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스 美 부통령 평창올림픽 개막식 기록의 진실은?

남궁창성 2022. 11. 20.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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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기자 당시 취재노트 및 사진 '화제'
만찬 헤드테이블 DPRK(김영남) 맞은편 펜스 부통령 배치
개막식 정상좌석 1열 펜스 부통령, 2열 김영남 김여정 분리

마이크 펜스 미국 전 부통령이 최근 발간한 저서 ‘신이여 나를 도와주소서(So Help Me God)’에서 밝힌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당일 비화가 주목을 끌고 있는 가운데 당시 상황을 반영하는 본지 취재기자의 당시 취재노트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펜스 전 부통령은 저서에서 2018년 2월 9일 평창올림픽 개막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과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여정 부부장 간 만남을 권유했지만 이를 고의로 피했다고 밝혔다.

▲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2월 9일 오후 평창올림픽 개막식 리셉션에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오른쪽)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 왼쪽은 아베신조 일본 총리. 사진/청와대 공동취재단

그는 김영남·김여정과 사진이 찍힐 것을 꺼려해 아베신조 일본 총리와 고의로 리셉션에 늦게 입장하고, 문재인 정부가 펜스 부통령과 김영남을 같은 만찬장 헤드 테이블에 자리를 나란히 배치했으나 만찬에 불참했다고 전했다.

부친이 6·25전쟁 참전 용사인 펜스 전 부통령은 당시 2017년 북한에서 억류됐다 풀려난 뒤 숨진 미국인 대학생 고 오토 웜비어 부친 프레드 웜비어와 같이 한국을 찾아 탈북민들과 만나고, 평택 해군 2함대 천안함 기념관도 방문했다.

펜스 전 부통령은 저서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우선 순위는 한반도 통일이었기 때문에 나와 김정은 여동생 김여정, 김영남 간 만남을 열망했다”며 “문 대통령의 연출로 북한 인사들과 나는 헤드 테이블에 같이 앉는 걸로 돼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연회에 앞서 그룹별 사진 촬영이 예정돼 있었는데 아베 총리와 나는 고의로 지각하고 불참했다”고 했다.

펜스 부통령과 아베 총리는 실제로 당시 문 대통령이 환영사를 마칠 때까지 입장하지 않아 당시 우리 측에서는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이 나왔다.

▲ 2018년 2월9일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에 앞서 열린 만찬장 헤드 테이블 좌석 배치도. 바로 앞에 북한 김영남 자리를 의미하는 ‘DPRK’라는 표기가 보인다. 맞은편 11시 방향에는 미국 부통령과 그 배우자 자리가 배치돼 있다. 사진/남궁창성

리셉션 시간 10분을 넘겨 행사장에 도착한 펜스 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의 안내를 받았다.

그는 “문 대통령이 나와 김영남, 김여정 간 만남을 정중하게 강요할 것이 명백했다. 그렇게 되면 북한에게는 거대한 상징적인 승리를 의미하는 것이고 (내게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문 대통령이 나와 아베 총리, 우리 배우자들을 김영남 쪽으로 안내했지만 거리를 유지했다”고 했다. 이어 “(김영남 위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정상들과 악수를 한 뒤 행사장 밖으로 퇴장했다”고 썼다.

그는 평창올림픽 개막식 때도 “뒷줄 바로 오른쪽에 앉아있던 김여정을 무시했다”고 했다. 당시 펜스 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 부부, 아베 총리와 같은 줄에 앉았다.

그는 “다른 자리 배치도 제안받았지만 거기 앉거나 같이 서서 한·미·일이 북한의 공격성에 맞서 단결돼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펜스 전 부통령의 기록은 당시 미·북 2인자 간 만남에 큰 의미를 부여하며 이를 선전했던 문재인 청와대 인사들의 얘기와도 배치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그날 오전까지만 해도 청와대 측은 리셉션 헤드 테이블 좌석 배치와 관련 “미·북 양쪽의 양해를 받았다. 펜스 부통령, 김영남 위원장 두 사람이 한자리에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했다.

▲ 2018년 2월9일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장 주요 정상급 인사 좌석 배치도. 사진/남궁창성

하지만 펜스 부통령이 김영남 위원장과의 만남을 회피하며 행사장을 퇴장하자 당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펜스 부통령은 일정 협의 과정에서부터 불참 의사를 내비쳤다. 테이블 좌석도 준비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펜스 회고록에서 “모든 대표단이 만찬을 위해 자리에 앉았을 때 그 방에는 두 자리가 비어 있었다. 네임 카드에는 펜스 부통령, 펜스 여사라고 적혀 있었다”고 했다.

이와 관련 당시 청와대 취재기자의 일원으로 문 대통령을 동행해 현장을 취재했던 본지 기자의 취재노트에도 펜스 전 부통령의 증언을 반영하는 기록이 확인돼 주목된다.

만찬장 헤드테이블 좌석 배치는 청와대 설명과는 달리 북측 김영남 상임위원장(DPRK) 맞은편 11시 방향에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부인 카렌 펜스 여사 그리고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연방 대통령이 배치됐다. 또 김영남 왼쪽에는 쿠테레쉬 UN 사무총장, 오른쪽에는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부인 클라우디아 바흐 여사가 자리했다.

▲ 2018년 2월9일 평창 동계올림픽 만찬장 주요국 정상급 인사 동선 및 도착 시간안내 자료. 사진/남궁창성

청와대는 펜스 부통령이 선약을 이유로 만찬 불참을 알려와 좌석 배치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만찬장 헤드테이블에는 이들 부부 자리 2석이 김영남 맞은편에 있었다.

또 개막식 정상급 인사 좌석은 행사장을 마주보며 제1열에는 문 대통령, 김정숙 여사,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 부인 카렌 펜스 여사, 아베신조 일본 총리, 한정(韓正)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이 자리했다. 그리고 제2열에는 근접 통역요원이 문 대통령 바로 뒤에 앉고 이어 김영남, 김여정, 그리고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연방 대통령과 부인 엘케 뷔덴벤더 여사가 앉았다.

아울러 당시 주요 정상급 인사의 만찬장 도착 순서는 네덜란드 왕국 마크 루터 총리를 시작으로 IOC 토마스 바흐 위원장을 비롯해 IOC 위원인 룩셈부르크 앙리 대공, 모나코 공국 알베르 2세 대공, 네덜란드 왕국 빌렘 알렉산더 국왕, UN 쿠테레쉬 사무총장(이상 버스동승 이동), 그리고 중국, 미국, 일본, 독일 정상 및 배우자 순으로 1분30초 간격으로 하차했다.

4년9개월전 평창올림픽 개막식장의 막전막후 비사가 마이크 펜스 전 미 대통령의 저서와 본지 기자의 취재 노트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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