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올부터 스벅·던킨까지…돈 되는 ‘사은품’ 중고시장서 불티
화장품 사면 주는 지갑·파우치·거울…주부 사로잡은 쏠쏠한 ‘사은품 재테크’
제품 판촉을 위해 증정하는 ‘사은품’이 오히려 주인공인 제품보다 인기를 끌면서 주객이 전도되는 현상이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기간 한정으로 사은품을 증정하다보니 희소성에 힘입어 더 큰 인기를 얻는 식이다. 최근 재테크족 사이에선 인기있는 사은품을 되팔아 차익을 얻는 이른바 ‘사은품 재테크’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사은품 재테크의 대상이 되는 제품과 브랜드의 종류는 다양하다. 명품 브랜드부터 식음료 프랜차이즈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이다. 대부분 브랜드에서 증정하는 사은품은 기간 한정으로 이뤄지다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오르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사은품임에도 시중에서 흔히 구하기 힘든 ‘한정판’이라는 인식 때문으로 분석된다.
명품 브랜드 사은품,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오히려 돈 번 느낌”
중고 거래 사이트 등에선 명품 화장품을 구매해야 받을 수 있는 사은품들이 고가의 가격대를 자랑하며 판매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대부분의 명품 브랜드의 경우 특정 금액 이상을 구매할 경우 구매 가격대 별로 파우치나 거울 등 다양한 사은품을 제공하고 있는데, 자신이 받은 사은품을 중고시장에 되팔고 있는 것이다.
최근 디올 뷰티는 20만 원 이상 화장품을 구매한 고객에게 카드 지갑을 사은품으로 제공했다. 20만 원어치의 화장품을 구매해야 받을 수 있는 사은품임에도 불구하고, 브랜드의 인기 패턴을 사용하고 디올 뷰티 로고가 아닌 디올 브랜드 로고가 붙어 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뷰티 제품이 아닌 단순히 카드 지갑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중고시장에서도 비싼 값에 거래되고 있다. 당근마켓 같은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는 사은품임에도 불구하고 10만 원이 넘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통상 명품 브랜드의 파우치나 거울 등은 중고시장에서 2만5000원 정도에 거래된다.
송지아 씨(40·여)는 “화장품을 구매하고 받은 사은품을 중고시장에 비싼 가격에 판매해 돈을 벌었다”며 “집에 샤넬, 디올 등 명품 뷰티 브랜드에서 받은 파우치랑 거울이 몇 개 있는데 ‘너무 비싸지 않은 가격에 한 번 팔아 봐도 누군가는 사가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조만간 팔아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스타벅스 이벤트 증정 레디백…한정 수량에 중고시장 불티
매년 품목이 바뀌고 물량이 한정돼 있는 스타벅스 e-프리퀀시 이벤트 사은품은 마니아까지 생길 정도로 인기가 높다. 지난 2020년 여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서머 레디백(여행용 가방)이 대표적이다. 미션 음료를 3잔을 포함해 17잔을 구매하면 서머 레디백 혹은 캠핑용 접이식 의자 중 하나로 교환해주는 방식이었다.
레디백은 높은 디자인 완성도와 스타벅스라는 높은 브랜드 가치가 더해져 큰 인기를 끌었다. 짧은 시간 동안 제품 제고가 바닥나는 품절 대란을 보이기도 했다. 심지어 레디백을 구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아침 일찍 매장 앞에 줄을 서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처럼 높은 인기와 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불안감이 더해지면서 서머 레디백의 가치는 급격히 상승했다. 당시 지역 맘카페나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는 1만~3만 원의 웃돈을 붙여 8만~10만 원에 판매되는 경우가 많았다. 음료 구매에 약 7만 원을 사용했다고 가정하면, 30% 정도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레디백이 중고 거래 사이트를 통해서 팔려나간 셈이다.
양소휘 씨(50·여)는 “한창 품귀현상이 발생했을 때 레디백으로 쏠쏠한 부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며 “이벤트 초기에는 품귀 현상 때문인지 비싼 가격에 올려도 잘 팔렸고, 특히 핑크색의 경우에는 거의 올리자마자 판매됐다. 이후에는 재고가 떨어진 스타벅스 지점이 많다는 소식이 SNS를 통해서 공유되면서 지역 맘카페와 중고 거래 사이트 에서 하나당 10만원 이상 받은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양 씨는 “프리퀀시를 모으기 위해서 매일 출근길에 스타벅스 커피를 사서 다녔고, 여름 한정 메뉴 3잔(6000원 정도)과 제일 저렴한 에스프레소(3600원) 조합으로 채웠다”며 “서머 레디백 하나를 얻기 위해서 약 7만원 정도를 사용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인기 브랜드와 협업한 제품은 구매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으며, 단종된 후에도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 2020년 던킨도너츠는 덴마크 아웃도어 브랜드 노르디스크와 협업해 캠핑 폴더 박스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1만6900원에 판매되었으나, 엄청난 인기로 인해 사전 예약 시작 반나절 만에 품절됐다. 판매 종료 후 3년이 지난 현재도 중고 시장에서 4배 이상 오른 5만 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할리스 커피도 2020년 멀티 폴딩카트를 선보였다. 배우 이천희가 동생과 함께 운영하는 가구 회사 하이브로우와 협업해 만든 이 제품은 출시 당시 1만 6100원에 판매되었으나, 중고 시장에서는 약 5배 높은 6만 원대에 거래되기도 했다. 단종된 인기 사은품은 시간이 지날수록 희소성이 높아지면서 가치가 올랐다는 분석이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특정 금액 이상 물건을 구매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제품인 만큼 물건 구매 목적에 사은품이 우선순위가 되지는 않아야 한다”며 “재테크를 하겠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인해서 무분별한 소비와 과소비로 이어지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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