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도 높은 하이브리드 중형세단 -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시승기
최근 잇달아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한 혼다코리아가 미디어를 대상으로 혼다 하이브리드 테크 데이(Honda Hybrid Tech Day)를 개최했다. 지난 17~19일의 3일에 걸쳐서 진행된 본 행사에서는 혼다의 신형 하이브리드 기술과 관련된 정보를 공유하고 실제 그 기술을 토대로 완성된 혼다 CR-V 하이브리드와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두 가지 모델을 한 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본 시승기는 중형세단 모델인 어코드 하이브리드다. 11세대로 거듭난 새로운 어코드는 완전히 새로워진 디자인과 더불어 더욱 진보된 구조설계와 안전 기술이 적용된 모델이다. VAT 포함 차량 기본 가격은 5,340만 원.
11세대로 거듭난 혼다 어코드는 외관 디자인부터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 눈에 들어 온다. '간결함'을 핵심으로 하는 새로운 디자인 언어가 적용된 신형 어코드는 수치 상으로는 기존 대비 길이가 70mm 늘어났고, 전/후륜의 윤거(휠과 휠 사이의 거리)만 각각 10mm씩 넓어졌을 뿐, 폭이나 높이, 심지어 휠베이스마저 동일하다. 그렇지만 시각적으로 느껴지는 변화의 폭은 대단히 크다.
특히 극단적인 수평향의 기조를 취하고 있는 전후면의 디자인과 단 두 개의 선으로 깔끔하게 정리된 측면, 완만한 패스트백 형태의 차체 구조에서 오는 시각적인 효과로 인해 선대 어코드 대비 차가 훨씬 더 크고 단단해 보인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극단적인 수평향의 전/후면부 디자인으로 차가 더욱 넓고 낮아 보이는 효과를 제대로 연출하고 있다. 여기에 기존 대비 한층 간결하게 다듬어진 형상과 디테일을 통해 더욱 절제된 멋을 선보인다.
인테리어 또한, 더욱 간결해진 분위기가 특징이다. 극단적인 수평향을 취하는 대시보드 디자인과 전체가 마름모 격자의 그릴형으로 디자인된 송풍구, 돌출형 디스플레이, 물리 버튼과 다이얼로 구성된 공조장치 패널, 그리고 단순하면서 쓰임새 좋은 플로어 콘솔 등등, 대부분의 요소에서 먼저 출시된 CR-V 하이브리드의 인테리어를 그대로 옮겨온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세부적인 사항은 다른 점들이 있다.
먼저 중앙의 돌출형 디스플레이는 CR-V보다 훨씬 큰 12.3" 디스플레이를 채용하고 있고, 위치도 상당히 높은 편인 덕분에 조작하면서도 시선 이동이 적다. 또한 계기반의 경우에도 10.2인치의 TFT LCD 패널로 이루어져 있어 개선된 시인성을 제공한다. 여기에 물리 다이얼과 버튼으로 구성된 공조장치는 쓰임새가 좋고, 직관적이다. 물론, 시각적인 측면에서는 고전적인 방식으로 보여질 수 밖에 없으나, 실사용자의 입장에서는 피드백도 없는 터치 패널이나 디스플레이에 숨어 들어가 있는 방식에 비하면 이쪽이 몇 배는 더 낫다.
앞좌석은 편안한 착좌감을 제공한다. 부드럽게 신체를 감사주면서도 내부에서 든든하게 지지해주는 느낌이 좋다. 앞좌석은 양쪽 모두 전동조절 기능을, 그리고 운전석에는 메모리 기능까지 제공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내에서 선호하는 3단계 통풍 기능도 적용된다.
