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채 건물주’가 된 신용불량자…이번엔 ‘173억 전세사기’ 터졌다

신용불량 상태서 모친 등 명의로 건물 19채 사들여
전북경찰, 주범과 공범 혐의 공인중개사 구속

(시사저널=박선우 객원기자)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40대 A씨와 50대 여성 공인중개사 B씨를 사기, 부동산실명법 위반 등 혐의로 최근 구속했다고 30일 밝혔다. 사진은 범행에 사용된 통장과 계약서 등 ⓒ연합뉴스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 수법으로 빌라들을 사들여 대대적으로 전세를 놓고 거액의 보증금을 미반환한 혐의를 받는 일당이 경찰에 검거됐다.

30일 경찰에 따르면,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40대 A씨와 50대 여성 공인중개사 B씨를 사기, 부동산실명법 위반 등 혐의로 최근 구속했다. 이들에게 협력한 혐의를 받는 명의수탁자 등 17명은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상태다.

A씨는 2020년 7월부터 지난 6월까지 타인 명의로 빌라 19채를 사들여 다수의 전세계약을 체결하고 임차인 235명의 보증금 173억원을 미반환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신용불량자였던 A씨가 전세사기를 목적으로 본인 모친 등 타인 명의를 빌려 전주시의 구축 빌라 등을 사들인 것으로 본다.

A씨는 지인에게 빌린 5000만원을 초기 자본으로 삼아 빌라를 사들인뒤 곧장 세입자를 물색해 전세계약을 체결했다. 뒤이어 세입자들의 전세보증금을 이용해 다른 빌라를 구매한 뒤 추가 전세계약을 이어가는 방식으로 총 19채의 빌라를 구매해 전세사기를 실행했다는 것이다.

빌라 1개 동을 불법 증축·리모델링한 의혹도 있다. 전세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보증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해당 빌라의 전세보증금은 매입 당시 시세에 비해 약 2배가량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공인중개사 B씨의 경우, A씨의 빌라에 거주할지 여부를 고민하는 세입자들을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능력이 충분히 있다. 갖고 있는 건물도 많고 해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로 안심시킨 것으로 전해진다. B씨는 A씨와 동업 관계를 이어가며 통상적인 부동산 수수료의 3배를 넘는 금액을 받아온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까지 A씨에게 피해를 본 임차인만 235명, 피해 금액은 약 173억원에 달한다. 전체 피해자 235명 가운데 만 39세 이하는 221명이다. 피해자 중 상당수가 부동산 물정에 어두운 청년층인 셈이다. 

경찰은 A씨의 빌라들이 무자본 갭투자를 통해 매입된 이른바 '깡통전세'였던 점, 신용불량 상태였던 A씨에게 전세보증금을 반환할 능력이나 의지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근거로 그가 사업 초기부터 전세사기를 목적으로 범행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