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 펀딩으로 약 12억 원을 모은 휴대용 스팀 게임기 'SMACH Z'의 출시가 어두워졌다.

SMACH Z의 주요 모듈 제조사 'rhomb.io'​는 27일, SMACH Z 개발 프로젝트를 더 이상 지원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뒤이어 29일​, SMACH Z 개발팀 또한 후원자 전용 공지를 통해 프로젝트 일정 연기를 알렸다. 연기된 일정은 본래 일정보다 1년 가까이 늦어진 2018년 1분기다.

# SMATCH Z이 뭐길래?

SMACH Z은 '스팀보이'라는 가칭으로 알려진 휴대용 스팀 게임기다. 어떤 기기인지 영상을 통해 살펴보자.

휴대용 게임기 제작 프로젝트 SMACH Z는 지난해 8월 게임스컴에 시험 버전을 출품하면서 전세계에 알려졌다. ​밸브 코퍼레이션이 개발 취소한 '휴대용 스팀 게임기'의 개념을 이어받아 시연 가능한 버전까지 만든 것으로, '스팀보이'라는 가칭으로 불리다 게임스컴을 계기로 'SMACH Z'이라는 정식 명칭을 확정했다.

SMACH Z은 스팀 계정과 연동해서 라이브러리에 있는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으며, 에뮬레이터를 사용해 레트로 게임과 닌텐도 Wii 게임까지 지원한다. 또한 스팀에 있는 각종 고사양 게임도 옵션 조절을 통해 자유롭게 플레이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줘 스팀 유저들에게 큰 기대를 받았다.

SMACH Z 개발 프로젝트는 스팀 게임을 고성능 휴대용 게임기로 플레이할 수 있고, 여러 기능을 갖고 있다는 화제성에 힘입어 두 차례의 크라우드 펀딩을 연이어 성공시켰다. '인디고고'에서 약 65만 달러, '킥스타터'에서 약 47만 유로가 모였다. 그동안 모금 받은 금액을 합하면 약 12억 원에 이른다.

# 발매일이 다가오는데, 주요 모듈조차 완성되지 않았다

하지만 후원자들의 기대와 달리, SMACH Z의 출시는 순조롭지 않았다. SMACH Z 개발팀은 정식 출시 전, 2017년 4월까지 후원자에게 SMACH Z을 배송할 것을 약속했으나 두 달이 지난 현재까지 제품을 받았다는 후원자는 나오지 않았다. 많은 후원자들이 크라우드 펀딩 웹페이지, 공식 SNS를 통해 프로젝트의 진척도와 물건 배송 여부를 물었으나 개발팀은 '다소 늦어질 예정'이라고만 답변했다.

프로젝트가 늦어진 내막은 개발팀이 아닌 협력업체의 공지로 드러났다. 지난 27일, 'SMACH Z'의 모듈 제작을 맡은 스페인 업체 Rhomb.io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프로젝트 지원 중단을 선언하면서 이유를 설명한 것.

당초 SMACH Z는 AMD RX421 부품을 사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Rhomb.io​는 "해당 부품은 알파 단계에서 검증을 거치고 있으며, 정식으로 사용하려면 아무리 빨라도 2017년 말에나 가능하다. 그런데도 개발팀은 제조의 복잡성과 경제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SMACH Z 출시 일정을 ​임의로 정했다​"라고 주장했다. Rhomb.io는​ 이런 개발 상황을 이야기하며 프로젝트가 일시 정지된 동안 개발팀과 일부 의견이 일치하지 않아 최종적으로 지원 중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Rhomb.io의 성명 후 이틀이 지난 29일, SMACH Z 개발팀은 결국 크라우드 펀딩 웹페이지에 공지한 ​후원자 대상 사전 발송일을 2017년 4월에서 2018년 1분기로 바꿨다. ​출시 일정 역시 기존의 2017년 12월~2018년 1분기에서 2018년 3분기로 변경했다.

SMACH Z 개발팀은 출시 일정 변경과 함께 후원자 대상 비공개 공지를 통해 "Rhomb.io의 모듈을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는 약속한 기능을 모두 제공할 수 있는 더 나은 파트너로 바꿀 것이다. 출시 일정은 약간 미뤄질 것이나, 이미 Rhomb.io가 일으킨 지연보다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즉, 일정 지연 공지와 함께, 여기에는 Rhomb.io​의 책임이 있다고 간접적으로 비판한 셈이다.

한편, SMACH Z은 개발팀 공지에 따르면 2018년 3분기에 299유로(한화 약 38만 원), 'SMACH Z PRO' 499유로(한화 약 63만 원)에 판매될 예정이다.​ 다만 기존 제조사와의 분쟁, 프로젝트에 중대한 차질이 생겼음에도 후원자들에게 확실히 공지하지 않은 점, 예고한 출시일이 가깝도록 주요 모듈조차 완성되지 않은 상황을 봤을 때 공지대로 출시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