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 꽈당'하면 치료비 책임..버스기사들 "그래도 과속 할 수 밖에 없다"

김성진 기자 2022. 10. 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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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세 김모씨는 올 초 손녀 집에 버스를 타고 가다가 엉덩방아를 찧었다.

법적으로 버스가 급출발, 급정거해 승객이 다치면 버스 기사에게도 배상 책임이 있다.

버스도 운행 중 승객이 다치면 기사가 책임을 진다.

재판부는 승객이 고의로 다친 게 아니라면 버스기사에게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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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5일 오전 서울 시내 도로에 버스가 운행하고 있다./사진=뉴시스

83세 김모씨는 올 초 손녀 집에 버스를 타고 가다가 엉덩방아를 찧었다. 버스가 서기 전 노약자석에서 미리 일어났다가 버스가 급정거하자 중심을 잃었다. 다행히 김씨가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버스가 멈추고 일어나면 안 됐느냐'고 묻자 김씨는 "버스기사들은 기다리지 않고 문을 닫아버린다"고 했다.

다리를 다친 환자나 노인이 앉기 전 출발하거나 아직 내리지 못했는데 하차 문을 닫는 버스기사가 적지 않다. 법적으로 버스가 급출발, 급정거해 승객이 다치면 버스 기사에게도 배상 책임이 있다. 그런데도 버스 기사들은 운행을 서두르는데 그 이면에는 회사 성과 이윤 등 나름의 '속사정'이 있었다.
버스 간격 못 맞추면 회사에 불이익

현행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3조에는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는 그 운행으로 다른 사람을 사망하게 하거나 부상하게 한 경우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돼 있다. 버스도 운행 중 승객이 다치면 기사가 책임을 진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대법원은 버스기사가 승객에게 약 100만원 치료비를 줘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해당 승객은 2017년 버스가 서기 전 자리에서 미리 일어났다가 버스 제동에 뒤로 넘어져 허리를 다쳤었다. 재판부는 승객이 고의로 다친 게 아니라면 버스기사에게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승객이 다치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버스기사들도 안다. 익명을 요구한 A 기사는 "다친 승객에게 그 자리에서 치료비를 물어준 기사들도 있다"고 했다.

버스기사들은 운행을 서두를 수밖에 없다고 한다. 서울시는 매년 15개 항목을 평가해 65개 시내버스 회사들 등수를 매긴다. '성과 이윤'을 차등 지급하기 위함이다. 40등 미만 등수를 받았고 1000점 만점 중 850점을 넘기지 못한 회사는 성과 이윤을 아예 받지 못한다.

평가 항목 중에는 '배차정시성'이 있다. 서울시가 미리 정한 배차 간격을 버스들이 실제로 지키는지 평가받는다. 시민들에게 '예상 가능한 버스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지만 도로 위 변수들에 대응해야 하는 버스 기사들 부담은 크다고 한다. 특히 출·퇴근시간에 버스기사들은 어떻게든 앞차와 간격을 좁혀 놓으려고 한다고 한다.

A 기사는 "시간을 벌어놓으려는 것"이라며 "차가 덜 막힐 때 빨리 가려고 하고 문도 빨리 닫아 대기 시간을 줄이려 한다"고 했다.
버스기사들은 '휴식'을 위해서도 운행 시간을 줄이려 한다. 현행 자동차운수사업법상 버스 기사는 1회 운행을 마치면 10분 이상 쉬게 돼 있다. 2시간 이상 운행을 하면 15분, 4시간 이상 운행하면 30분 쉬는 시간이 보장돼야 한다. 대부분 서울 시내버스 운행 시간은 2시간이 넘는다.

문제는 일부 버스 회사들이 버스가 차고지에 들어오는 시간부터 휴식시간에 포함한다는 점이다. 보통 버스 기사들은 운행을 마치면 주유, 차내·차외 세차 등을 해야 하지만 이 시간을 휴식시간에 포함하는 경우가 있다는 얘기다. A 기사는 "충분히 쉬지 못하고 다시 운행하는 때가 있다"며 "운행 시간을 줄여야 충분히 쉬고, 다음 운행도 안전하게 할 수 있다"고 했다.

위성수 서울시버스노조 교육홍보국장은 "일본은 웬만한 사안에 철저해도 버스 운행 시간은 안 지킨다는 말이 있다"며 "고령 승객들의 안전을 신경 써서 앉을 때까지 기다리기 때문"이라 했다.

위 국장은 "기본적으로 한국 버스 서비스는 출퇴근하는 승객들을 위해 '신속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하지만 고령 승객도 많고 다친 승객들도 버스를 이용하는 만큼 안전성도 지켜지도록 버스 서비스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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