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안방을 책임지던 금속의 마술사 '두석장'

출처: 한국문화재재단

백동장석 머릿장

우리나라는 문화재의 종류를 크게 2가지로 나누고 있는데 숭례문이나 불국사와 같이 형체가 있는 문화재는 유형문화재로, 형체 없이 옛 기능을 익혀 전통을 잇는 사람들은 무형 문화재로 분류하고 있다.유형 문화재의 경우 사람들에게 관광지로도 많이 알려져 있어 관심이 높은 편이지만, 무형 문화재는 관람 가능한 형체가 아닌 무형이 되어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고 관심도 적은 편이다.

출처: 문화유산채널

김극천 선생

경남 통영에서 태어난 김극천 선생은 국가무형문화재 제 64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4대째 두석 제작을 이어나가고 있는 두석장이다.부친인 김덕룡 선생에게 두석의 제작 방법을 배웠다는 그는 ‘멀리까지 오느라고 고생했다’며 따뜻한 차 한잔과 함께 웃는 얼굴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생소한 이름 두석, 금속으로 예술을 만들다.두석은 구리와 주석을 합금해서 만드는 일종의 금속 장식이다. 조선시대부터 전해져 내려온 두석은 장석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목재로 만들어진 공예품이나 가구에 뒤틀림을 보완하고 잠금을 통해 내용물을 보호하는 등 다양한 곳에 널리 사용됐다.

4대째 이어져 내려오는 가업두석장은 전통 장식인 두석을 만드는 장인으로 예로부터 통영의 자랑거리였다. 지금은 김극천 선생만이 통영에서 전통 방식을 고수해 제작하고 있는데, 그의 집안은 가업 대대로 두석을 만들어 왔다.김극천 선생은 부친인 김덕룡 선생에게 1970년부터 두석을 제작하는 방법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어릴 적 그에게는 오랜 시간 앉아서 작업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고, 빨리 놀러 나가고 싶다는 생각에 엉터리로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전통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게 된 선생은 반복 숙달에 몰두하게 되고 30년동안 노력한 끝에 아버지에 이어 2000년, 두석장 기능 보유자로 인정받게 되었다.

불과 금속을 손으로 다뤄야 하는 두석 제작우리나라의 전통 금속 장식인 두석을 만드는데 걸리는 기간은 적게는 하루에서 많게는 한달 반 까지 걸린다.김극천 선생이 만드는 두석은 구리와 주석을 합금한 백동으로 만들기 때문에 불을 다룰 수 있어야 하는데, 70년대 중반에는 연탄이 보급됨에 따라 편하게 작업 할 수 있었지만 백동에 가스가 차는 문제가 생겨 스테인리스로 대체 제작을 하기도 했다.

두석의 제작은 도가니에 합금을 시키는 과정에서 시작되는데, 먼저 뜨거워진 쇳물을 거푸집에 넣어 식혀준다.그리고 굳어진 덩이쇠를 망치로 고르게 넓게 펴준 후 깎칼과 사포를 이용해 다듬어주고 원하는 문양에 맞춰 본을 그리는 재단을 한다.작두와 톱을 이용해 외곽선을 잘라낸 본은 갈기칼과 줄로 표면을 정리해준 다음 무늬를 넣는 조이질과 광택을 내면 완성된다.

두석을 제작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경제적인 어려움과 이어 나가려는 전수자의 부재김극천 선생이 두석을 제작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경제적인 어려움이었다. 아버지인 김덕룡 선생이 두석을 제작했을 때만 해도 수요가 많았지만 그가 두석을 제작할 당시에는 기계를 이용한 작업들이 본격화되기 시작하면서 소목이나 나전을 비롯한 전통 공예가 어려움을 겪기 시작해 일거리가 녹록지 못했다.

소목이나 나전이 많이 팔려야 꾸며주는 두석도 많이 팔려, 그런데 사람들이 전통공예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니 어려울 수 밖에 없지

두석 제작을 이어나갈 전수자가 없다는 것도 그를 힘들게 하는데 한몫을 했다. 전통 공예는 특성상 모든 작업을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재료 손질부터 제작에 이르기까지 많은 집중이 필요하다.녹이고 두드리며 깎아내야 하는 두석은 더욱 어렵다. 하나의 과정이라도 잘못 되면 다시 녹여내고 처음부터 작업해야 한다. 이렇다 보니 배우겠다고 나서는 전수자가 없어 둘째 아들인 김진환씨가 그 뒤를 이어 나가고 있다.

점점 사라져 가는 전통 공예, 아쉬운 마음이 크다.
한평생 두석을 만들어온 김극천 선생은 전통 공예가 맥이 끊겨서는 안되는 고유의 생활이라고 생각한다. 400년 이상을 이어온 명맥 있는 기능이지만 사람들에게서 서서히 잊혀져 가는 것을 보고 있자면 너무 안타깝기만 하다.자신에게 있어 두석은 ‘마술사’ 같다는 김극천 선생. 그의 공방에서 앞으로도 계속 망치 소리가 들리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