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진'에 뛰어든 오비맥주…'소맥' 시너지 낼까

김아름 2024. 9. 1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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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유통] 오비맥주, 제주소주 인수
해외 K-소주 시장 공략 계획
국내 영업력 바탕…시너지 기대
그래픽=비즈워치
[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편집자]

꿈은 이루어진다

국내 주류업계는 늘 치열합니다. 국내 주류 판매 1, 2위인 소주와 맥주를 모두 운영하며 점유율을 뺏고 뺏기는 사이입니다. 소주 부문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는 하이트진로는 맥주 시장에서는 '테라'와 '켈리'를 앞세워 오비맥주의 '카스'를 추격 중입니다.

롯데칠성은 그런 하이트진로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립니다. '클라우드'와 '크러시'가 포진한 맥주 시장에선 격차가 영 줄지 않고 있지만 '처음처럼'과 '새로'가 있는 소주 시장에서는 굳건한 2인자로 '참이슬'의 왕좌를 노립니다. 

반면 맥주 1위인 오비맥주는 그간 소주 사업에 참여하지 않으며 '맥주 전문 기업' 이미지를 쌓아왔습니다. 국내 유흥 주류 시장이 사실상 '소맥' 시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아쉬울 법 한 지점입니다. 이에 하이트진로가 '테슬라(테라+참이슬)', '태진아(테라+진로)' 등을, 롯데칠성이 '구름처럼(클라우드+처음처럼)' 등 소맥 마케팅을 펼칠 때도 오비맥주는 중립을 지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픽=비즈워치

오비맥주가 소주에 아예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건 아닙니다. 지난 2005년 법정관리 중이었던 진로가 매물로 나오면서 오비맥주는 유력 인수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됐습니다. 당시 오비맥주는 모기업인 인베브가 대한전선과 손잡고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뛰어들었죠. 그 전에는 후보 중 하나였던 두산이 오비맥주와 손잡을 것이란 추측도 나왔습니다. 결과적으로는 하이트에 진로를 빼앗겼지만요. 

이후 오비맥주는 소주에 대한 관심을 접고 맥주에 집중합니다. 결과는 좋았습니다. 2011년엔 하이트를 누르고 맥주 점유율 1위를 차지했고요. 지금까지 확고한 1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맥주 시장에서 오비맥주의 점유율은 55.3%입니다.

그래픽=비즈워치

그리고 이번 주, 오비맥주는 신세계의 애물단지였던 '제주소주' 인수를 발표했습니다. 제주소주는 지난 2016년 이마트가 190억원에 인수한 지방 소주 기업입니다. 인수 후 '푸른밤'이라는 신제품 소주를 내놨죠. 당시 정용진 부회장이 인수부터 신제품 출시까지 진두지휘하며 이슈가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제주소주는 그룹의 천덕꾸러기 신세가 됩니다. 시장 안착에 실패하고 자본잠식에 빠지면서 2021년 신세계L&B에 흡수합병되고요. 올 초엔 다시 '제주소주'로 분할됩니다. 신세계L&B의 와인 중심 포트폴리오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였는데요. 이미 매각을 염두에 둔 것이란 추측이 많이 나왔고, 결국 현실이 됐습니다.

어디로 갈까

오비맥주는 제주소주 인수와 국내 소주 시장 공략을 연결짓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제주소주가 푸른밤의 실패 이후 동남아시아 과일소주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만큼, K-소주 열풍을 타고 오비맥주의 맥주를 글로벌 시장에 소개하고 싶다는 목표도 밝혔죠. 

하지만 현실적인 목표로 보이진 않습니다. 업계에선 제주소주의 수출물량을 연 60만병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매출로 환산하면 수억원 수준입니다. 하이트진로의 올해 소주 수출 전망치가 1500억원이 넘는다는 걸 고려하면 유의미한 매출은 아니죠.

제주소주의 주력인 ODM 과일소주의 경우 현지에 미투 제품이 늘어나면서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 등 대형 소주 제조사들도 고전하고 있습니다. 카스와의 시너지는커녕 생존 자체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동남아시아의 과일소주/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결국 답은 다시 '국내 시장'입니다. 오비맥주는 국내 맥주 1위 브랜드입니다. 전국 어느 편의점, 대형마트, 술집, 밥집을 가도 "카스 주세요"는 먹힙니다. 전국 구석구석까지 단단한 영업망이 촘촘히 뻗어 있습니다. 그런 만큼 소주 신제품을 선보일 경우 빠르게 영향력 확대가 가능합니다. 점유율 40%가 넘는 카스와 연계해 시도할 수 있는 마케팅도 무궁무진합니다.

물론 소주 시장은 '참이슬+진로'와 '처음처럼+새로'가 사실상 독과점에 가까운 영향력을 자랑하는 시장입니다. 내로라하는 지방 소주사들이 수도권 공략을 위해 올라왔다가 오히려 자신들의 점유율만 뺏기는 일도 비일비재 했었죠. 하지만 오비맥주는 상황이 다릅니다. 신제품의 가장 큰 고비인 초반 시장 안착은 카스를 통해 해결될 수 있습니다.

오비맥주의 방향성은 빨라도 내년은 돼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제주소주에 기존 소주 브랜드가 없었던 만큼 A부터 Z까지 모든 브랜딩 작업을 새로 해야 합니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 역시 새 경쟁자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겠죠. 이래저래 내년 소주 시장이 기대됩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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