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전세계 1위

이 사진을 보라. 아일랜드의 저비용 항공사(LCC·Low Cost Carrier)라이언에어화장실 이용료를 따로 받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기사인데, 세계 각지엔 이런 악명 높은 저비용 항공사가 여러 곳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 저비용 항공사는 서비스 수준이 그래도 이 정도까지 떨어지진 않은 것 같다.

저비용 항공사는 상대적으로 낮은 운임을 통해 해외여행의 대중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는데, 특히 한국은 미국과 함께 저비용 항공사 수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가라고 한다. 유튜브 댓글로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저비용 항공사가 많은지 알아봐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나라에 저비용 항공사가 많은 것은 정치적인 이유가 크다. 항공사를 소유하려는 지역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한 여파라는 것이다.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양성진]

“이유는 딱 한 가지입니다. 모든 공항마다 항공사를 만들고자 해요. 전부 지역 정치인들이 만들어낸 논리입니다. 공항을 가지고 있는 지자체들이 전부 항공사 만들기에 혈안이 돼 있고 항공사가 없는 지역 공항은 지자체에서 그 지역 국회의원들이 강박 관념이 있어요. 우리도 항공사를 만들어야 된다는. 그래서공항별로 항공사를 만들다 보니까 이렇게 많아진 거예요.”

공항을 가진 지자체들이 정치의 힘을 빌려 각자 항공사를 설립하다 보니 저비용 항공사 숫자가 늘어나게 된 셈이다. 현재는 제주항공(제주), 티웨이항공(대구), 에어부산(김해), 진에어, 이스타항공, 에어서울(이상 김포), 에어프레미아(인천), 에어로케이(청주) 8개의 항공사가 운영 중이고, 출범 준비 중인 파라타항공(양양)까지 포함하면 총 9개의 저비용 항공사가 있다.

우리나라의 첫 저비용 항공사는 청주국제공항을 기반으로 한 충청항공이었다. 충청항공은 곧 이름을 한성항공으로 바꿨는데, 부정기 항공사라 노선 스케줄은 유동적이었다고.

이후 2005년 제주도와 애경그룹이 합작해 제주항공을 만들었고, 이어서 대한항공이 진에어를 설립하고, 부산광역시가 에어부산을 런칭하면서 본격적인 저비용 항공사 시장 경쟁이 시작됐다.

이러한 저비용 항공사 출현이후 국제선 이용률이 높아지고 항공 시장이 대중화 되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가까운 일본, 동남아, 대만, 중국 등 가까운 노선을 중심으로, 저비용 항공사의 점유율이 꾸준히 상승 중인 것을 볼 수 있다.

[한국교통연구원 김명현 박사]

“가까운 곳에 국제선을 띄워가지고 적당한 비용으로 많은 사람들을 태워줄 수 있는 환경은 우리나라가 갖춰져 있다라고 볼 수 있는 거죠. 일본, 중국 지리적으로 가깝지만 공로를 통해서 갈 수 없는 곳들을 우리가 항공기를 이용해서 이제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되었으니까. 그것 때문에 사실 항공 교통 수요가 계속해서 늘어왔죠.”

LCC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한 건 미국의 사우스웨스트 항공이었다. 이 항공사를 벤치마킹한 유럽의 라이언에어, 이지젯, 그리고 말레이시아의 에어아시아 등은 탑승권 가격이 낮지만 서비스의 질도 높지 않다.

반면 우리나의 LCC들은 이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서비스가 좋은 편인데, 대신 운임료도 전통 항공사(FSC·Full Service Carrier)의 약 80% 정도에 달해 FSC의 절반 가량에 그치는 해외 LCC보다 높은 편이다.

오죽하면 에어아시아 회장 토니 페르난데스는 ‘한국에는 진정한 LCC가 없다’고 할 정도. 이렇게 우리나라 LCC들이 해외 LCC와 차별화 될 수 밖에 없던 배경에는 깐깐한 한국인 소비자의 특징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는데.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양성진]

“다른 나라 비행기는 그냥 교통수단이거든요. 대한민국에서의 LCC는 해외 LCC들하고 또 다릅니다. 전혀 새로운 구조예요. 한국 사람들은 비행기를 타는 게 교통수단이라는 생각보다는 하나의 어떤 새로운 문화예요. 문화. 비행기를 타는 감각이 좀 다릅니다.”

비행기 탑승을 여행 문화의 하나로 보는 깐깐한 한국 손님들의 눈높이에 맞춰 국내 저비용 항공사들도 외국의 LCC를 답습하는게 아니라 기존 LCC와 FSC의 중간 정도에 해당하는 독특한 비즈니스모델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

그런데 최근엔 FSC도 부가 서비스에 요금을 추가로 부과하고, LCC도 비즈니스석을 만들고 광동체를 들여 장거리 노선을 운행하기 시작하는 등 이 둘 간의 경계도 모호해지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12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저비용 항공사 시장도 지형 변화가 불가피하다. 우선 대한항공 산하 LCC인 진에어가 아시아나의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을 합병할 예정이라고.

이렇게 되면 항공기만 총 58대를 가진 거대 LCC가 탄생하게 된다. 현재 LCC 1위인 제주항공(총 41대)을 가볍게 뛰어넘는 규모다.

거기에 대명소노그룹이 티웨이와 에어프레미아의 주주로서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두 LCC의 합병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비슷한 규모의 항공사들이 난립하며 춘추전국시대를 이어오던 LCC 시장에도 본격적인 몸집 불리기 바람이 불게 된 것이다.

FSC와 비슷한 덩치 큰 LCC가 늘어난다면 우리의 여행 문화는 또 어떻게 달라질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