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로빈후드”... 무지개 깃발 들고 경기장 난입한 남성 정체

박선민 기자 2022. 11. 30.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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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 페리(35)가 무지개 깃발을 들고 경기장에 난입했다. /인스타그램

28일(현지 시각) 카타르 루사일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포르투갈-우루과이전에서 관중의 난입으로 경기가 잠시 중단되는 일이 벌어졌다.

CNN에 따르면 이 남성은 전 축구선수이자 인권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탈리아 국적의 마리오 페리(35)다. 페리는 경기 후반 5분쯤 ‘우크라이나를 구하라’ ‘이란 여성에게 경의를’이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은 채 무지개 문양의 깃발을 들고 경기장으로 뛰어들었다.

페리는 약 30초간 경기장을 질주하다 보안요안들에 의해 끌려 나갔다. 중계 카메라에는 검은색 옷을 입은 보안요원이 페리를 뒤쫓는 모습, 알리레자 파가니 주심이 경기장 밖에 떨어진 무지개 깃발을 줍는 장면 등이 담겼다. 페리는 보안요원들에 의해 강제로 경기장 밖으로 퇴출당하기는 했지만, 따로 구금되지는 않았다.

마리오 페리(35)가 무지개 깃발을 들고 경기장에 난입했다. /인스타그램

페리는 “축구장에서 내 마지막 질주를 했다”며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경기장에 난입한 이유를 직접 밝혔다. 그는 “여성이 존중받지 못하고, 또 다른 고통을 받는 친구들이 있는 이란을 향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며 “세상은 변해야 한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용기와 행동을 토대로, 우리는 이들과 함께할 수 있다”고 했다.

페리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무재개 완장과 깃발은 금지했지만, 나는 막을 수 없다는 걸 로빈후드처럼 표현했다”며 “나는 인종 및 성별 등 모든 유형의 차별에 반대하고 자유로운 세상을 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를 구해야 한다. 나는 키이우에서 한 달 동안 지내면서 우크라이나 국민이 얼마나 고통받는지 봤다”며 “대의를 위해 규칙을 어기는 건, 결코 범죄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카타르는 이슬람 문화에 따라 동성애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다. 이에 독일, 잉글랜드, 네덜란드 등 유럽 7개팀 주장들은 다양성에 대한 존중의 의미로 무지개색 배경의 하트 디자인이 그려진 ‘원 러브 완장’을 차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FIFA는 원러브 완장을 착용할 경우 옐로카드를 주겠다며 이를 제지했다. 다만 관중들이 무지개 옷이나 깃발을 드는 것은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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