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신공격 없던 월즈-밴스 토론…“잘했다” 평가 49:51로 비슷
미 중서부 ‘흙수저’ 출신의 맞대결로 주목받았던 이번 토론이 예상과 달리 별다른 충돌 없이 마무리되자 초박빙인 대선 판세를 흔들기엔 역부족이란 분석이 나온다. 두 후보는 토론이 끝난 뒤에도 악수를 나눴고, 부인을 서로에게 소개하는 등 이번 미 대선의 선거운동에서 찾아보기 힘들 만큼 상대방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로이터 통신 등은 ‘중서부의 친절함(Midwestern Nice)’이 발현됐다고 평했다.
● 대선 후보 공격 집중한 부통령 후보들
월즈 후보와 밴스 후보는 토론 시작부터 상대방 대선 후보에 대한 공세에 집중했다. 월즈 후보는 ‘이스라엘의 이란에 대한 예방적 타격에 찬성하느냐’는 질문에 즉답하는 대신에 “트럼프 참모들은 세상이 혼란스러울 때 그가 얼마나 위험한 사람인지 잘 알고 있다”며 트럼프 후보를 공격했다. 이어 “유세 군중 규모에나 집착하는 여든 노인 트럼프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십이 없다”며 “트럼프는 동맹국에 변덕스럽고 푸틴(러시아 대통령)이나 북한과 가까이 지낸다”고 비난했다.
이에 밴스 후보는 “지난 3년 반 동안 부통령이었던 사람은 나의 러닝메이트(트럼프)가 아니라 당신의 러닝메이트(해리스)”라며 “트럼프는 지속적으로 세계를 더 안전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불법이민과 낙태 이슈를 두고도 설전을 벌였다. 월즈 후보는 거짓으로 드러난 ‘아이티 출신 이민자들이 개와 고양이를 잡아먹는다’는 트럼프 후보의 발언을 지적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이민자를 악마화한다”고 비판했다. 밴스 후보는 “나는 국경 차르(책임자)인 해리스보다 남부 국경을 더 많이 가봤다”고 응수했다. 월즈 후보가 “트럼프가 당선되면 피임이 불가능해지고 불임 치료를 없앨 수 있다”고 하자 밴스 후보는 “민주당은 급진적인 임신중절에 찬성하고 있다”고 맞섰다.
이번 토론에서 가장 긴장감이 높았던 순간은 대선 결과를 수용할 것이냐를 놓고 설전이 벌어졌을 때였다. ‘트럼프 후보가 2020년 대선에서 패했느냐’는 질문에 밴스 후보가 “미래에 대한 질문에 집중하고 싶다”며 계속 답변을 피하자 월즈 후보는 “그건 빌어먹을 무응답(damning nonanswer)”이라고 압박했다. 이에 밴스 후보는 당시 트럼프 후보의 소셜미디어 계정이 차단된 것을 언급하며 “해리스는 정부와 빅테크를 이용해 사람들의 생각을 검열한다”고 주장했다.
● 월즈 “공통점 많아”, 밴스 “월즈 당선되면 돕겠다”
이날 토론은 당초 공격적인 토론을 즐기는 밴스 후보와 중서부 특유의 직설 화법을 가진 월즈 후보의 ‘난투극’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고성이나 서로를 향한 인신공격 없이 안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논란이 됐던 과거 발언을 깔끔하게 인정하는 모습도 보였다. 월즈 후보는 거짓 논란이 일었던 ‘중국 톈안먼 사태 당시 홍콩에 있었다’는 발언에 대해 “내가 멍청했다”고 인정했다. 밴스 후보도 과거 트럼프 후보를 ‘미국의 히틀러’가 될 수 있다고 비판한 것을 두고 “내가 틀렸다”고 답했다.
마무리도 훈훈했다. 월즈 후보는 “오늘 토론은 즐거웠고 공통점이 많았다”고 했으며, 밴스 후보는 “월즈가 부통령이 되면 그를 위해 기도하고 언제든 돕겠다”고 했다.
CNN방송이 여론조사기관 SSRS에 의뢰해 실시한 토론 시청자 대상 여론조사에선 응답자 51%는 밴스 후보가, 49%는 월즈 후보가 더 토론을 잘했다고 답했다. 월즈 후보의 호감도는 토론 전 46%에서 59%로 높아졌으며, 밴스 후보도 30%에서 44%로 올라갔다.
부통령 지명 뒤 각종 구설에 휘말리며 호감도가 추락했던 밴스 후보가 사실상 이번 토론에서 승리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밴스는 낙태 이슈 등에 대한 터무니없는 설명조차 세련된 화법으로 전달하며 트럼프가 왜 자신을 러닝메이트로 택했는지 보여줬다”며 “초반에 다소 버벅거렸던 월즈는 실망스러웠지만, 이번 토론이 유권자 마음을 바꿔놓긴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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