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부터 ‘북한 압도’ 시작…세대교체 청사진 내건 공군의 고민 [박수찬의 軍]
2030년대 한반도 제공권 확보를 위한 공군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공군은 1960년대 이래 영공을 지켜왔던 F-4 전투기를 퇴역시켰고, F-5 전투기도 조만간 일선에서 물러나게 할 예정이다. 공군의 한 세대가 끝나는 셈이다.
공군의 구상이 실현된다면, 한국 공군은 동아시아 전역을 작전영역에 넣게 된다. 하지만 막대한 예산을 특정 시기에 집중적으로 집행하는 공군의 전력증강사업 구조를 놓고 실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수조원 사업 줄줄이 이어질 예정
공군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30년대 초까지 공군에선 굵직한 전력증강 사업들이 잇따라 진행될 예정이다.
북한 탄도미사일을 고도 40~60㎞에서 요격할 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L-SAM) 양산은 내년부터 2029년까지 1조 6386억원이 투입된다.
현재 운용중인 패트리엇의 탄도미사일 대응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보다 사거리가 늘어난 PAC-3 MSE 요격탄을 확보하고, PAC-2 발사대 일부를 PAC-3 발사대로 바꾸는 패트리엇 성능개량 2차 사업에는 2029년까지 1조 9000억원이 소요된다.
F-35A 20대를 추가 도입하는 사업도 2031년까지 4조 4000억원이 소요된다. 현재 미국 측과 계약을 완료했으며 현지 양산 준비 단계에 접어들었다.
전자전 특성상 고도의 기술적 성능을 발휘해야 하지만, 특수목적 항공기 개발 경험과 실적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방위산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후보 기종에 대한 평가가 진행중인 항공통제기(공중조기경보통제기) 2차 사업은 2031년까지 3조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미국 보잉 E-7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가운데 스웨덴 사브 글로벌아이와 미국 L3해리스의 공중조기경보통제기가 후보에 올라와 있다.
연내 기종 선정은 어려울 전망이다. 현지 시험평가는 실제 비행을 통해 조종사가 평가하고, 지상에서 장비 시험을 진행해야 하는데, 일부 업체가 우리 군 당국 요구를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산 중고도무인정찰기(MUAV) 양산도 2028년까지 이뤄진다. 지난해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양산을 의결할 때 공개된 사업비는 9800억원이었다.
RQ-105K로 불리는 MUAV는 광학·적외선·영상레이더(EO·IR·SAR) 장비로 서울에서 개성 일대를 정찰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고도 12㎞ 상공에서 24시간 동안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단군 이래 최대의 무기 도입 사업’으로 불리는 국산 KF-21 전투기 양산은 막대한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올해부터 2032년까지 22조 1000억원이 필요할 전망이다.
록히드마틴 C-130J가 채택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브라질 엠브라에르 C-390 수송기를 선정, 파란을 일으켰던 대형수송기 2차 사업도 2028년까지 7000억원 정도의 예산이 투입된다.
현재 체계개발 착수 준비가 진행중인 블록-Ⅲ가 실전배치되면 저고도에서 북한 탄도미사일과 극초음속활공체를 요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도 40~100㎞에서 탄도미사일과 극초음속활공체를 요격할 L-SAM-Ⅱ 개발도 2030년대 초반까지 1조 3400억원이 투입될 전망이다. L-SAM-Ⅱ는 갈수록 위협적으로 변해가는 북한 탄도미사일을 최대한 높은 고도에서 요격하고자 일부 성능이 상향됐다.
KF-21 탑재 장거리공대지미사일 연구개발 및 양산(7400억원), 초소형 위성체계(8400억원), 탄도미사일 조기경보 위성체계(1조원), 군용 한국형 위성항법체계(9000억원)도 추진 중이다.
사업 추진 계획이 뚜렷하지 않은 것도 있다.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전력망을 마비시킬 장거리 정전유도탄 사업, 전투기에서 발사되는 극초음속공대지미사일은 장기관리 소요제기로 분류되어 있다.
레이저와 GPS 유도, 적외선 식별 모드로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도 70㎞ 거리에서 표적을 정밀타격할 수 있는 복합유도폭탄은 수요 수정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재정 부담 낮추는 방법 있나
공군이 현재 추진 중인 사업들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2030년대 공군 전력은 기존과는 다른 수준으로 올라서게 된다.
문제는 예산이다. 주요 사업이 특정 기간에 몰리면서 양산과 성능개량, 연구개발 사업에 필요한 비용을 모두 합치면 내년도 국방예산안(61조 5878억원)과 맞먹을 것으로 추정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사업비 증가와 예산 반영의 어려움이다. 코로나19 이후 공급망 교란에 의한 비용 상승, 물가 인상,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무기 수요 급증 등이 겹치면서 사업비 증가가 두드러지고 있다.
능동전자주사(AESA) 레이더를 탑재하고 임무컴퓨터, 전자전장비 등을 개량하는 F-15K 60대 성능개량 사업은 초창기에는 3조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됐다. 나중에는 3조 4600억원으로 올랐고, 공군본부 국정감사에선 3조 8000억원이라는 추정치가 나왔다.
패트리엇 성능개량도 외부 변수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패트리엇 수요가 급증하면서 PAC-3 요격탄 가격이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요격체계 수요가 늘면서 PAC-3 요격탄 발당 가격이 70억원 이상에서 거론된다”며 “사드(THAAD·고고도요격미사일), SM-3도 많이 올랐다”고 전했다.
예산 반영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있다. 공중급유기 2차 사업은 2023년 10월 사업타당성조사가 완료됐으나 2024년도 예산에 반영되지 않았고, 올해도 미반영됐다.
공군은 국회 차원의 관심을 바라는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안에 포함되지 못했던 사업이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반영될 지는 불확실하다.
개발 중인 장거리공대지미사일도 변수다. 양산비로 추정되는 예산을 감안하면, 군 당국은 도입비를 1발당 20억원 정도로 추산한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상황을 극복하려면 공군의 방위력개선비 전반에 걸친 대폭 증액이 필요하다. 그러나 육·해군 전력증강도 시급하고, 장병 급식비 등의 전력운영비도 투자해야 하는 상황에서 공군이 원하는 수준의 증액은 한계가 있다.
사업의 연부액(장기계약 시 총사업비를 연도별로 배분한 금액)을 조정하거나 불용액 활용 등의 기술적 조치를 할 수 있으나, 그것만으로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사업 기간을 연장하면 연부액을 낮출 수 있다. 단기적 차원에서 재정적 부담은 줄어든다. 반면 사업이 끝났을 시점에는 해당 무기에 적용된 기술이 주변국보다 뒤떨어질 수 있다.
첨단 기술이 대거 투입되는 유·무인복합체계 특성상 개발 과정에서 리스크가 불거져 사업 일정 지연 또는 비용 상승을 초래할 수도 있다.
군 안팎에선 공군이 우선순위를 조정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시급하게 진행해야 하는 사업, 장기적으로 추진해도 되는 사업 등을 골라내서 ‘선택과 집중’을 한다는 것이다.
군 소식통은 “이러면 공군의 신규 방위력개선사업 중에서 (우선순위가 낮은 것이) 하나씩 떨어져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공군력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예산 집행과 사업 관리를 효율적으로 하지 않는다면, 전력증강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공군의 계획에 대한 대외적 신뢰도도 낮아진다.
중국과 일본이 6세대 전투기를 개발하는 시점에서 한국이 전략적 억제능력을 지닌 공군력을 확보하려면, 어느 때보다 치밀한 전략과 전력증강계획이 필요하다. 공군의 주요 전력증강 사업 추진 방식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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