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줘도 안 걸었는데…” 서울시 걷기 앱, 2백만 명 돌파 비결은? [박광식의 닥터K]

서울시 건강 걷기 앱 들어보셨나요? 매일 걷기 도전에 성공하면 현금성 포인트를 제공해주는 스마트 헬스케어 사업인데요. 서울시민 5만명이 참여한 걷기 앱에서 벌어진 흥미로운 실험의 전말을 공개합니다.
■ 서울시 '걷기 앱' 실험...5만명 참여한 대규모 프로젝트
서울시는 지난 2021년 하루 7천보 이상 걸으면 200원에 해당하는 200포인트를 지급하는 걷기 앱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참여자들에게는 웨어러블 기기가 무료로 제공됐고, 모바일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걸음 수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포인트는 약국이나 스포츠시설 등 지정된 건강관련 업체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앱이 출시된 이후 8~9개월 간 5만 여 명의 시민이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개시된 이후 약 2~3개월 뒤 부터 전체 참여자의 절반 이상(55.5%)에서 걷는 활동이 저조해졌습니다. 하루 7천보 이상 걷는 날이 주 3일 미만으로 참여도가 떨어진 겁니다.
■ "포인트 2배" 이벤트 1주일...과연 효과는?
서울시는 참여가 저조한 사람들의 걷기 달성율을 높이고, 사업 참여자 전반의 활력을 도모하기 위해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했습니다. 2022년 3월 일주일간 '봄맞이 걷기 캠페인'을 준비했습니다.
이 기간 동안 하루 7천보 이상 걸으면 기존 200포인트의 2배인 400포인트를 지급하기로 한 겁니다. 제한된 기간에만 특별한 혜택을 제공해 참여자들의 동기를 자극하려는 의도였습니다.
서울시는 '포인트 2배' 캠페인을 모바일 앱과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홍보했습니다. 일종의 '걷기를 독려하는 사회 실험'인 셈입니다.
■ 분석 결과는 예상밖… 저참여자 중 14%만 개선
그렇다면 이 실험의 결과는 어땠을까요?
삼성융합의과학원과 삼성서울병원, 미국 존스홉킨슨대학 등 공동연구팀이 분석한 결과가 의료정보학 국제학술지(JMIR Mhealth Uhealth.)에 최근 발표됐습니다.
참여가 저조했던 2만7천8백여 명 중 13.7%(3,835명)가 신체활동을 개선했습니다. 주간 '걷기 챌린지' 참여 횟수가 평균 1.76회에서 4.29회로 2.53배 증가했고, 일일 평균 걸음 수도 1,925보 늘어났습니다. 이벤트에 참여한 사람들은 확실히 효과가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나머지 86%는 포인트를 2배로 늘려줘도 걷기 패턴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이벤트 기간 중 일일 걸음 수가 1,019보 감소했습니다. 동기부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 3주 뒤, 절반이 '원점'... 지속성 한계 드러나
이벤트 기간 중 신체활동이 개선된 3천 8백여 명을 계속 추적 관찰한 결과, 절반에 해당하는 1,918명이 3주 만에 다시 참여가 저조해졌습니다.
걷기라는 단순한 행동 하나를 바꾸기 위해서 단순한 접근만으로는 해결되기 어렵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연구결과입니다.
조주희 삼성서울병원 임상역학연구센터장은 "참여자들이 이벤트 종료를 일종의 '인센티브 철회'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있다"며 "높은 보상에 익숙해진 후 다시 원래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을 일종의 손실로 인식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자기 결정 이론에 입각해서 보면 외적 동기 부여가 행동 변화에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이것이 행동 변화의 본질적 목적성이나 변화된 행동 자체가 주는 즐거움이나 성취감 같은 내적 동기로 전환되지 못하면, 외적 동기의 상실과 함께 행동 변화가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습니다.
■ 연령별로 다른 반응... "40대 이상 더 적극적"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나이가 많을수록 이벤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벤트 전후 신체활동 개선율이 30대는 1.4배 인데 반해 40대 이후부터 (40대 1.79배, 50대 1.73배, 60대 1.82배) 약 1.8배 향상된 겁니다.
