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속에서 자는 느낌? 거실에 침대를 두자 벌어진 일
안녕하세요. 저는 망원동 18년 된 빌라에서 고양이 셋과 같이 살고 있는 김제인입니다. 10년 정도 홍대에서 요식업을 했고요, 6년은 서교동, 4년 정도 연남동에 살다가 이번에 가게를 그만두게 되면서 망원동과 합정동 중간지점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현재는 백수이면서 요가강사를 준비 중이고 인테리어 관련 유튜브를 깔짝깔짝하고 있습니다!
30살부터 맥줏집, 양식을 기반으로 하는 와인 집을 하면서 한 번도 쉰 적이 없어요. 가게는 변경한 것까지 합치면 5종류 정도로 한 것 같고요. 경기도 어려워지고 제 체력은 점점 바닥을 치면서 정말 쉬고 싶었는데 갑자기 가게가 정리되면서 휴식기를 갖게 되었습니다.
저는 인테리어에 어릴 때부터 관심이 많았어요. 한 달에도 몇 번씩 집 안 가구들을 혼자 옮겨보곤 했어요. 그리고 일찍 독립하게 되면서 그냥 살기보다는 좀 더 내가 좋아하는 곳에 살기를 바랐던 것 같아요. 그런 마음이 제가 좋아하는 요리와 합쳐져서 전공과는 무관한 (전공은 도자 공예학과 나왔습니다. ㅎㅎ) 요식업을 하게 되었어요. 그래도 제가 처음 시작한 2010년도엔 꽤 괜찮았어요. (웃음) 특이하거나 개성 있는 가게도 드물었고 그만큼 홍보를 많이 하지 않아도 그 집의 가치가 괜찮으면 알아서 찾아오는 그런 분위기였어요. 지금은 SNS의 도움이 없으면 힘들잖아요.
아무튼 그때는 저도 평범한 집 딸이어서 인테리어에 크게 돈을 쓸 수 없어서 손품, 다리품을 많이 팔고 집세 내기도 아까워서 가게 한쪽 쪽방에서 지내며 몇 년을 가게에서 씻고 자고 그렇게 지냈어요. ㅎㅎㅎㅎ 다 젊을 때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아무튼 그때 인부 아저씨들하고 이런저런 작업을 같이 하면서 일이 돌아가는 시스템(?)을 대강 알게 된 것 같아요. 그러면서 좋은 분들을 가리는 눈도 생겼고 웬만하면 제가 인테리어를 직접 할 수 있게 되었어요.
1. 도면
오래된 집이라 도면을 직접 그려봤어요. 정확하진 않지만 이런 구조의 엘리베이터 없는 5층 17평, 방 2개 빌라입니다.
Before
가게가 갑자기 정리되는 바람에 2주 안에 집을 구해야 하는 상황에 이 빌라를 발견했어요. 바로 들어올 수 있게 비어 있는 집에 주방 싱크대는 리모델링되어 있고 회백색 장판에 반짝이 있는 벽지로 도배가 되어있었어요. 집이 깨끗하고 주방 옆 테라스가 트인 느낌이 마음에 들어서 얼른 계약했지만... 사실 집은 더 잘 생각해서 봐야 해요. 결로도 있고, 집이 북서향이라 빛이 4~ 5시 쯤 제일 많이 들어와요. 보일러를 틀어도 요금만 많이 나오는 추운 집이었어요. 그래도 하고 살기 나름이라 생각하고 이것저것 시도를 해봅니다.
처음 이사 왔을 때 사진입니다. 참고로 가게 10년 치의 물건도 포함되어 있어요. 남자친구와 가족들도 처음 봤을 때 이걸 어떻게 정리하냐 반은 그냥 버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손때 묻은 물건을 버리는 게 참 어려웠어요. 그래서 하나하나 꺼내놓고 정리하고 정말 아니다 싶으면 버렸어요. 그러면서 깨달은 건 돈을 떠나서 '어떤 물건을 들일 땐 버릴 것도 생각할 것.'이었습니다.
