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69시간 논란을 복기해야 하는 이유

고용노동부가 3월6일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현행 일주일에서 더 넓히는 것이다. 현재는 특별한 제도를 이용하지 않는 한, 일주일에 52시간 넘게 일을 시키면 불법이다. 이걸 유연화해서, 일이 많은 주에는 52시간 넘게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반면에 일이 적은 주에는 52시간보다 덜 일할 수 있다. 일주일이 아니라 월·분기(3개월)·반기(6개월)·연 ‘평균’ 주 52시간 이내이면 된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현행 주 52시간 상한제가 “날로 다양화·고도화되는 노사의 수요를 담아내지 못하게 되었다”라며, 이번 근로시간 개편이 “노사의 ‘시간주권’을 돌려주는 역사적인 진일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런데 이로부터 불과 열흘 뒤인 3월16일, 대통령실 안상훈 사회수석은 브리핑에서 이렇게 말한다. “윤 대통령은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입법예고된 정부안에서 (근로시간에) 적절한 상한 캡을 씌우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감으로 여기고 보완을 지시했다.” 나흘 뒤인 3월20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개인적 생각에서 말씀한 것이지, (근로시간 개편) 논의의 가이드라인을 주고자 하는 의도는 아니었다. 의견을 수렴해 60시간이 아니라 그 이상 나올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 날인 3월21일, 이번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국무회의에서 발언했다. “주당 60시간 이상 근무는 건강 보호 차원에서 무리라고 하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 주당 근로시간의 상한을 정해놓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노동 약자들의 건강권을 지키기 어렵다.”
윤 대통령이 말한 ‘주 60시간 상한’은 3월6일 노동부가 발표한 근로시간 개편안에는 없는 내용이다. 그런데 노동부가 대통령실에 사전 보고도 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개편안을 발표한 것은 아니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3월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3월6일 발표한 근로시간 개편안과 관련해 용산 대통령실에 보고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큰 틀에서 다 보고를 드렸다”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비서관을 통해서 사회수석한테 보고했느냐’는 질문에 “예”라고 답했다.
그럼 의문이 생긴다. 만약 윤 대통령이 어떤 형태로든 주 노동시간에 ‘상한’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면, 왜 정부 개편안에 미리 반영되지 않았던 것일까? 이에 대해 안상훈 사회수석은 3월27일 〈시사IN〉과의 통화에서 “그랬으면 좋았겠지만, 노동부조차도 ‘주 69시간’이 논란이 될 줄 몰라서, 전체 보고 과정에서 그런 게 짚어지질 못했다”라고 말했다.

‘최장 주 69시간’이 나올 수 있는 계산 과정은 다음과 같다.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대로 주 52시간을 넘겨서 일할 수 있게 될 경우, 다른 주에는 짧게 일하더라도 특정 주에는 지나치게 길게 일해 과로사 우려가 생길 수 있다. 이에 정부는 적어도 하루 근무하면 다음 날까지 11시간은 연속으로 휴식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러면 하루 24시간 중 회사에 있을 수 있는 시간은 13시간(24시간-11시간)이다. 여기에 근로기준법상 4시간마다 30분씩 휴게시간을 줘야 하니, 하루 근로시간은 13시간에서 휴게시간 1시간30분을 뺀 11시간30분이다. 일주일에 적어도 하루는 쉰다고 가정하면, 특정한 주에 가능한 최장 노동시간은 69시간(11시간30분×6일)이 된다.
안 수석은 “이론적으로는 (주 69시간이라는) 극단치가 가능하지만, 개별 노동자가 거부권을 갖게 되어 있고, 통계상 노동시간은 훨씬 짧기 때문에 노동부 본인들도 실제로 그런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을 못한 거다. 일종의 확증편향(정보가 복잡하고 불분명한 가운데 자기 신념에 맞는 정보만 골라 신념을 강화하는 태도)이다. 보고할 때도, 보도자료에도 그런 내용이 전혀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노동부가 제대로 보고하지 않아서 대통령과 대통령실도 놓쳤다는 설명이다. “법의 영향을 시뮬레이션하는 것은 부처 몫인데, 입법예고 기간이라고 좀 만만하게 본 구석이 있는 것 같다. 확정되지 않은 안을 장관이 툭 던져서 오해가 생겼다. 만기친람(萬機親覽, 임금이 모든 정사를 친히 보살핌)도 분수가 있기에 모든 정책을 대통령이 다 아실 수는 없다. 관료들이 책상에만 앉아 있지 말고 현장에서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조금 더 세심하게 챙겨가자고 신발끈을 조이고 있다.”
그러나 안 수석의 설명과 달리, 노동부는 3월6일 근로시간 개편안 보도자료 ‘Q&A’에서 특정 주에는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사실 주 69시간이 논란이 된 지는 오래되었다. 지난해 7월 노동부가 출범시킨 ‘미래노동시장연구회’라는 조직이 지난해 12월12일 권고한 내용 중 하나가 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월·분기·반기·연으로 개편하라는 것이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3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권고 내용을 토대로 조속히 정부 입장을 정리하고 (…) 흔들림 없이 개혁을 추진하겠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날부터 이미 언론은 주 69시간 논란을 보도했고, 노동부 게시판은 이에 대한 ‘해명’으로 지난 몇 개월간 도배되다시피 했다. 새롭거나 숨겨진 논점이 아니라는 얘기다.


