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금융그룹이 정보기술(IT) 기업과 잇따라 제휴하며 디지털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사 단독으로 AI 관련 사업을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IT기업들과의 접점을 늘리며 협업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하나금융은 디지털 인재 확보에도 열심이다. 금융권 유일의 AI 전문 싱크탱크인 하나금융융합기술원도 인재들의 집합소로 지속가능한 AI 활용 전략을 구축, 실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리스크 관리 △자산관리 △고객관리 △생성형AI △업무효율화 등 5개 영역을 AI 혁신 부문으로 선정했다.
30일 현재 하나금융은 '2500 by 2025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까지 디지털 관련 인력을 2500명으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또 1634명인 그룹 데이터 전문인력을 올해까지 50% 이상 늘릴 계획이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금융사는 공장이 없고 오로지 사람만 있으므로 금융이 사람이고 미래가 곧 사람"이라며 "고도화된 AI로 발 빠르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해 인성과 인간미가 미래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AI 관련 인재 육성을 강조했다.
특히 금융사 독자적으로 AI 관련 기술을 개발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을 들어 전문기업들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함 회장은 "AI 등 새로운 기술 관련 사업은 혼자서 할 수 없어 네이버, 쿠팡 등과 접점을 늘리며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은 금융지식과 디지털기술을 겸비한 융합형 인재 육성을 목표로 디지털 및 데이터 교육도 강화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포항공대(POSTECH)와 맺은 산학협력 등이 기반이다.
아울러 하나금융은 '현장중심 AI'를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지난해 지주 AI데이터본부를 신설했고, 하나AI리더스포럼을 발족시켰다. 그룹 내 AI사업에 관한 유기적 협업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SK·네이버·쿠팡 등과 맞손…AI 전환 가속
하나금융과 AI사업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곳은 SK그룹이다. 하나금융과 SK텔레콤(SKT)은 2022년 7월 4000억원 규모의 지분교환을 시행하며 동맹관계를 맺은 바 있다. 전략적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하나금융은 AI기술 내재화를 실행하고 있다.
양사는 현재도 AI 분야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2023년 1기 프로그램에서 선정된 한 스타트업은 23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고 'CES 2024' 혁신상 2건 등의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에도 생성형AI, 데이터, 보안·안면인식 등 AI 관련 스타트업 15곳을 선발했다.
이런 가운데 하나금융과 SK텔레콤은 △중저신용 및 금융이력 부족 고객 특화 대안 신용평가 모형 고도화 △데이터 결합을 통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굴 △차세대 신용평가 모델과 신규 AI 데이터 상품 고도화 등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이밖에도 하나금융은 네이버·쿠팡과의 협력 사업을 늘리고 있다. 네이버와는 2018년 7월부터 스마트렌즈 기반의 외환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해 외국 실물화폐를 네이버의 스마트렌즈로 촬영하면 환율 및 환전금액 등을 조회할 수 있다. AI 이미지 인식 기술을 금융 서비스에 최초로 적용한 사례다.
이후 네이버 계열사 네이버페이와 '네이버머니하나통장'을 함께 출시했다. 이는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금융상품으로 출시 5개월 만에 50만좌가 완판되기도 했다.
쿠팡과의 대표적 협력 사례는 셀러월렛 빠른정산 서비스가 있다. 2023년 9월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것으로, 마켓플레이스 입점 소상공인들이 판매대금을 빠르게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이는 기존에 20일이 걸리던 판매대금 정산 기간을 대폭 단축했다.
리스크·자산·고객관리까지 전방위 '혁신'
하나금융의 AI기술이 적용되는 부문 중 리스크 관리는 신용관리 모형을 자체 개발해 기존 개인신용조회회사(CB)의 머신러닝(ML) 모형 대비 높은 정확도와 변별력을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시스템자동화 주기를 3개월에서 5일로 획기적으로 단축한 것도 이의 일환이다.
자산관리 부문에서는 AI 활용빈도를 높여 자체적으로 지수예측 모형을 개발하고 자산배분 포트폴리오로 모형 및 상품 추천 시스템을 결합해 초개인화된 플랫폼 '아이웰스(AI Wealth)'가 대표적이다. 기존 로보어드바이저가 고객의 투자성향을 분석해 10개 미만의 포트폴리오를 제시했다면, 아이웰스는 고객의 관심 분야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468개의 포트폴리오로 개인맞춤화 상품을 제공한다.
고객관리에도 AI가 적용됐다. 생성형AI 개발을 위해 대규모 인프라를 설치했고, 대고객 서비스 중인 하이로보 등 기존 챗봇에 탑재된 알고리즘을 생성형AI로 고도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하나금융융합기술원이 자체 개발하는 금융특화 언어모델이 다른 금융사와 차별화된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AI를 도입해 업무효율성도 끌어올린다. 하나금융융합기술원이 자체 기술로 개발한 AI-OCR 솔루션 '리딧(READIT)'은 금융권 최초로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로부터 GS인증 1등급을 획득했다. AI-OCR은 종이문서나 이미지 형태의 데이터를 디지털·텍스트로 변환하는 기술로 업무효율성을 높이는 데 활용된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AI 관련 자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IT기업과 손잡으며 기술역량을 내재화하고 있다"며 "손님 최우선 가치를 바탕으로 AI를 적극 활용해 업무효율성을 높인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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