2. 거실
before
처음 거실의 모습이에요. 저는 거실이 있는 생활을 거의 해보지 않아서 (이전 집이 다락방 공간이었거든요.) 이렇게 배치해 놓아도 거실에 머무르지 않게 되더라고요. 게다가 요가 강사를 준비하면서 집에서도 연습할 공간이 필요해졌어요. 그래서 예전부터 생각하던 일을 실행했답니다. 꼭 정해진 대로 살 필요 없이 내가 편하고 나에게 필요한 대로 사는 것도 괜찮다고요. 그래서 과감하게 거실을 침실로, 침실은 연습실로 바꿨습니다.
after
거실을 침실로 바꾼 모습입니다. 행잉플랜트를 걸 수 있는 곳도 많아지고 자연의 느낌이 가득한 공간이 되었어요.
현관 쪽에서 바라본 침실 역할을 하는 거실의 모습이에요. 20년 된 빈티지 소파를 파티션처럼 침대 옆에 두었고 그 위에 가림막이 되어주는 커튼을 설치해서 공간을 분리했어요. 덕분에 거실이지만 현관과 연결된 느낌은 적고 안락한 느낌이 들어요.
거실을 침실로 사용하여 공간이 넓어지니 식물들도 한 번에 보여서 관리가 쉬워졌어요. 아침에 빛도 더욱 잘 들어오고 자는 공간의 환기도 편해요. 방을 더 넓고 환하게 쓸 수 있고 침실로 사용하던 공간은 좀 더 해야 할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수 있어 만족하며 지내고 있어요.
종종 패브릭을 바꾸어 색다른 느낌을 내곤 해요. 이불커버와 커튼만 바꿔 주어도 느낌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아요.
침대 옆에는 이렇게 책상과 의자를 두었어요. 책을 읽거나 작업이 필요할 때 사용하는 공간입니다.
3. 침실(방)
before
침실 방의 이전 모습이에요.
짐이 진짜 많았는데 일단 잠은 편하게 자는게 중요하다 생각해서 다른 짐은 그대로 두고 침실부터 정리했어요. 화분이 특히 행잉 플랜트가 많은 것은 전에 가게에 있던 것인데 제가 워낙 초록초록한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그냥 버리고 올 수가 없어서 다 가져왔어요. 덕분에 리빙센스 3월호에 나왔을 때 '식물 고양이 그리고'라고 제목이 붙여졌지요.
after
지금은 침대 대신 요가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두었어요.
이 집에 들어올 때 주인한테 양해를 구해서 벽지만 연한 회색으로 (40만 원 정도) 바꿔서 들어왔어요. 벽색만 정리가 돼도 뭘 걸어도 괜찮을 것 같았어요. 그 외에는 따로 인테리어 공사를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패브릭을 바꾸는 것으로 이런저런 분위기로 바꿔본 것 같아요. 이불커버도 이것저것 바꿔보고 침대 위치도 옮겨 보면서 다른 곳들을 정리했어요. 그리고 형광등은 나갈 때 다시 다는 조건으로 철거하고 레일을 설치해 조명 위치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게 만들었어요. 집안 조명에서 형광등은 일체 빼버리고 LED 전구색 전등으로 다 갈았어요. 전기료도 별로 안 나오고 눈도 덜 피로하고 집이 카페 느낌입니다. 저는 인테리어 얘기할 때 조명이 정말 중요하다고 말씀드려요.
빨래하면 이 공간에 널어두어요.
요즘 인스타에서 핫한 벽난로로 포인트를 주고 러그를 깔거나 요가 매트를 깔아서 수련실의 느낌을 줬고요
화장대및 거울다 빈티지 제품(화장대 스툴은 19년 정도 됐어요)
맞은편은 화장대로 이용하고 있어요. 생각보다 작은 집이어도 요리조리 잘 따져보면 혼자 살기 충분하고도 남아요.
4. 주방
주방은 제가 들어오기 전에 이미 손을 다 봐주셔서 제가 할 게 없었어요. 사실 예전 손 보지 않은 집이었으면 잘 얘기해서 원목 상판 주방으로 하고 싶었는데 워낙 새것이라 정리만 하고 가게에서 가져온 테이블과 의자만 놓았습니다.
