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고발 시민단체, 대통령실 김대남이 만들고 관리했다
지난달 뉴스타파는 김대남 전 대통령실 시민소통비서관 직무대리가 보수 시민단체로 하여금 정권 비판 언론인을 고발하도록 사주한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김대남이 녹음에서 언급한 '새로운민심 새민연'이란 단체는 실제로 MBC와 서울의소리를 고발했던 곳이었다. 보도 후, 대통령실 '언론 고발사주' 의혹이 시작됐다.
그런데 뉴스타파 취재 결과, '고발사주' 의혹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가 발견됐다. '새민연'은 겉으로는 자발적인 모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이 단체를 만들고 관리한 장본인은 김대남이었다. 김대남은 대통령실에 재직할 때도 이 단체의 운영과 활동에 직접 개입했다. 이에 따라 대통령실이 일종의 '위장 단체'를 만들어 정권 비판 언론을 직접적으로 탄압했을 가능성이 새롭게 제기된다.
윤석열 캠프 팬클럽 →'시민단체'로 세탁한 뒤 직접 관리한 김대남
지난 대선 당시 김대남은 윤석열 후보 선거대책본부(선대본) 조직본부에서 조직국장으로 뛰었다. 조직본부는 모두 47개 특별위원회로 구성됐다. 국민의힘 선대본은 각 특위에 위원장과 부위원장, 사무총장 등 임원 160명을 임명하고 임명장을 수여했다.
뉴스타파는 김대남이 네이버 밴드에 만든 비공개 그룹의 존재를 확인했다. 그룹명은 ‘조직총괄 특별위원회'. 대선 때 만들어졌지만 아직도 1200여 명이 가입자로 남았다. 김대남은 2022년 1월 29일에 공지 글을 올렸다.
<활동 방침>이란 소제목 아래 ▲상호 연대하여 단일대오로 윤석열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고 ▲당 조직인 257개 당협위원회와 협력하며 정보전달의 플랫폼으로 밴드를 활용하고 ▲당선 이후에도 윤 후보를 끝까지 지켜주는 순수 지지 단체가 되어야 한다고 적었다. 이 때문인지 새민연 홈페이지에는 스스로를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순수 시민단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새민연'을 개인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시민단체라고 보기는 어렵다. 대선이 끝난 뒤 '새민연'을 기획하고 관리한 사람이 바로 대통령실 직원 김대남이었기 때문이다.
'회비 명목' 금품 챙기고, 회장 선출도 직접 관여
선대본 조직본부에서 활동했던 윤석열 지지자들은 대선이 끝나고 '새민연'으로 모여들었다. 새민연의 회원이 되기 위해선 연회비 50만 원. '이사'와 같은 직함을 받기 위해선 연회비 100~200만 원을 내야 했다고 한다. 새민연의 이사는 120여 명, 일반 회원 수는 훨씬 더 많다. 공식 출범도 하기 전에 '회비 명목'으로 억대의 돈이 오갔다. 회비는 김대남의 측근으로 추정되는 간사 윤 씨의 계좌로 입금됐다.
뉴스타파는 당시 회비를 내고 새민연의 '이사' 직함을 받은 두 인물을 인터뷰했다. 이사 A씨는 "윤석열 팬클럽들이 대부분 사단법인 새민연으로 다 흡수됐다. 희망하는 사람에 한해서 새민연 창립(회원)을 했다"고 말했다. 창립을 주도한 건 김대남이었다고 한다. 이사 B씨는 "김대남이 처음부터 만든 건 아니지만 그 사람(김대남)이 들어와서 조직했다. 우리가 열심히 도운 건 사실인데 김대남이 그걸 밟고 일어나서 국회의원 선거에도 나갔는데 떨어졌다"고 말했다.
김대남은 새민연의 회장 선출에도 관여했다고 한다. 김대남이 새민연 임원 회의에 한 인물을 데려와서 직접 추천했고, 새민연 회장으로 뽑힐 수 있게 해줬다는 것이다. 어차피 김대남이 앞으로 다 할 것이기 때문에 김대남이 원하는 사람을 해주자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내가 시작할 때 이사가 한 50명이었어요. 7,80명 계속 늘어났어요. 우리 회비가 1억은 됐어요. 100만 원씩 받아서 1억은 넘겼고 나머지 회장이 그때 천만 원인가 내고 부회장 얼마 이렇게 정해져 있고. 내가 기억하는 건 새민연이 사단법인 등록 직전까지 이미 그만큼 모아졌다고.
