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식약처장 마음 사로잡은 대웅제약…끈끈한 파트너 되나

리즈카 안달루시아 인도네시아 식약처장(사진 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최근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대웅바이오센터를 방문해 간담회에 참석한 모습./사진=대웅제약

대웅제약의 인도네시아 공략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주요 규제기관의 마음까지 사로잡은 대웅제약은 인도네시아를 첨단 세포치료와 맞춤형 치료·미용 시장의 거점으로 만들 계획으로 분석된다.

인도네시아 식품의약품안전처(BPOM, 이하 식약처) 관계자들은 최근 한국을 방문해 대웅제약의 연구시설과 공장을 둘러봤다.

이들은 GMP인증을 받은 대웅제약의 세포공정센터와 나보타 공장을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대웅제약 내 임상개발, 생산, 나보타 개발, 글로벌 마케팅, 연구소 등 각 부문에서 활약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인재 15명과 만나 서로의 근황을 주고 받기도 했다.

의약품 규제기간 주무부처 수장이 특정 기업의 공장을 둘러보는 사례는 그리 흔치 않다. 양 측의 두터운 신뢰와 더불어 전략적인 관계라는 점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도 대웅제약은 인도네시아에 주요 제약산업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공을 들여왔다.

대웅제약의 인도네시아 법인 대웅바이오로직스 인도네시아(DBI)는 지난 1월 인도네시아 보건부로부터 ‘줄기세포 처리시설(Lab Operational License, LOL)’ 허가를 취득한 바 있다. 지난 2012년 현지 제약사인 ‘인피온’과 합작법인 ‘대웅인피온(Daewoong Infion)’을 설립한 대웅제약은 인도네시아 최초 바이오 의약품 공장을 구축했다. 여기에서 생산된 빈혈치료제 ‘에포디온’은 현지 최초 바이오시밀러다. 아울러 지난해 9월 인도네시아에 톡신 법인 ‘셀라톡스 바이오파마’를 설립한 대웅제약은 인도네시아에서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 생산을 추진한다.

대웅제약 통해 퀀텀 점프 노리는 인도네시아

대웅바이오로직스 인도네시아 전경./사진=대웅제약)

대웅바이오로직스 인도네시아의 줄기세포 처리시설 허가는 인도네시아 식약처에도 중요한 분기점이다. 아직까지 줄기세포 처리 관련 규정이 확립돼있지 않았던 인도네시아는 대웅제약이 국내에서 받은 첨단바이오의약품 제조업 허가와 세포처리시설 허가를 참조, 실제로 시설 허가까지 이뤄낸 것이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식약처장이 대웅제약 세포공정센터를 둘러본 이유도 선진화된 시설을 확인함과 동시에 향후 규제·산업 인력의 교류 증진까지 염두에 뒀던 것으로 풀이된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의료제약 인프라도 인도네시아의 고민이다. 이에 국내 인프라가 부족하다 느끼는 인도네시아 상류층은 인접국가인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서 의료서비스를 비롯, 하이엔드 컨텐츠를 소비한다. 실제로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는 수준 높은 의료관광 서비스를 갖추기 위해 국가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전세계에서 의료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보건부 산하에 의료관광위원회를 기관으로 두고 의료관광 사업을 키우고 있으며, 싱가포르는 관광청과 국제기업청, 경제개발청이 참여하는 의료관광 통합기구 ‘싱가포르 메디신(Singapore Medicine)’을 설립해 운영 중이다. 중국은 싱가포르 의료관광객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주변 국가로 유출되는 국부를 막기 위해서라도 인도네시아는 하이엔드급의 의료서비스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웅은 인도네시아 입장에선 첨단 세포치료(대웅바이오로직스 인도네시아)와 바이오의약품(대웅인피온), 미용 시장(셀라톡스 바이오파마)를 책임지는 최적의 파트너다.

인도네시아 시장성 '충분'…사업 불확실성 해소 '긍정적'

대웅제약 또한 인도네시아에서 기회를 엿볼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인도네시아는 빈부격차가 심한 국가다. 오래전 데이터이긴 하지만 구제구호기구 옥스팜이 2017년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인구 2억5000만명 중 세계은행이 빈곤선으로 정한 하루 3.10달러(약4231원) 정도로 생활하는 국민이 9300만명이다. 반면 인도네시아 내 억만장자는 2002년부터 2016년까지 2명에서 20명으로 늘어났다.

대웅제약이 인도네시아에 없던 첨단 세포치료와 맞춤형 치료·미용 시장을 형성하게 되면 인도네시아 상류층의 비보험 의료서비스 수요를 끌어들일 수 있다. 주변국가보다 인건비 등 제반 운영비가 저렴하다는 강점도 있다.

여기에 더해 인도네시아에서 각종 규제에 대한 편의를 제공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 세포처리시설 GMP나 보툴리눔 톡신 제조 공정 등의 경우 다른 국가에서 정보 공유를 잘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세포처리 분야는 글로벌에서 아직 규제가 완전히 확립되지 않아서, 보툴리눔 톡신 분야는 생화학무기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원료이기 때문이다.

대웅제약이 이렇게 민감한 내용을 규제기관 최고책임자에게 보여준 것은 대웅제약이 인도네시아에서 최소한 규제 장벽에 부딪힐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제약업종이 규제로 인해 번번히 계획이 틀어지는 점을 감안한다면 대웅제약 입장에서는 사업 불확실성을 최대한 없앴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각종 규정을 글로벌 기준으로 하겠지만 대웅제약이 유리할 수는 있다”면서 “다른나라에서는 인도네시아에 줄기세포치료제 GMP 시설을 잘 안보여주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안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