실제 사용하는 주방용품은 딱 저만큼이더라고요.
분위기를 바꾸고 싶을 땐 싱크대에 붙이는 사진이나 식탁보를 바꾸고 깨끗하게 청소를 해요.
주방등은 이베이 옥션에서 구입했어요. 아까 말씀드렸듯 형광등을 철거하고 레일을 설치해 조명을 쉽게 교체할 수 있어서 기분에 맞춰 바꾸곤 해요.
그리고 이건 제가 직접 만든 식탁 겸 작업대입니다! 전에는 가게 테이블로 잘 쓰이던 친구예요. :)
5. 테라스
before
어쩌면 제가 이 집에 살게 된 이유라고도 할 수 있는 조그만 테라스입니다. 정말 작아요. 막 이사 왔을 때는 저렇게 짐만 두고 지냈어요.
나무 타일을 깔고
좋아하는 식물과 소가구, 빈백, 담요, 쿠션 등을 두고 개인 힐링 공간으로 쓰고 있습니다 :0
캠핑 의자 두 개 정도는 들어가서 캠핑 의자에서 차나 와인을 한잔할 때도 있고요.
2일 정도 고생했지만 꽤 즐거운 공간으로 나온 것 같아요.
그리고 아이들의 최애 공간이 되었어요.
6. 화장실
화장실은 따로 공사하기가 애매해서(사실은 셀프로라도 하고 싶었지만 남친이 그건 오버 같다 해서 ㅠㅠ) 그냥 물을 좋아하는 식물을 두거나 식물에 물 주고 (집에 행잉 플랜트가 많으니까요) 걸어두는 공간으로 많이 쓰고 있어요.
화장실이 좀 독특해 보이죠? 제가 화분을 좋아하고 물을 거의 화장실에서 주게 되면서 화장실도 식물의 공간이 된 게 인테리어적 요소가 된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저희 집만의 특징, 꼭 소개하고 싶은 소품 3가지를 소개해 드리고 싶어요. 이런 것들이 있다면 집이 조금 달라 보이지 않을까 합니다.
7. 분위기가 바뀌는 소품 3가지
1. 거울
가게를 하면서 몇 년에 걸쳐서 모은 거울들로 거의 빈티지 제품입니다. 모양이 다양해 인테리어에 포인트가 되면서 공간이 넓어 보이는 느낌을 줘요.
2. 조명
역시 카페를 하면서 몇 년간 모은 빈티지 조명들입니다. 저희 집에는 특이하게 형광등이 없는데요, 그 이유는 형광등은 일의 능률을 높이는 빛이라고 하더라고요. 집에서는 필요할 때만 전구색의 조명들을 밝게 켜놓고 보통은 제가 있는 공간에만 한두 개씩 켜놓습니다. 마음의 안정을 주고 카페 느낌도 나고요.
3. 식물
(제품설명-집에 있는 물건들이 워낙 오래 되기도 해서 없어진 브랜드 들도 많고 브랜드 없이 빈티지 샾이나 이베이 옥셕에서 구매한것들이 많아 물건자료가 별로 없는첨 참고 부탁드립니다 ㅠㅠ)
식물이 있는 집과 없는 집은 참 느낌이 다른 것 같아요. 요즘은 공기 정화 문제도 있고 행잉 플랜트를 많이 키우시는데요, 저도 눈뜨면 보게 되는 것들이 식물이에요. 단 이쁜 만큼 매일 물관리를 잘 해줘야 해요. 저는 아무리 관리를 잘하려 해도 쉽진 않더라고요.
이제까지 망원.합정에 있는 오래된 빌라를 소개했습니다. 오래된 빌라라도 그 사람의 취향에 맞게 집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요즘은 필요 없게 된 물건들을 정리하거나 버려서 집이 좀 더 숨 쉴 수 있게 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그럼 여러분들도 조금씩 여러분들의 공간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꾸며나가 보시길 바랍니다. 읽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