틈만 나면 등장한 ‘69시간’
더 심각한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 6월23일 이정식 노동부 장관이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현재 주 단위로 관리하는 근로시간을 월 단위로 관리할 수 있게 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이다. 다음 날인 6월24일 아침 출근길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제가 어제 보고를 받지 못한 게 아침에 언론에 나와서 확인을 해보니까 노동부에서 발표를 한 것이 아니고, 부총리가 노동부에 아마 민간 연구회라든가 이런 분들의 조언을 받아서 ‘노동시간 유연성에 대해서 좀 검토를 해보라’고 얘기를 한 상황이고, 아직 정부 공식 입장으로 발표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주무 부처인 노동부는 발칵 뒤집혔다. 대통령을 ‘패싱’하고 장관이 정책 방향을 발표한 꼴이 되기 때문이다. 혼란이 커지자 이날 오후 대통령실은 “(대통령이) 아침 신문을 보고 그게 정부의 최종 결정이 이뤄진 걸로 생각해서 ‘그런 보고는 못 받았다’고 하신 거다. 어제 발표에 대한 보고는 당연히 있었다”라고 해명했다. 지난해에도 정확히 같은 사안으로 대통령 말이 하루에 두 번 뒤집힌 것이다.
왜 근로시간 개편만 나오면 대통령 말이 번복되는가. 처음 정책 방향이 발표된 지난해 6월23일 〈한겨레〉 등이 ‘주 92시간 노동이 가능해진다’고 비판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의 법정 노동시간은 주 40시간이고, 일주일에 연장근로를 12시간까지 시킬 수 있다(그래서 52시간 상한제다). 그런데 월 단위로 연장근로를 계산하게 되면, 한 달이 4.345주니까 이론적으로 어떤 주에는 법정 노동시간 주 40시간에 한 달 연장 노동시간 약 52시간(12시간×4.345주)을 몰아서 시킬 수도 있지 않느냐는 논리다. 이 계산으로는 주 최장 노동시간이 92시간이다. 이에 노동부는 ‘근무일과 근무일 사이 11시간 연속 휴식시간을 부여’하므로 주 92시간은 불가능하다고 해명했고, 미래노동시장연구회도 11시간 연속 휴식시간 부여를 권고했다. 이렇게 일주일 내내 일하면 80시간30분, 일주일에 하루 쉬면 69시간이다. 그나마도 이번 정부 개편안에는 ‘11시간 연속 휴게시간’을 꼭 부여하지 않아도 주 64시간까지 일을 시키는 것도 가능하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근로시간은 사실상 윤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에 가깝다. 윤 대통령은 정치 참여를 선언한 직후인 2021년 7월18일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청년세대 스타트업을 만났다며 “게임 하나 개발하려고 하면 한 주에 52시간이 아니라 주 120시간 일해야 한다는 거야. 한 2주 바짝 하고 그다음에 노는 거지”라고 말했다. 논란이 되자 “현장의 문제의식을 그대로 전달한 것이지 실제로 120시간씩 과로하자는 취지가 전혀 아니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주 52시간 상한제를 기존보다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뜻은 분명히 했고, 대선후보 시절 ‘근로시간 유연화’를 공약했으며, 국정과제에도 포함시켰다.

