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도 간신히 내는데"…보증금 선납하라며 전기 끊은 한전
단전 ‘날벼락’…무더위 속 사업장 갇혀
‘연체 가능성’에 보증금까지 요구
"다른 공과금은 내고 다니냐" 핀잔도
"약관 따라 납부 독려 후 조치" 해명
"단전 사전 고지했다…응대 미숙 송구"

"전기를 끊은 것도 모자라 돈이 없다는 이유로 모멸감을 줘도 되는 건가요."
전남 화순군 동면농공단지에서 소규모 제조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최근 한국전력(한전)으로부터 받은 부당한 대우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지난달 한전의 갑작스러운 단전 조치로 공장 가동이 멈추면서 며칠간 영업 정지 상황을 맞았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로 사업 운영에 부침을 겪었지만 전기요금 만큼은 밀리지 않으려 애썼던 A씨는 매출 급감으로 결국 지난달 3개월분 전기요금을 납부하지 못하게 됐다. 전달까지 2개월분을 밀린 와중에도 그는 단전이 두려워 1개월분씩은 반드시 납부하며 하루하루를 버텨왔다.
그러다 요금 납부일로부터 6일이 경과된 상태에서 추가 1개월치 요금을 어렵사리 마련해 이를 납부했고, 다시 일주일을 견디고 있던 중 문제가 발생했다. 한전 측에서 연락이 와 "밀린 2개월 요금 130만 원뿐 아니라, 앞으로 연체할 가능성까지 고려해 270만 원을 보증금으로 납부하지 않으면 전기를 끊겠다"고 통보한 것이다.
이후 보증금을 납부하지 못하자 한전 직원이 예고 없이 현장에 직접 찾아왔고, 전봇대에 올라가 전기를 끊어버렸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문제는 단전 직후 사업장 사무실 안에 A씨의 직원이 갇혔다는 사실이다. 사무실 출입문이 전자 장치로 돼 있어 전기가 끊기면 안에서든 밖에서든 출입이 불가능한 구조였다. 당시 30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 해당 직원은 갇혀 있어야만 했고, 위태로운 상황은 무려 5시간 동안 이어졌다. 급히 한전으로 찾아가 사정을 설명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다른 공과금은 내고 다니냐"는 핀잔이었다고 A씨는 전했다.
A씨는 "돈이 없다는 이유로 이렇게까지 모멸감을 받아야 하나라는 생각에 참담함을 느꼈다"며 "당시 보증금 산정 기준에 대한 설명은 일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기요금도 내지 못하는데 향후 요금이 연체할 수 있으니 미리 선납까지 하라는 처사가 공기업의 목적에 맞는 것인지 의문이다"며 "중앙정부에서는 민생과 소상공인을 살리겠다고 발 벗고 나서는데, 한전은 전기 하나로 어려운 사업자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한전 측은 단전 조치 이전에 요금 납부를 미리 독려했으며, 내용증명을 통해 충분한 기간을 두고 사전에 고지하는 등 규정에 따랐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기존에 전기를 사용하던 고객의 경우 요금을 체납하면 채권 확보 차원에서 최근 1년 중 보증설정일로부터 가까운 정상가동월을 기준으로 계산한 3개월분 요금을 보증금으로 산정할 수 있다는 약관을 제시했다.
다만, 당시 직원의 응대에 있어서는 미흡함을 인정하며 사과했다. 한전 관계자는 "공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하지만, 정상적인 기업 운영을 위해 업무 처리만큼은 현재 규정대로 할 수밖에 없다"면서 "응대의 경우 생계가 달린 고객의 입장을 충분히 살피지 못한 것 같다. 향후 교육을 통해 이 부분을 직원들에게 잘 전달하고 개선하겠다"고 해명했다. /박정석 기자 pjs@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