김대남이 김OO(전 인천신용보증재단 이사장)을 데리고 와서 “김OO 회장님을 추대합니다” 그러더라고. 회장님 되면 1천만 원 내는 조건도 달면서 “여러분들 추천을 좀 해 주십시오” 하다가 바로 “김OO를 추천합니다” 이러니까. 우리야 1천만 원이라는 부담을 안으면서 할 사람이 잘 없잖아. 앞으로 김대남이 다 할 건데 김대남이 원하는 사람을 하자 그래서 김OO가 회장이 된 거지.
- 새민연 전 이사A씨
새민연 사무실 계약자는 '김대남'...기부금 빼돌린 정황도
뉴스타파 취재 결과, 새민연 사무실 임대차 계약자는 김대남이었다. 취재진은 올 3~4월까지 새민연 사무실이 있었던 서울 도곡동 소재 OO빌딩의 임대인을 만날 수 있었다. 임대인은 "단 한 번도 김대남이 아닌 다른 사람이나 단체명으로 월세가 입금된 적이 없다. (임대차) 계약이 김대남 사장님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돈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새민연 홈페이지에 공개된 '2023년도 연간 기부금 모금액 및 활용실적 명세서'에는 새민연이 ○○빌딩에 임대료를 지출한 내역이 나온다. 임대료 납부자는 김대남이고, 김대남이 납부한 돈은 새민연의 기부금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김대남 측은 "해당 부동산은 (2022년) 강남구청장 선거사무실 용도로 임차하였고, 이후 새민연이 월세를 내고 사용하였으며, 건물주와 계약 종료일에 보증금, 월세 등 금전적 정산이 있었던 것 뿐"이라는 해명을 전해 왔다.
김대남이 자신이 소유한 업체로 기부금을 빼돌린 정황도 포착됐다. 새민연은 2023년 3월, 김대남의 개인 사업체 ‘○○물산’에 행사진행비 등으로 비용을 지출했다. 취재진은 ○○물산의 등기부등본에 나오는 주소지를 찾아가봤다. 서울 송파구 소재 건물인데, 소유자는 김대남이었다. 그곳은 김대남과 임대차 계약을 맺은 어린이집이 15년째 운영 중인 상태였다. 결론적으로 김대남이 소유한 ○○물산은 주소지만 그곳이었을 뿐, 실체가 없는 유령 회사였다. 이 같은 새민연 기부금 횡령 정황에 대해 김대남은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대통령실이 '위장 단체'로 언론사 직접 고발했을 가능성...윗선 규명이 관건
새민연의 탄생과 운영에 김대남 개인이 아닌 대통령실과 여당이 조직적으로 개입했을 가능성도 있다. 2022년 11월 17일, 서울 용산 국방컨벤션홀에서 열린 새민연 창립 대회에는 윤석열 정권의 실세들이 모두 모였다.
김기현 당시 국민의힘 당대표는 축사에서 "윤석열 정권의 탄생의 주역, 아마 개국공신이라는 표현이 더 좋을지 모르겠습니다만 바로 그 일등 공신들과 함께 새로운 윤석열 정부를 위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되어서 정말 기쁘게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강승규 당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새민연이 이러한 우리 사회에 진정한 정권 교체 완성의 죽비 역할을 해 주시기를 진심으로 바라마지 않습니다"라고 축사를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새민연이 윤석열 대선 조직을 시민단체로 처음 전환한 것이라며 감격의 마음을 밝혔다. 모두 새민연의 뿌리와 탄생 과정을 잘 알고 하는 듯한 발언이었다.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이었던 김대남이 개인적 일탈로 새민연을 만들고, 정권 비판 언론을 새민연이 고발하게 사주했을 확률은 적어 보인다. 이에 따라 새민연이 대통령실이 조직적으로 개입해서 만든 일종의 ‘위장 단체’는 아니었는지, 김대남의 윗선이 누구고 기부금 횡령 정황이 사실인지 등 앞으로 수사를 통해 가려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뉴스타파 박종화 bell@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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