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진우 따라 들어선 넷마블게임박물관, 조선 놀이판 펼쳐졌다 [현장+]

넷마블게임박물관에 들어서면 ‘나 혼자만 레벨업’의 주인공 성진우가 맞아준다. /사진=최이담 기자

8일 서울 구로구 넷마블 사옥에 위치한 넷마블게임박물관에 들어서자 ‘나 혼자만 레벨업’의 주인공 성진우가 맞아줬다. 이후 입구 벽면을 채운 발광다이오드(LED) 사이니지의 푸른빛이 시야에 들어왔다. 박물관보다는 게임 공간에 들어선 듯한 느낌이 먼저 들었다. 거대한 던전에 입장한 플레이어처럼 성진우의 안내를 받으며 게임 역사의 첫 장면으로 이동했다.

몇 걸음 뒤에 세월의 흔적이 남은 아이보리색 컴퓨터 본체와 볼록한 브라운관 모니터, '갤러그' 등 고전 오락기, '다마고치' 등의 게임기기들을 보니 학창시절의 추억이 밀려 들었다. 안쪽 기획전시장에서는 디지털게임으로 탄생한 조선시대 놀이인 '승경도'를 즐길 수 있었다. 고전 오락실 게임부터 온라인 모바일게임까지 문화와 산업으로 발전한 흐름을 같은 공간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서울 구로구 넷마블 사옥 2층에 위치한 넷마불게임박물관 입구 /사진=최이담 기자

게임의 탄생부터 확장까지, 발자취 더듬다

넷마블게임박물관의 첫인상은 몰입형 콘텐츠에 가까웠다. 입구 대형화면 속의 성진우는 관람객에게 게임의 역사를 설명하는 안내자로 전시장 진입을 게임 플레이처럼 느끼게 했다.

전시는 석기시대의 던지기 놀이에서 출발한다. 이후 고대 보드게임과 체스, 전자게임, 콘솔게임, 온라인게임, 모바일게임 등으로 이어지면서 게임이 단순한 놀이에서 기술과 산업을 결합한 콘텐츠로 확장된 과정을 시간 순으로 보여준다.

박물관이라는 단어에서 연상되는 딱딱함은 크지 않았다. 관람객에게 익숙한 캐릭터가 등장하면서 게임의 역사라는 주제도 쉽게 다가왔다. 전시의 중심 또한 넷마블 지식재산권(IP) 홍보에만 머물지 않았다. 오래된 컴퓨터와 콘솔게임기, 고전 게임 자료, 오락실 기기가 함께 배치됐다.

유길상 넷마블문화재단 팀장은 “넷마블 게임만 모아놓은 박물관이 아니다”라며 “가족들이 같이 와서 공유하고 공감하는 공간으로 방향성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넷마불게임박물관 내부 /사진=최이담 기자
넷마불게임박물관 내부 /사진=최이담 기자

약 300평 규모로 조성된 박물관은 게임의 역사와 게임 세상, 게임 문화라는 3축으로 구성됐다. 부모 세대는 고전 게임기와 오락실 기기에서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고 학생들은 최근 게임 IP 기반의 영상과 체험 콘텐츠를 경험한다.

게임 제작과정과 직무체험도 마련됐다. 특히 ‘제2의 나라’ IP를 활용해 게임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기획, 아트, 개발, 사운드 등 직무별로 나눠 보여줘 눈길을 끌었다. 게임 하나가 나오기까지 여러 직무와 긴 제작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쉽게 설명해줬다.

최근 넷마블게임박물관은 국내 게임박물관 중 최초로 ‘제1종 전문박물관’에 등록됐다. 제1종 전문박물관은 일정 규모 이상의 소장 자료와 전문 학예인력, 수장고와 보존설비 등을 갖춰야 한다. 이에 게임 자료가 전시용 소품을 넘어 보존과 연구의 대상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넷마블로서도 이번 등록은 박물관의 성격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 기업사회공헌(CSR) 성격의 문화공간을 넘어 게임문화의 아카이브로서 공신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지우고 산업의 문화적 기반을 설명하는 공간이 된 것이다.

디지털 화면의 이미지를 터치하면 소개글과 영상이 나온다. /사진=최이담 기자
‘제2의 나라’ IP를 활용해 게임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최이담 기자

넷마블도 ‘교육’ 기능 강화를 핵심 과제로 꼽았다. 이에 넷마블문화재단 프로그램이던 ‘게임탐험대’는 올해부터 박물관 프로그램이 됐다. 학생들은 넷마블 직원의 직무 강의를 듣고 사옥을 둘러본다. 경우에 따라서는 모션캡처실도 체험하며 이후 박물관 전시물을 관람한다. 게임을 소비하는 경험에서 나아가 제작과 직업의 영역으로 이해하게 하는 구성이다.

