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정원, 나의 정원은 행복인가
권혁문의 정원이야기 9
여름의 절정인 8월, 이 시기 정원은 나를 찾아오는 행복일까 불행일까. 5~6월 아름다운 정원을 즐기고 난 후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때, 과연 어떤 정원이 나에게 행복이 될 수 있을까.
진행 남두진 기자 | 글 사진 권혁문(가든디자인뜰 대표)
8월은 더위와의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되면서 정원에 대한 후회가 잠시 밀려오는 계절이다. 그 속도 모르고 무성히 자라는 풀들을 뽑고 있자니 ‘이러려고 만든 정원이 아닌데’, ‘내가 왜 고생을 사서 하는 것인가’하고 의구심마저 든다. 이때 정원에 워터가든 하나 조성한다면 이는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원하는 분위기로 다양하게 조성하는 워터가든
워터가든은 물이라는 요소가 포함된 정원을 의미하며 조성 방법이나 제작 형태가 다양하다. 이 워터가든을 내 정원에 어울리는 콘셉트에 맞춰 만든다면 무더운 여름 보기만 해도 시원한 힐링 효과를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분수, 폭포, 낙수 등과 같이 흐름을 통해 질감이 형성되는 방식 혹은 샘, 벽천, 연못 등과 같이 고요함을 조성하는 방식 등 표현 방법을 통해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위치(높낮이) 또한 훌륭한 디자인이 된다. 땅을 파서 낮게 둘 것인지 높여서 앉을 수 있도록 구상할 것인지 등 동선과 사용을 고려해 다채롭고도 입체적인 느낌을 줄 수 있다. 마루 끝에 박스 형태로 만든 연못은 어린 시절 시골 개울에 발 담그던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플랜터에서는 낙수가 듣기 좋은 물소리를 들려준다. 또는 직각의 선을 살려 계단식 벽천을 만들고 어두운 톤 타일로 마감해 고급스러운 리조트를 연상케 하기도 한다.
이렇게 워터가든은 정원에 내가 원하는 다양한 형태와 디자인으로 조성할 수 있다. 형태를 정했다면 다음은 물 가까이에 식물을 둘 것인지, 아예 수생식물을 둘 것인지, 또 어떤 모습으로 배치할 것인지 등 내가 원하는 분위기에 맞춰 식재하며 이상적인 방향으로 점차 좁혀 가면 된다.
어렵지 않게 관리할 수 있는 전원주택 속 워터가든
정원에서 물은 중요한 요소다. 물은 생명의 원천이자 다양한 수생식물을 심고 작은 생물들이 오가기 시작하면 비오톱Biotope, 즉 작은 생태계가 형성되는 필수 조건이다. 이렇게 워터가든은 분위기 변화와 더불어 다양한 효과를 가진다. 시청각적인 효과뿐 아니라 공중습도를 형성해 주변 식물들이 더욱 잘 자라고 성장에 필요한 동물과 곤충을 적절하게 끌어들인다. 이는 쇼가든에서도 중요한 포인트로 활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워터가든의 설치와 관리는 나의 구상에 따라 의외로 어렵지 않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워터가든은 기계설비가 동반돼야 하지만 이를 원하지 않는다면 워터가든 크기를 작게 해 코드를 꽂아 이용하는 작은 샘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 이런 방식으로 간단한 수도시설이나 전기만 있으면 충분히 독립적인 워터가든을 조성할 수 있다. 요즘엔 태양열을 이용하거나 어항처럼 산소발생기를 활용해 분수나 연못으로 조성할 수도 있다고 하니 다양하게 찾아보고 참고해보자.
관리를 생각하자니 너무 어렵지 않을까하고 덜컥 겁이 날 수도 있지만 실제로 그렇지도 않다. 물론 형태와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전원주택 정도에 설치하는 경우라면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수영장처럼 깔끔한 샘이나 분수라면 동파 방지를 위해 물을 빼내면 되고 작은 샘처럼 주변에 돌이나 자갈을 깔아 자연스럽게 흐를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좋다.
무더운 여름 정원에 조성된 워터가든을 통해 힐링해보는 것은 어떨까. 시각적인 힐링뿐만 아니라 잔잔한 물소리가 들리는 청각적인 힐링도 부른다. 여기에 적당한 수분에서 오는 습도 조절 기능은 덤이다. 큰 관리가 필요 없는 나만의 워터가든을 조성해 풀만 뽑다 지치는 계절로부터 이겨보도록 하자.
권혁문은 디자인, 설계, 시공 전 과정에 참여해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정원을 만드는 가든디자이너다. 신뢰할 수 있는 디자인 기획, 다양한 경험을 통해 습득한 설계 및 시공 노하우로 편안한 쉼이 있는 정원을 디자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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