기존에도 이미 넉넉하고 여유로운 공간을 지녔던 뒷좌석은 신형에서 더욱 커진 느낌이다. 물론 매끄러운 패스트백형 루프 라인으로 인해, 탑승자의 체격에 따라서는 헤드룸이 약간 작아진 느낌이 들 수 있지만 막상 실내에 들어와 보면 기존 대비 더 여유로워진 공간감에 놀라게 된다. 심지어 휠베이스, 차폭, 높이는 이전 세대 대비 1mm도 늘지 않았음에도 내부 공간이 더 넓어졌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번에 시승하게 된 혼다 어코드에는 혼다의 4세대 2모터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된다. 4세대 2모터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2.0리터 직분사 앳킨슨 사이클 가솔린 엔진과 2기의 전기 모터로 구성된다. 먼저 2.0리터 앳킨슨 사이클 엔진은 147마력/6,100rpm의 최고출력과 18.4kg.m/4,5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전기 모터는 각각 구동과 발전을 담당하는 2기의 모터로 나뉜다. 모터의 시스템 합산 최고출력은 184마력/5,000~8,000rpm, 최대토크는 34kg.m로, 엔진 대비 모터 쪽이 출력은 37마력, 토크는 15.6kg.m나 더 높다. 엔진 대비 월등히 높은 성능을 갖는다. 특히 초기 발진 가속성능은 물론, 연비 개선효과도 크게 끌어 올린 것이 특징이다. 이 뿐만 아니라 2.0리터 앳킨슨 사이클 엔진과 구동축 사이에 별도의 기계식 클러치를 적용해, 엔진의 동력을 직접 구동륜에 전달할 수 있도록 하여, 보다 고도화된 직병렬 혼합식의 하이브리드 체계를 구축했다.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기존 대비 한층 정숙해졌다. 기존에도 평범한 수준의 정숙성을 가졌었고, 전자부품들 특유의 소음도 다소 존재하는 편이었지만, 새로운 어코드는 이러한 잡다한 소음들이 꽤나 말끔히 사라졌다. 여기에 엔진 자체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도 상당히 줄었다. 개선된 정숙성 덕분에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경쟁사의 동급 하이브리드 차종에 전혀 뒤처지지 않는 수준의 정숙성을 자랑한다.
승차감은 여전히 패밀리세단의 정석다운 감각이 돋보인다. 여전히 부드럽고 편안하며, 그 와중에 충실한 안정감까지 챙긴 느낌이다. 특히 안정감의 경우에는 기존 대비 더욱 강화된 느낌이다. 신설계 차체구조 덕분에 강성이 증대되었고, 서스펜션 설정 또한 더 개선되었다는 느낌을 준다.
가속성능은 제법 시원스러운 느낌이다. 구동 초기에 강력한 토크를 발휘하는 모터의 특성이 제대로 드러나는 덕분에 발차시에 특히 부드럽고 즉각적으로 나아가 준다는 느낌을 준다. 고속으로 가속할 때에도 충실한 동력을 느길 수 있으며, 스포츠 모드로 전환한 경우에는 엔진동력을 더 적극적으로 끌어오는 느낌이다. 여기에 분명히 기계적인 트랜스미션이 없음에도, 일반 다단변속기의 변속 질감까지 제한적으로 구현하고 있기도 하다. 어서 제법 만족스러운 경험을 선사한다. 특히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게 되면 별도의 사운드 제너레이터를 거친 소음이 실내로 들어오는데, 소음은 음색과 볼륨 등의 정도가 지나치게 인위적이지 않으면서도 적당한 긴장감을 줄 수 있는 정도로 절묘한 튜닝이 돋보인다.
코너링에서는 상술한 차체구조의 강화와 더불어 '모션 매니지먼트 시스템'의 도움으로 한층 직관적으로 차량을 다룰 수 있다. 특히 모션 매니지먼트 시스템은 스티어링 휠 조타 각도에 따라 파워트레인과 브레이크를 통합 제어함으로써, 차량의 앞머리가 오르내리는 움직임(Pitch)을 통제하여 어떠한 상황에서도 운전자의 의도대로 차량을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신설계 차체구조와 정교한 장비들 덕분에 어코드는 스포츠 세단은 아니지만 패밀리세단으로서는 꽤나 몰입감 있는 주행의 경험을 선사한다.
이와 함께 어코드 하이브리드에는 혼다의 운전자 주행보조 시스템 '혼다 센싱(Honda SENSING)'이 기본으로 적용된다. 최신 사양의 혼다 센싱은 시야각이 90도까지 확장된 광각 카메라를 적용하고, 레이더도 120도까지 인식 범위가 확장되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및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LKAS) 성능이 향상됐다. 여기에 0km/h 부터 작동하는 조향 보조 시스템인 트래픽 잼 어시스트(TJA, Traffic Jam Assist) 기능도 추가되어 더욱 안전하면서도 편안한 운행환경을 만들어 준다.
이번에 시승하게 된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새로워진 디자인은 물론, 한층 진보된 혼다의 기술력이 돋보이는 모델이다. 더욱 효율적이면서도 운전자가 원한다면 언제든 장단을 맞춰주는 완성도 높은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국내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충실한 상품구성을 꾹꾹 눌러담았다. 경쟁사의 하이브리드 중형세단 대비 가격이 높게 책정되었다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 선호되는 사양들은 빠짐 없이 담겨 있어, 상품적인 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