유 팀장은 “올해부터 게임소통학교나 게임탐험대 같은 프로그램들이 공인된 문화기관인 박물관을 거점으로 운영된다”며 “참여하시는 분들이 느끼는 의미도 이전과 다를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어 “게임의 선악을 따지기에 앞서 게임이 걸어온 역사를 함께 들여다보는 경험 자체가 훌륭한 교육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며 “이런 경험을 박물관과 연계해 더 촘촘하게 설계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게임 된 ‘승경도’…조선 놀이의 재해석

상설전시가 게임 산업의 흐름을 보여준다면 기획전은 게임의 뿌리를 한국 전통놀이에서 찾는다. 현재 진행 중인 전시는 ‘Play 조선:한 수(手), 판을 넘다’다. 조선시대 놀이문화를 현대 게임의 문법으로 재해석한 기획전이다.

전시에서는 전통놀이를 전략, 운, 여정이라는 세 키워드로 풀어낸다. 바둑과 장기는 상대의 수를 읽는 전략게임으로 제시된다. 쌍륙은 주사위가 승부를 바꾸는 확률형 놀이로 설명된다. '승경도'와 '승람도'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여정을 담았다. 현대 역할수행게임(RPG)의 퀘스트와 성장 시스템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조선시대 양반들이 즐긴 '승경도' /사진=최이담 기자
넷마블은 ‘승경도’를 디지털게임으로 만들었다. /사진=최이담 기자

가장 직접적인 체험은 ‘디지털 승경도’였다. 관람객은 화면을 누르고 주사위를 던진다. 이후 관직을 따라 이동하며 목표 지점에 도달한다. 지름길과 유배 같은 요소도 있으며. 보드게임처럼 쉽고 직관적으로 구성됐다.

유 팀장은 “'승경도'는 조선시대에 양반들이 즐긴 게임으로 벼슬이 올라가는 것을 경험해볼 수 있다”며 “아이들이 하기 편하게 한글로 바꾸고 4명이 하는 체험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기획전은 전통놀이를 유물처럼 두는 데 그치지 않고 관람객이 직접 조작하고 결과를 확인할 수 있게 만들었다. 과거 놀이가 지금의 게임 구조와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체험으로 이해하게 하는 방식이다.

한쪽에서는 스탬프 체험도 할 수 있다. /사진=최이담 기자
‘Play 조선:한 수(手), 판을 넘다’ 기획전. 조선시대 놀이문화를 현대 게임의 문법으로 재해석했다. /사진=최이담 기자

화면을 누르면 반응하는 인터랙티브 콘텐츠와 스탬프 체험 코너도 마련됐다. 전시 마스코트인 호랑이 이름 짓기 공모전도 진행되고 있다. 박물관 측에 따르면 외국인 관람객도 적지 않다. 초기에는 한글 자막 중심이었지만 외국인 방문이 늘면서 영어 자막도 추가됐다. 기획전시는 1년 주기로 바뀔 예정이다.

전시의 마침표는 1990년대 동네 오락실이 찍었다. 오래된 오락기 앞에는 직접 플레이할 수 있는 기기가 놓여 있었다. 조이스틱을 두드리는 소리와 게임기 화면에서 번지는 알록달록한 빛이 어우러졌다. 부모 세대에는 추억의 공간, 아이들에게는 낯선 조작의 재미를 주는 공간이었다.

현장에서 경험한 넷마블게임박물관은 게임 산업 전체의 문화 아카이브를 지향하는 공간이었다. 게임의 탄생부터 어떻게 산업이 됐는지뿐 아니라 세대와 국적을 넘어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 콘텐츠라는 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유 팀장은 “박물관 입구에 ‘놀이는 문화보다 더 오래된 것’이라는 문구가 있다. 게임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인류가 오래전부터 즐겨온 놀이의 연장선이라는 점을 알아주시면 좋겠다”며 “게임을 잘 모르더라도 누구나 편하게 들어와 가족과 웃고 이야기를 나누다 가는 공간으로 기억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마지막 공간은 1990년대 동네 오락실처럼 꾸며졌다. 여기서는 직접 플레이가 가능하다. /사진=최이담 기자
전시장을 나오면 보이는 굿즈숍 /사진=최이담 기자

최이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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