우군인 줄 알았던 청년층의 반발
결국 주 120시간에서 92시간, 80시간30분, 69시간으로 바뀌긴 했지만, ‘근로시간 유연화로 특정한 주에 최장 몇 시간을 일하게 되는가’는 윤 대통령이 후보이던 시절부터 단 한순간도 논란이 아닌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최근까지 윤 대통령은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고 단 한 차례도 밝힌 적이 없다. 〈매일경제〉 인터뷰로부터 1년8개월 만에 처음 대통령의 의중이 드러난 것이다. 실은 지금도 탄력근로제라는 제도를 이용하면 주 64시간 노동이 가능하다. ‘60시간 상한’을 엄밀히 적용하려면 있는 법도 뜯어고쳐야 한다.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노동법)는 “대통령이 무슨 근거인지도 모를 주 60시간 상한을 즉흥적으로 대안으로 말하는 것은 매우 황당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노동조합 조직률이 14%에 불과한 상황에서 ‘바짝 일하고 쉬는’ 모델이 작동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는 양대 노총(민주노총·한국노총)으로부터 꾸준히 나왔다. 그럼에도 최근에야 윤 대통령의 심경이 바뀐 것에는 ‘MZ 세대(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합친 말) 노조’라 불리는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새로고침)’의 반대가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30~40대 대기업과 공기업 사무직이 주축인 새로고침은 3월6일 정부 개편안이 발표된 지 사흘 뒤인 3월9일 “연장근로 관리 단위 확대에는 근로조건 최저기준을 상향해온 국제사회의 노력과 역사적 발전을 역행 내지 퇴행하는 요소가 있다” “시기상조”라며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그리고 닷새 만인 3월14일 윤 대통령은 ‘MZ 세대 의견을 면밀히 청취해 보완점을 검토하라’고 콕 집어 지시했다. 이후 3월16일 대통령의 ‘60시간 상한’ 입장이 처음 나왔다. 노동부 장관은 3월15일과 3월22일 부랴부랴 새로고침과 간담회를 가졌고, 3월24일 국민의힘 청년 지도부와 대통령실 청년 행정관, 노동부 관계자 등은 새로고침과 ‘치맥 회동’을 했다. 그러나 주 60시간 상한을 전제로 한 노동시간 유연화 역시 “노동자가 원하지 않는 안”이라고 유준환 새로고침 의장(LG전자 사람중심노조 위원장)은 재차 반대 의사를 밝혔다.

국민의힘 환노위 간사를 맡고 있는 임이자 의원은 “기자들과 노동계에서 프레임을 짰을 뿐 주 69시간 하는 데는 거의 없는데, MZ 세대가 오해를 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송시영 새로고침 부의장(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위원장)은 〈시사IN〉과 만나 ‘주 60시간 상한을 전제로 한 근로시간 유연화’에도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취지는 좋다고 생각한다. 다만 정부 의도대로 어떤 주에 바짝 일하면 다른 주에는 쉬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충분한 휴식이 보장되기 어렵다. 대체 근무자도 없을뿐더러, 있는 연차도 못 쓰지 않나. 무엇보다 진짜 직원들이 원하는 건 본 근로시간(주 40시간)의 유연화지, (주 52시간을 넘어가는) 연장근로 확대 범위의 유연화가 아니다. 경영계에서 말하듯 생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노동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생각은 진짜 구시대적이라고 본다. ‘글로벌 스탠더드(국제 표준)’를 말하는데, 유연화가 스탠더드이지 연장근로 확대가 스탠더드인가?”
기존 양대 노총과 대립각을 세우는 윤석열 정부는, 노조 회계 투명성 확보에 공감을 표한 새로고침을 ‘우군’으로 여겼던 듯하다. 하지만 새로고침도 ‘노동자협의회’다. 사용자 친화적 정책에 마냥 찬성할 이유가 없다. 윤석열 정부 노동개혁의 두 축 중 하나는 근로시간 유연화, 다른 하나는 호봉제에서 직무·성과급으로의 임금체계 개편이다. 노동개혁의 또 다른 과제인 공공부문 임금체계 개편에서도 새로고침의 목소리가 정부 입맛대로일 것 같지는 않다. 공기업인 서울교통공사에 재직 중인 송시영 새로고침 부의장은 “새로고침의 공공부문 노조들은 직무·성과급에 반대한다. 제대로 된 성과 평가가 어려워서 공무원도 안 하고 있지 않나. 오히려 양대 노총의 관리자들이 좋아하지 MZ 세대는 (직무·성과급을) 싫어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MZ 세대가 성과급 결정의 투명한 공개를 요구하는 것과 성과급 비중 확대를 선호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지난해 12월 미래노동시장연구회 권고안이 나오기 직전인 지난해 11월, 연구회에 참여한 학자 12명 중 유일한 직업환경의학 전문의가 사의를 표한 사실이 KBS 보도로 뒤늦게 알려졌다. 노동부가 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2월24일 연 ‘근로시간 제도 개편 대국민 토론회’에 양대 노총이 불참한 가운데, 새로고침 유준환 의장만 참석해 반대 의견을 냈다. 이미 제기되던 ‘다른 목소리’를 묵살한 채 발표된 노동시간 개편안에 젊은 세대일수록 반대했고, 2030의 국민의힘 지지율마저 출렁이면서 당·정·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충돌하는 이해관계를 조정해 공동체를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일. ‘법치’만 외치며 윤석열 정부가 회피해온 ‘정치’가 어쩌면 노동개혁 과정에서, 새로운 형태의 노조로부터 시작될지도 모른다. 반대 의견에 ‘가짜뉴스’ ‘오해’라는 딱지를 붙여온 윤석열 정부가 달라질 수 있을까. ‘오락가락 주 69시간 논란’ 뒤에 남은, 노동개혁뿐 아니라 연금·교육개혁의 성패도 가를 질문이다.
전혜원 기자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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