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창모 완벽투! NC 와일드카드 1차전서 삼성에 4-1 승리!마지막까지 간다!

와일드카드는 말 그대로 “내일이 없는” 자리다. 4위는 1승을 안고 시작하고, 5위는 두 번을 연달아 이겨야 살아남는다. 그런 문턱에서 NC가 1차전을 가져왔다. 중심에는 구창모가 있었다. 75구로 6이닝을 끝낸 이 효율, 포스트시즌에서 보기 드문 ‘순삭’의 투구였다. 직구 최고 146km, 슬라이더를 축으로 포크볼을 섞고, 커브는 맛보기로 하나 던졌다. 숫자만 보면 화려하진 않다. 그러나 진짜 포인트는 ‘컨택의 질’과 ‘카운트 운영’이었다. 삼성 타자들이 스윙을 가져가긴 했지만, 맞아도 배럴에 오래 머물지 못했다. 슬라이더는 스트라이크존 가장자리를 긁었고, 포크볼은 헛스윙보다 약한 땅볼을 유도했다. 사사구 0개라는 기록이 말해주듯, 구창모는 늘 먼저 유리한 카운트를 만들었다. 병살 5개가 쏟아진 경기 흐름도 결국 구창모가 만든 타구 질 관리에서 시작됐다.

삼성은 패배의 이유를 정확히 짚었다. “구창모 공략 실패.” 박진만 감독의 말처럼, 중심 타선이 막히면 삼성은 어렵다. 구자욱과 디아즈는 올 시즌 수없이 경기를 바꿨지만, 이날은 둘 다 공이 배트의 가장 맛있는 지점에 오래 머물지 못했다. 잘 맞았다 싶으면 야수 정면, 출루했다 싶으면 병살타. 포스트시즌에서 가장 위험한 건 ‘긴 이닝 동안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인데, 삼성은 초구 공략과 이른 카운트 승부를 계속 시도하면서도 결과를 바꾸지 못했다. 반대로 NC 야수진은 김휘집의 다이빙과 송구, 중견-우익 라인의 진입 각도까지 작은 플레이 하나하나로 흐름을 끊었다. 1점씩 피를 말리며 따라가야 하는 와일드카드의 문법을, NC가 디테일로 정확히 실행한 셈이다.

투수전만 있었던 건 아니다. 타석에선 데이비슨이 결승타 포함 2안타 2타점으로 무게중심을 잡았고, 9번 김형준의 솔로 홈런은 삼성 선발 후라도의 카운트 설계를 무너뜨린 한 방이었다. 김형준은 와일드카드 통산 최다 홈런 기록까지 갈아치우며, ‘9번’의 가치를 다시 썼다. 초반 1회 최원준-박건우-데이비슨의 3연타로 선취한 1점, 2회 희생번트로 확대한 1점, 5회 장타 두 방으로 벌린 2점. 점수는 4점뿐이었지만, 만드는 과정이 포스트시즌 교과서였다. “기회가 오면 한 번에 몰아친다”가 아니라 “기회가 올 때마다 한 알씩 모아 커진다.” 단기전에서 더 무서운 방식이다.

후라도는 내용이 나빴다기보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 초반 두 이닝 동안 2실점은 치명적이지 않다. 문제는 5회 추가 2실점이다. 그 한 고비를 못 넘기면서 삼성 타선에 압박이 쌓였고, 그 압박이 또 병살을 불렀다. 박진만 감독이 가라비토를 아꼈던 선택도 이해된다. 시리즈가 오늘로 끝나는 상황이었다면 꺼냈을 카드지만, 2차전까지 염두에 둬야 했다. 대신 배찬승이라는 신예가 1이닝 2탈삼진으로 빛났다. 단기전에서 ‘새 얼굴의 한 이닝’은 때로 에이스 못지않게 크다. 삼성에게 남은 희망의 조각이 바로 이 장면이다.

이제 관건은 2차전이다. 선발 매치업은 원태인(삼성)과 로건 앨런(NC). 구조적으로는 삼성이 유리하다. 1승을 안고 있고, 에이스 원태인은 큰 경기에서 스트라이크를 꾸준히 넣는 타입이다. 하지만 공의 질만큼이나 중요한 건 첫 3이닝의 심리전이다. 삼성은 1회부터 출루를 쌓아 원태인의 호투와 별개로 ‘팀 분위기’를 올려야 한다. 이 경기의 키는 중심타선이 아니라 1~2번의 출루다. 1·2회에서 주자 한 명이라도 더 내보내면, NC는 로건의 이닝 운용을 보수적으로 바꾸게 되고, 5회 이전 불펜 노출 확률이 커진다. 그리고 그 불펜은 NC의 강점이지만, 전날 김영규-전사민-김진호가 이미 한 번 던졌다. 같은 타자에게 같은 구종으로 다시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

NC의 해법은 간단해 보이지만, 실행이 어렵다. 원태인의 초반 커맨드는 리그 최고 수준이다. 오히려 ‘초구부터 가볍게 밀어치는’ 선택이 필요하다. 원태인은 유리카운트를 잡으면 체인지업과 커브로 타자를 세워둔다. 그러니 초구와 1-0, 1-1에서 타석을 끝낼 결심이 있어야 한다. 동시에 주루를 적극적으로 걸어야 한다. 1루에서 2루를 훔치겠다는 얘기가 아니다. 리드폭, 스타트 타이밍, 더블스틸 페이크, 번트 뒷 공략처럼 수비를 계속 흔드는 동작들이 필요하다. NC는 정규시즌 막판 9연승 동안 ‘상대가 생각해야 할 것’을 끊임없이 늘렸다. 그 야구를 다시 꺼낼 때다.