지속성 면에서도 차이가 났습니다. 상대적으로 20~30대는 빨리 원래 패턴으로 돌아간 반면, 40대 이상은 개선된 상태를 더 오래 유지했습니다.
조주희 임상역학연구센터장은 "중장년층 참여자들이 실질적으로 건강관리에 대한 니즈가 젊은 세대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높고, 당시 포인트의 사용처가 건강과 관련된 제휴 업체에 집중된 점을 고려하면 포인트가 주는 효용성에 대해서 더 높은 가치를 부여했을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반면 "젊은 층에게는 건강이란 맥락 속에서 좀 더 매력적인 포인트 활용처를 추가로 확장해 선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 전문가 "금전 인센티브만으론 한계...다른 전략 필요"
'포인트 2배 인센티브'는 단기적으로는 행동 변화의 신호탄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변화된 행동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연구팀은 금전적 인센티브 자체가 쓸모없는 것이 아니라며 인센티브 정책을 사용자의 특성에 맞춰 다양하게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방법들이 필요하고, 건강 변화에 대한 내적 동기가 잘 형성될 수 있도록 추가 전략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연구팀은 개인 맞춤형 상담과 피드백을 결합한 방식을 가능한 예로 들었습니다. 단순히 돈을 주는 것이 아니라, 걷기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맞춤형 조언과 격려를 함께 해주는 형태입니다.
또한 연령대별 차별화된 접근법도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젊은 층에게는 소셜미디어를 활용하고 긍정적 경쟁 요소를 부각하는 식으로, 중장년층에게는 건강 정보와 의료 혜택을 강조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조주희 센터장은 "기술적인 면에서 사용자 경험 측면도 간과해선 안된다"며 "특정 웨어러블 기기 사용자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참여율과 높은 중도 포기율을 보였던 점을 미루어 볼 때 사용하는 데 불편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했습니다.
■ 뒷심 발휘하는 현금성 포인트 적립형 '걷기 앱'
그런데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이후 '걷기 앱' 참여자가 가파르게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2025년 5월 기준 서울시 걷기 앱 참여자가 2백만 명을 넘었습니다. 2024년 1월말 45만 명과 비교하면 폭발적인 성장을 한 겁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던 것일까요?
■ '참여 대상 범위· 포인트 사용처' 확대가 주효
먼저 서비스 개시 시점인 2021년에는 참여대상이 19~65세였으나 하한 연령을 18세로 낮추고 상한 연령을 폐지했습니다. 70대 어르신들도 참여할 수 있게 바뀐 겁니다.
참여자는 하루 8천 보이상 걸으면 200포인트, 건강퀴즈 참여 시 100포인트 등 활동 참여에 따라 1인당 최대 10만 포인트를 받을 수 있게 변경됐습니다. 특히 70세 이상 고령층의 경우 걸음 포인트 달성 기준을 5천보로 완화해 어르신들의 참여 성취도를 높일 수 있게 조정했습니다.
또 획득한 포인트(1포인트=1원)는 서울페이머니로 전환해 병원, 약국뿐아니라 편의점 등 주변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편리하게 쓸 수 있도록 변경됐습니다.
■ "스마트폰만 있으면 손쉽게 이용... MZ세대 맞춤 이벤트도"
별도 웨어러블 기기 없이도 스마트폰 하나로 걷기 앱을 이용할 수 있게 바뀐 것도 사용자의 접근성을 크게 높였습니다.
나아가 걷기·달리기 등 운동, 식단·마음건강 등 건강관리 프로그램도 앱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앱 사용자 환경도 크게 개선됐습니다. 필요할 경우 전문가 상담 연계도 가능합니다.
게임처럼 '걷기'를 통해 포인트를 얻을 수 있도록 다양한 챌린지와 미션, 이벤트를 운영해 MZ세대 사용자들이 재미와 보상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조 센터장은 "그동안 접근성 향상과 서울페이 전환을 통해 많은 성장을 이루었다” 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앞으로 장기적인 행동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개인화, 게임화, 소셜 상호작용, 연령대별 맞춤형 접근 등 다양한 요소들로 다각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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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식 기자 (docto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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