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시 '50만 자족도시' 구상] '반도체 교통망' 구축…AI·드론산업 생태계 조성
평택~부발선·동서횡단선, 하이닉스와 연결
마장역 유치, 글로벌 소부장 유입 '인센티브용'
>>> 중부권 'AI 산업 메카' 진화
반도체 생산기지 넘어 AI 신산업 전초기지로
대월면 소부장·마장 반도체 단지 '허리 역할'
>>> 남부권 '드론'·북부권 '국제업무' 청사진
장호원·율면 '미래 첨단산업 실증 기지' 메카
신둔·이천·부발, 명품주거·국제업무도시로
>>> 생활이 축제가 되는 도시
문화·관광벨트 묶어 '머물며 즐기는 도시' 완성
K컬처스토리밸리·온천리조트 등 관광객 유혹
대한민국 지자체들이 '소멸'이라는 단어 앞에 신음하고 있다. 수도권 외곽 도시들조차 인구 감소와 고령화, 청년층 유출이라는 삼중고에 직면한 가운데, 이천시는 자족도시의 인구 규모를 50만 명으로 설정했다.
하지만 이천의 구상은 단순한 '덩치 키우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SK하이닉스라는 단일 산업 엔진에 의존해온 도시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조하고, 철도와 도로라는 새로운 '혈류'를 공급해 수도권 동남부의 자생적 거점으로 거듭나겠다는 생존 전략이다.

▲ '반도체 철도망', 수도권 지도를 새로 그리다
그간 이천은 영동고속도로와 중부고속도로가 교차하는 사통팔달의 요충지로 불렸지만, 정작 내부를 들여다보면 특정 권역에 쏠린 IC 접근성과 대중교통망 부재가 성장의 발목을 잡아왔다. 이천시는 이를 '격자형 도로망'과 '반도체 철도 라인'이라는 강공법으로 정면 돌파한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평택~부발선과 경기남부 동서횡단선(반도체 라인)이다. 이 노선들은 삼성전자의 평택과 SK하이닉스의 이천 기지를 실질적으로 연결하는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의 핵심 혈관이 될 전망이다. 특히 마장역 유치와 연계된 반도체 지원단지 조성은 단순한 교통 거점을 넘어, 글로벌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을 이천으로 끌어들이는 강력한 인센티브가 될 것으로 보인다.

▲ 'HBM'의 심장부, AI 산업의 메카로 진화하는 중부권
이천의 경제 심장인 중부권은 이제 단순한 반도체 생산 기지를 넘어 'AI(인공지능) 신산업'의 전초기지로 진화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력을 보유한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반도체 특성화 대학과 R&D 센터, 벤처타운을 결합한 완결형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대월면의 소부장 산단과 마장의 반도체 지원 협력단지는 이 생태계의 허리 역할을 맡는다. 주목할 점은 '물리적 AI' 시대를 대비한 로봇산업과 이차전지 산업의 육성이다. 모가 지역을 로봇 산업의 거점으로, 마장을 이차전지 중심지로 키워 반도체 경기에만 좌우되던 도시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호법면 일원에 조성될 국방·항공 장비 시험인증기관과 첨단 의료복합단지 역시 이천의 산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중요한 축이 될 전망이다.
▲ 남부권의 '드론' 날개와 북부권의 '국제업무' 청사진
그동안 개발의 온기가 상대적으로 덜했던 남부권(장호원·율면)은 '미래 첨단산업의 실증 기지'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얻는다. 장호원 일원에 들어설 드론 테스트베드와 R&D 지원센터는 물류, 스마트농업, 국방, 촬영 등 전 분야를 아우르는 드론 기술의 메카가 될 예정이다. 율면의 드론 관제센터와 서바이벌 경기장은 관광 산업과의 결합을 통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모델로 설계됐다.

▲ '생활이 축제가 되는 도시', K-컬처로 완성하는 정주 여건
산업이 도시의 뼈대라면, 문화는 그 안에 흐르는 피와 같다. 이천 전역을 묶는 '문화·관광벨트'는 이천을 '일만 하는 도시'에서 '머물며 즐기는 도시'로 정의한다. 신둔면의 'K-컬처 스토리 밸리'와 성호호수의 테마파크는 K-pop,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글로벌 콘텐츠 제작의 산실이자 관광객들을 유인하는 마중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담대한 도전, '이천형 모델'의 성공 과제는
이천의 미래도시 구상은 지자체의 흔한 홍보용 계획을 넘어, 국가 전략 산업인 반도체를 지렛대 삼아 도시 전체를 플랫폼화하려는 시도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첫째, 수도권 규제라는 거대한 벽을 넘기 위한 중앙정부와의 정교한 협상이 필수적이다. 둘째, 대규모 인프라 구축을 위한 천문학적 재원 조달 방안이 구체화되어야 한다. 셋째, 급격한 도시 팽창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원도심과의 격차 해소와 원주민들과의 공감대 형성도 놓쳐선 안 될 대목이다.
이에 대해 김경희 이천시장은 "도시 간 경쟁이 치열한 시대에 현실 안주는 곧 쇠퇴를 의미한다"며, "지금의 선택이 이천의 향후 50년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천시가 추진하는 '미래도시'는 산업과 교통, 문화와 정주 여건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이천형 도시 재건축의 마스터플랜이라고 하겠다.
이천의 도전은 단순히 한 도시의 발전을 넘어, 대한민국 중소도시가 첨단 산업을 통해 어떻게 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자생력을 갖출 수 있는지 보여주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다. 20년 뒤, 50년 뒤 이천의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행복도시'를 향한 이천의 행보에 경기도를 넘어 대한민국 전체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천=홍성용 기자 syh224@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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