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일의 심리학의 지혜] MBTI 다음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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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 MBTI는 큰 인기를 누려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눈에 띄게 그 관심이 식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16가지 유형이라도 제시하는 MBTI는 혈액형이나 젠더 혹은 세대와 같은 보다 더 단순한 기준에 의해 사람을 판단하는 과거의 고정관념들에 대한 반발이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있었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자신의 성격을 어떻게 인식하는가에 대한 보다 현실적인 최근 연구들을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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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역할 맞춰 성격 변화
긍정적 측면은 구체적 인식
개개인 장점·성취에 집중해
내면의 다양성 북돋아줘야

한국 사회에서 MBTI는 큰 인기를 누려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눈에 띄게 그 관심이 식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특정 MBTI 유형을 우대하거나 배제하는 채용 공고는 몰상식하다는 비난을 받기 시작했다. 방송과 유튜브를 도배했던 MBTI 예능들도 작위적인 편집과 진부한 포맷으로 인해 시청률 부진을 겪으며 대부분 종영했다.
MBTI의 낙인 효과와 '과몰입러' 기피 현상도 뚜렷하다. 물론 16가지 유형이라도 제시하는 MBTI는 혈액형이나 젠더 혹은 세대와 같은 보다 더 단순한 기준에 의해 사람을 판단하는 과거의 고정관념들에 대한 반발이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있었다. 다만 그 역할이 점차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자신의 성격을 어떻게 인식하는가에 대한 보다 현실적인 최근 연구들을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캘리포니아대의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롱 교수 연구진의 최근 연구는 그 점에서 매우 주목할 만하다. 연구진은 무려 4000명이 넘는 사람들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참가자들은 가장 널리 사용되는 성격 검사(Big-5)에 응답했다. 그리고 2주 동안 불시에 자신의 성격 특성을 잘 보여주는 단어를 자유롭게 대답했다. 핵심은 그 2주 동안 다양한 세상사를 경험하면서 순간순간 응답을 했으니 현실의 삶의 반영된 자기 성격에 대한 판단이 포함된다는 사실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도출된 4400여 개의 단어 중에는 '친절한' '배려하는' '공감하는' 같은 보편적인 성향도 많았지만, 기존 성격 검사가 놓치고 있던 성격 관련 단어들이 오히려 더 많았다. 예를 들어 '유머러스한' '겸손한' '의리 있는' '지적인(혹은 무식한)' '멋 부리는' 등과 같은 측면들은 전통적인 성격 검사들에서 잘 측정되지 않는 측면들이다. 롱 교수의 개별 연구에서 이런 성격 측면들의 비중은 심지어 전체 응답의 30~60%에 달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자신을 어떤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는가? 첫째, 자신의 주위 사람들에 비해 두드러지는 특징을 자신의 핵심적인 성격 특성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분명하다. 이는 나의 사회적 역할이 어떠한가에 따라 자신의 성격을 판단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을 의미한다. 타고난 기질적 성격이 다소 외향적인 사람이라도 매우 외향적인 사람들 사이에서 주로 지낸다면 자신을 상대적으로 내향적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둘째, 사람들은 자신의 특징을 나타내는 단어들에 대해 매우 큰 편차, 즉 다양성을 보였다. 예를 들어 '외향적/우호적/말이 많은'과 같이 일관적으로 답변하지 않고 '외향적/고집 센/민감한' 등과 같이 서로 상충되거나 이질적인 특징들을 답변하더라는 것이다. 이는 사람이 자신을 보는 관점이 상황과 역할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사람들은 자신이 긍정적인 경험이나 행동을 하는 중 자신의 성격을 매우 구체적으로 답변했고 답변의 양 역시 더 많았다.
이를 종합하면 결론은 명확하다. 사람들은 의외로 자신을 다면적으로 보고 있으며 현재 어떤 상황에 있는가에 따라 자신의 고유한 기질을 해석하는 데 있어서도 매우 유동적인 관점을 취한다. 그리고 자신의 부정적인 측면보다는 자신의 긍정적인 측면을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며 해석한다. 이는 사회와 교육이 처벌과 부정적 평가보다는 칭찬과 성취에 대한 긍정적 평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MBTI로 사람의 다양성을 인식하는 지점까지 도달한 한국 사회. 이제는 자신의 내면의 다양성을 장점에 기초해 인식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들어 가야 한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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