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나라로 간다] ② 현대그린푸드, 중동 급식시장도 대세는 한식
동남아시아와 중동이 K푸드 비즈니스의 새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더운 나라’로 향하는 국내 식품기업들의 사업 현황을 알아봅니다.
국내 급식업체 중 유일하게 중동에 진출한 현대그린푸드가 현지 단체급식에 한식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한류 콘텐츠 인기로 한식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현대그린푸드는 이러한 흐름에 맞춰 단체급식 내 한식 메뉴 비중을 늘려 K단체급식을 대중화하겠다는 목표다.
18일 현대그린푸드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1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해외 단체급식을 연계한 K푸드 수출 확대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올해 초 aT는 중동·아프리카 최대 규모의 식품박람회인 ‘걸푸드 2024(Gulfood 2024)’에 참가해 6550만 달러(약 950억원) 규모의 수출 상담을 성사시켰고 양사는 이를 발판으로 협력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중동은 한식 접근성이 낮은 시장이었지만 한류 콘텐츠에 등장한 떡볶이, 라면, 김치 등이 인기를 끌면서 국내 식품 기업들도 할랄 인증을 받은 제품을 중동으로 수출하고 있다. aT에 따르면 지난해 중동으로의 농수산식품 수출 규모는 전년대비 7% 증가한 3억600만달러(약 5225억원)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중동 지역에 진출한 국내 유일의 급식 기업이다. 국내 급식시장 업체들은 중국과 베트남을 중심으로 해외 사업을 확장해왔다. 삼성웰스토리는 중국과 베트남 진출 후 최근 헝가리 법인을 설립하며 유럽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고, 아워홈은 미국 중국 폴란드 베트남 등 여러 국가에서 사업을 운영 중이다. CJ프레시웨이 역시 미국 중국 베트남에 진출했으나, 팬데믹 여파로 해외법인을 정리한 뒤 국내 단체급식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2011년 현대그린푸드는 아랍에미리트(UAE)를 시작으로 중동 시장에 유일하게 뛰어들었다. 이후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미국, 중국 등 7개국으로 확장하며 현재 88개 단체급식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다. 중동 시장이 해외 급식 매출에 차지하는 비중도 압도적이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 970억 원 중 약 49%가 중동 지역에서 발생했다. 회사의 지난해 해외 급식 매출은 1150억원으로 2020년(492억원) 대비 2배 이상 성장했다.
현재 현대그린푸드는 이라크 바스라 정유공장과 사우디아라비아 마잔 정유공장 등에 단체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공장 가동 초기에는 현지 식품업체가 직원 식당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맛과 위생 문제로 근로자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전문 급식업체인 현대그린푸드에 운영을 제안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그린푸드가 낯선 중동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다양한 종교적 특성과 식습관을 철저히 반영한 현지화 메뉴에 있다. 주로 공장과 군부대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중동 지역에서는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필리핀 등 다국적 근로자가 많다. 회사는 종교적 특성을 반영한 라마단(이슬람 금식월) 식단, 이드 알피트르(라마단 종료 축제) 식단, 인도식 등도 선보였다. 이외에도 50℃ 이상의 고온과 모래바람이 심한 환경을 고려해 위생 관리에 철저히 하고 땀을 많이 흘리는 직원들을 위해 무기질과 비타민이 풍부한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이 근무하는 단체급식 사업장에 납품하기 위해 글로벌 메뉴를 개발했던 경험을 해외 사업장에 적용했다”며 “각국 근로자들의 입맛에 맞춰 현지식에 가까운 레시피를 개발한 현지화 전략이 만족도를 높였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K푸드 인기가 높아지면서 단체급식 내 한식 편성을 확대하는 추세다. 현재 해외 급식 사업장의 한식 편성 비율은 20%로, 사업장별 임직원들의 국적과 선호도를 고려해 이 비율을 30~5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현지 인력의 한식 조리 숙련도가 낮다는 점을 고려해 간단한 조리로 한식을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식품 제조시설인 '스마트 푸드센터'에서 반조리 식자재와 가정간편식(HMR)을 생산해 현지 사업장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중동 국가 특성상 현지에서는 한국식 양념치킨, 소고기 잡채, 닭갈비, 두부조림 등의 메뉴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중동식 조리법을 접목한 한식 메뉴도 개발하고 있다”며 “기존에 진출한 지역 외에도 중동과 동남아의 다양한 국가로 사업 확장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유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