 것이 확인됐습니다. 외국인 근로자가 주로 일하는 객실 청소 업무를 해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싱가포르나 홍콩에서 외국인 가사관리사들이 받는 평균 월급(50만원~80만원)보다는 훨씬 높은 수준이지만, 이들 나라와 달리 입주가 되지 않아 주거비, 식비, 교통비 등을 모두 관리사가 부담해야 합니다.
또한 전일제 고용이 보장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제조업·농업에 종사하는 외국인 근로자에 비해 임금 수준이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해 외국인 임금근로자 50.6%는 월평균 200~300만원의 임금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반면,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정에서는 높은 임금 부담 등을 이유로 단시간 이용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사업의 확대와 지속성을 위해서는 많은 가정의 참여가 필요한데, 유인을 위해서는 비용을 낮추는 것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총 98명의 가사관리사들이 서울시 169가정에서 일하고 있는데요. 대부분 두 가정에서 시간제로 일하는 셈입니다.
저출산 해법으로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을 제안·도입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외국인 노동자 최저임금 차등지급'을 꾸준히 주장하고 있습니다.
오 시장은 지난 8월 한 세미나에서 "우리는 외국인에게도 최저임금이 적용되도록 법이 돼 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200만원 정도를 드려야 된다"며 "그분들을 쓰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충분한 도움이 될지가 사실 조금 의문이고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올 때는 100만원에 올 수 있다. 하지만 한 달 뒤에 과연 거기서 계속 근무를 할지, 사라져버릴지 알 수 없다"면서 "월 238만원을 줘도 임금이 적다, 체불이다 말이 많은데 100만원을 준다고 하면 지금보다 몇 배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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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강지윤 기자 lepomm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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