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격 밑으로 추락하는 집값
정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 방안을 줄기차게 내놓고 있지만, 주택 시장 침체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 상황을 알아봤다.
◇공시가격보다 낮은 실거래가

지난해 집값이 급락하면서 공시가격보다 낮은 금액에 거래된 아파트가 800건에 육박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직방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단지 내 최저 공시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아파트가 거래된 사례는 794건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 충북이 170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경기(101건), 대구(88건), 경북(81건), 부산(73건), 경남(49건), 인천(48건), 서울(40건) 등 순이었다.
연말로 갈수록 늘었다. 최저 공시가격보다 낮게 매매된 아파트 거래 건수는 1월부터 10월까지 월 별로 41건에서 70건 사이였는데, 11월 95건, 12월 124건으로 급증했다. 12월 거래 사례 중 절반 이상인 63건은 수도권 단지였다.
12월 거래된 단지 중 매매가격과 공시가격과의 격차가 가장 컸던 단지는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센트럴푸르지오였다. 이 단지 전용면적 59㎡가 지난달 16일 6억350만원에 직거래됐는데, 같은 평형 최저 공시가격 7억8400만원보다 1억8050만원 낮은 금액이다. 또 경기 의왕시 청계동 휴먼시아청계마을1단지 전용 121㎡는 지난달 10일 최저 공시가격 8억4900만원보다 1억4900만원 낮은 7억원에 중개 거래됐다.
◇집값 반토막나면서 역전

공시가격은 국토교통부가 전년도 집값 변동에 따라 매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매긴다. 매매 시세와 달리 1년간 고정되기 때문에 너무 높게 잡아 놓으면 집값 하락기에 시세와 역전되는 일이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다.
이 현상은 최근 들어 심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공시가격이 시세의 70~80% 수준까지 올라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선 집값이 20% 이상 빠지면 시세가 공시가격보다 낮아지게 된다.
작년 이 일이 벌어졌다. 금리 인상 여파로 집값이 급락하면서 시세와 공시가가 역전되는 단지가 속출한 것이다. 작년 전국 아파트 실거래 가격(1~11월)은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14.3%)으로 떨어졌다. 지역 별로 반값 아파트 출현 사례가 수두룩하다.
예를 들어 서울 노원구 삼호3차 전용면적59㎡의 작년 1월 1일 기준 공시가격은 5억6400만원이었다. 2021년 최고 거래가(9억8000만원)와 비교하면 공시가격이 시세의 60%에 못 미친다. 이때만 해도 공시가에 여유가 있었는데, 최근 상황이 급변했다. 5억1000만원 거래 사례가 나온 것이다. 공시가격보다 5400만원 낮은 가격이다. 가격이 거의 반 토막 나면서 시세와 공시가격이 역전되기에 이르렀다.
또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6단지 83㎡도 지난달 실거래가(19억원)가 작년 공시가격(19억4500만원)보다 4500만원 낮아졌다. 2021년(27억5000만원) 대비 실거래가가 8억5000만원(31%)이나 급락하면서 빚어진 역전 현상이다.
◇세금은 높은 공시가격대로 부과

그럼에도 보유세는 집값이 떨어지기 전인 연 초 공시가격 기준으로 부과되는 구조다. 작년 재산세와 종부세가 작년 초 매겨진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부과됐던 것이다.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관련한 사연이 줄줄이 올라오고 있다. 서울 강동구의 20평대 아파트(공시가격 8억1000만원)를 가진 40대 권모씨는 지난해 재산세로 160만원을 냈는데, 단지 내 같은 평형 매물이 최근 7억원대 중반에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작년 초 시세에 비해 4억원 넘게 떨어진 것이다. 권씨는 “집값이 급락했는데, 세금은 그보다 높은 가격을 기준으로 냈다니 너무 억울하다”고 했다.
서울 송파구에 30평대 아파트를 가진 40대 장모씨는 “대출 금리가 급등해 부담이 큰데, 세금은 유독 거품이 잔뜩 낀 가격으로 냈다”고 하소연했다.
◇회복에 오랜 시간 걸릴 듯

높은 금리와 경기 불확실성 때문에 주택 시장 침체가 회복되는 데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많다. 부동산 시장 한 전문가는 “지금 상황에선 규제를 추가로 더 푼다고 해도 단기적으로 거래량이 늘어나기는 어렵다”며 “오랜 침체를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시장 상황은 초기 하락장의 모습으로 더 심한 침체가 닥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부동산시장 다른 전문가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7%대에 달하고, 최근 집값 추가 하락이 유력한 상황에서 누가 집을 사려고 하겠느냐”며 “조금만 생각해 보면 요즘 시장 분위기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이영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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