삼성의 타격 체크리스트는 두 가지다. 첫째, 디아즈의 스윙 궤도. 1차전에서 디아즈는 평소보다 임팩트가 조금 앞섰다. 바깥쪽 공에 배트 끝이 먼저 나가며 힘을 잃었다. 2차전의 첫 타석은 일부러라도 공을 오래 보며 타이밍을 뒤로 가져와야 한다. 둘째, 구자욱의 초구 선택. 첫 타석에서 초구에 손이 나가면, 상대는 그다음부터 손쉽게 유인구를 던진다. 최소한 첫 타석만큼은 ‘초구 패스’ 원칙으로 투수의 패턴을 끌어내는 게 좋다. 이 두 가지만 바뀌어도 중심타선은 자연스럽게 살아난다.

NC의 마운드 운용은 전형적인 ‘총동원’이 예상된다. 로건 앨런이 4~5이닝만 깔끔히 줘도, 6회부터는 좌우 맞춤식 릴레이가 가능하다. 김영규의 롱, 전사민의 브리지, 김진호의 하이레버리지. 전날 모두 던졌다고 해서 2차전에 못 쓰는 건 아니다. 투구 수가 많지 않았고, 하루 쉬지 않아도 되는 포맷이 와일드카드다. 변수는 1차전 중도 교체된 박건우와 김형준의 몸 상태다. 박건우는 오른 햄스트링, 김형준은 왼 손목. 둘 중 하나라도 선발에서 빠지면 NC 타선의 직선성이 줄어드는 건 사실이다. 이럴 때일수록 데이비슨 앞·뒤의 타석에서 출루를 늘려줘야 한다. 데이비슨은 공을 멀리 보낼 수 있지만, 혼자서는 경기를 못 이긴다.

삼성은 원태인 뒤에 가라비토를 붙일 확률이 높다. 계획대로면 6+2+1 혹은 5+2+2 구조가 된다. 여기서 중요한 건 ‘가라비토를 이기는 방법’이다. 좌타자들은 과감히 앞 타이밍으로 직구를 잡아야 하고, 우타자는 초구 스플리터 유인에 속지 않아야 한다. 반대로 NC는 가라비토 상대에 좌타자 줄세우기를 피하고, 우타자에게 카운트 싸움을 맡기는 게 합리적이다. 한 방을 노리기보다, 1볼에 만들어 들어가 출루를 쌓는 쪽이 성공률이 높다.

심리전도 뺄 수 없다. NC는 9연승의 흐름을 와일드카드까지 끌고 왔다. 선취점 하나만 나와도 덕아웃이 들썩이고, 수비의 발이 한 발 더 빨라진다. 삼성은 반대로 “비기기만 해도 된다”는 계산이 오히려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단기전에서 안전은 위험이다. 1회부터 번트를 보여주고, 2회에 뺏고, 3회에 히트앤런을 걸어야 상대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든다. 숫자는 차갑지만, 흐름은 뜨겁다. 이 뜨거움을 누가 먼저 잡느냐가 2차전의 승부다.

정리하면, 1차전은 구창모의 게임이었다. 효율, 타구 질, 무사사구. 숫자와 내용이 동시에 있었다. 삼성은 중심 타선이 잠들었고, 병살로 자해했다. 그러나 2차전은 다른 이야기다. 원태인이 서고, 가라비토가 대기한다. NC는 로건 뒤에 ‘날카로운 좌우 불펜’을 줄줄이 세운다. 양쪽 모두 해법은 명확하다. 삼성은 1~2번의 출루와 중심의 타이밍 수정, NC는 초구부터 가볍게 치는 공격성과 주루 압박. 어느 쪽이 더 빨리, 더 많이 실행하느냐가 준플레이오프의 문을 연다.

와일드카드는 작은 플레이들이 만든다. 김휘집의 다이빙처럼, 김형준의 9번 홈런처럼, 배찬승의 1이닝처럼. 숫자가 큰 선수만 주인공이 되는 게 아니다. 2차전도 분명 누군가의 작은 플레이 하나가 제목이 될 것이다. 그리고 1차전이 그랬듯, 그 제목의 첫 줄은 “초반 3이닝”에서 이미 쓰이기 시작할 것이다. NC는 흐름의 팀이고, 삼성은 전력의 팀이다. 흐름이 전력을 이길지, 전력이 흐름을 잠재울지—대구의 오후가 대답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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