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료도, 시간 제한도 없다" 연못과 돌다리 풍경까지 더해진 무료 힐링 공간

함안 무진정 여름 / 사진=함안문화관광

화려한 관광지도 아닌데, 이상하게도 한 번 들어서면 쉽게 떠나지 못하는 장소가 있다. 경상남도 함안군 괴산리에 자리한 무진정(無盡亭)이 바로 그렇다.

조선 전기의 선비 조삼이 남긴 이 정자는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선비 정신과 후손들의 효심, 그리고 자연이 어우러진 쉼터로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입장료도 없고, 24시간 개방된다는 점에서 시간의 구애 없이 조용히 머물 수 있는 곳. 그래서 무진정은 관광지라기보다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공간’에 가깝다.

함안 무진정 항공샷 / 사진=함안군 공식 블로그

무진정이라는 이름은 주인인 무진 조삼(無盡 趙參) 선생의 호에서 비롯되었다. 조삼은 1473년 성종 4년에 태어나, 1489년 진사시에 합격하고 1507년 문과에 급제한 인물이다. 그는 조선 중기의 여러 고을에서 부사와 목사를 지냈고, 내직으로는 사헌부 집의와 춘추관 편수관을 역임할 만큼 학문과 정치 모두에 능했다.

그런 그가 말년을 보내기 위해 선택한 곳이 바로 함안의 괴산리다. 이곳에 지은 정자는 단아하지만 품격 있는 모습으로, 앞면 3칸·옆면 2칸 규모와 전통 팔작지붕이 조화를 이룬다.

바닥을 모두 들어 올린 누마루 구조는 조선 전기 정자의 특징을 잘 보여주며, 역사적·건축적 가치가 인정되어 1976년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158호로 지정되었다. 무진정에 서면 단순한 정자 이상의, 조선 선비가 추구한 고결한 정신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함안 무진정 돌다리 / 사진=함안군 공식 블로그

무진정 주변에는 또 다른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정자 한편에 세워진 ‘효자담’이라는 푯말은 7대손 조경송의 효심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 선조의 뜻을 이어가는 후손들의 마음이 이 공간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든다.

정자에서 내려오면 만나는 연못 ‘이수정(李水亭)’은 비록 인공적으로 조성된 연못이지만, 정자와 어우러져 한 폭의 수묵화 같은 풍경을 완성한다. 연못 위에 놓인 돌다리 위에 서면 마치 과거로 돌아간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잔잔히 일렁이는 물결과 고요히 선 정자가 만들어내는 장면은, 도심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시간의 깊이를 선물한다.

함안 무진정 풍경 / 사진=한국관광공사 오경택

무진정이 더욱 매력적인 이유는 단순히 역사적 가치 때문만이 아니다. 정자 바로 앞에 마련된 넓은 무료 주차장은 대형 차량도 부담 없이 세울 수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 안성맞춤이다. 또한 입장료가 전혀 없고, 24시간 개방되어 있어 언제든 원하는 시간에 찾을 수 있다.

이 덕분에 해 뜨는 이른 아침이나 노을이 지는 저녁 무렵, 가장 고요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즐길 수 있다. 관리 시간이나 개방 시간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 여행 일정 중 여유롭게 들러 차분히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이다.

함안 무진정 경치 / 사진=함안군 공식 블로그

경남 함안의 무진정은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조선 선비의 정신을 담은 정자, 후손들의 효심이 깃든 이야기, 연못과 돌다리가 어우러진 풍경은 여행객에게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을 전한다.

무료 개방과 편리한 접근성 덕분에 누구나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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