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워 못살겠다”…툭하면 기업총수 집앞서 ‘민폐시위’, 주민들은 무슨 죄?
일부 시위 참가자들은 자신들의 요구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협의 당사자가 아닌 대기업 총수 등 기업인의 자택 앞에서 시위한다.
주민들의 일상에 불편을 줄 소음을 일으키거나 아이들이 볼까 걱정되는 자극적이고 모욕적인 문구까지 작성해 두기도 한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는 지난 7월 서울 한남동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는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삼노는 총파업 시작 후 사측과 임금교섭을 벌여왔지만 ‘직원 전용 쇼핑몰 200만 포인트 지급’ 등의 요구를 잇달아 추가했다. 협상이 난항을 겪자 이재용 회장의 자택으로 몰려갔다.
당시 이 회장은 2024 파리올림픽 참관과 비즈니스 미팅 등을 위해 유럽 출장 중이었다.
이 회장도 없는 빈 자택 앞에서 벌인 시위는 사회적 관심을 끌기 위한 전략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피해는 근처에 사는 주민들이 입었다.
작년 영업이익의 2배에 달하는 성과급을 요구하며 파업을 강행하고 있는 현대트랜시스 노조는 지난 26일 정의선 회장 자택 인근에서 상경투쟁을 벌였다.
회사는 일방적인 교섭 거부와 파업을 지속하고 있는 노조를 상대로 교섭 재개를 요청했지만, 노조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0여명의 현대트랜시스 노조원들은 주말 오전에 현수막과 피켓 등을 동원해 주택가에서 시위를 벌였다. 피해는 역시 주말에 평온한 일상을 즐겨야 할 주민들의 몫이었다.
정 회장 자택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2년 전에도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 등 일부 주민들이 벌인 시위로 고통받았다.
당시 시위대는 국책사업인 GTX-C의 노선 변경을 요구하며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나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건설을 제쳐두고, 협의 주체가 아닌 정의선 회장 자택이 위치한 한남동에서 시위에 나섰다.
법원은 같은 해 12월 한남동 주민 대표 등이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 등에 제기한 시위금지 및 현수막 설치금지 가처분 신청을 대부분 인용하며 약 한 달간 이어진 시위에 제동을 걸었다.
고위공직자 자택 인근에서도 크고 작은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마포구 소각장 신설 반대 등 각종 시위가 끊이지 않자 “이웃들께 평온한 일상을 돌려 드려야겠다”며 주거 밀집 지역이 아닌 서울 한남동 내 위치한 시장 공관으로 이주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하지만 주거지역 내 시민들의 평온권과 학습권도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시민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집회·시위 요건에 관련해 더욱 강화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가 지난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 71%가 집회·시위 요건 및 제재 강화에 찬성하기도 했다.
현재 민폐 시위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집시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고 있지만 피해는 여전하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8월부터 국민 의견 수렴을 거쳐 주거지역 등의 집회·시위 소음 기준치를 5 또는 10데시벨(dB)씩 하향 조정하면서 해당 지역 최고 소음 규제 기준치는 주간 80데시벨, 야간 70데시벨 및 심야 65데시벨 이하로 낮아졌다.
하지만 80데시벨은 지하철 소리와 맞먹는 소음이다. 청력 손실을 유발할 수 있는 수준이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달리 독일에서는 주거지역 내 집회·시위 소음이 주간 50데시벨, 야간 35데시벨을 초과할 수 없다.
미국 뉴욕에서는 집회 신고를 했더라도 확성기를 사용하려면 별도의 소음 허가를 받아야 한다.
유럽을 비롯해 캐나다와 뉴질랜드 등에서는 집회·시위 중 표출되는 극단적 혐오 표현에 대한 형사처벌도 가능하다.
법조계 전문가는 “미국과 유럽 수준으로 일반 시민들을 민폐시위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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