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대표 후보 ‘재선출’ 이유는…여권의 노골적 ‘구현모 반대’ 못 버틴 듯
KT 이사회가 9일 차기 대표 선출을 원점으로 돌린 것은 여권의 노골적인 구현모 대표 연임 반대 외압성 언행을 버틸 재간이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KT는 최근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을 지낸 이강철 사외이사의 자진 사퇴로 분위기 전환을 기대했으나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여권의 ‘구현모 체제 KT’에 대한 ‘냉대’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게 통신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달 중순 방한이 예정된 몽골 정부 고위인사가 정부 인사들을 만나는 자리에도 구 대표의 참석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면서 “외국인 최초로 몽골 정부 최고기술책임자(CTO)에 임명된 구 대표는 ‘첨단산업의 쌀’로 불리는 희토류 수입을 중개하며 특사를 자처했지만 정부의 반응은 냉랭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가 일제히 참석하는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 2023’ 행사에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KT 부스만 방문하지 않기로 했다는 얘기까지 나돈다. 이 장관은 구 대표와 함께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공식 행사에서 연사로 섭외된 상태다.
구 대표는 이날 국내 주요 기관투자가들과 만나기로 한 대면 미팅을 취소했다. 당초 구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명동의 한 호텔에서 ‘CEO의 올해 및 중장기 전략 방향 제시’를 주제로 발표할 예정이었다. 최고재무책임자(CFO) 대신 구 대표가 직접 연단에 서기로 했지만 이번 이사회 의결로 취소된 것이다.
KT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3.0% 증가한 25조6500억원으로 1998년 상장 이후 매출 25조원 시대를 열었다. 영업이익도 1조6901억원을 기록해 2년 연속 1조6000억원을 웃돌았지만 이번 대표 후보 ‘재선출 해프닝’으로 성과가 퇴색됐다.
재계에서는 KT 다음 타깃이 어떤 기업일지에 주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정부에서 연임에 성공해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포스코 회장이 거론된다. 또 금융위원회가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독립성과 내부 통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연임 가도를 달리고 있는 금융지주 회장들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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