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고 vs 구글 번역기, 비교해 보니
영어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 소위 ‘영알못’입니다. 늦은 나이에 다시 영어책을 잡고 영문 자막이 있는 미드를 보면서 배워보려고 했지만 쉽지가 않더군요. 무엇보다 공부를 꾸준하게 해야 늘 텐데 하다말다 하니 전혀 늘지 않습니다.
사실 영어를 배워야 할 당위도 없습니다. 여태 사는 데 큰 지장도 없었고, 대사가 영어인 영화나 드라마를 원어로 들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본국과 동시 방영하는 드라마가 많아지며 한글 자막이 지원되는 콘텐츠도 늘어나 영어를 몰라도 사는 데 큰 불편이 없습니다. 저는 영어를 스펙의 도구로 활용하는 20-30대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영어를 잘하고 싶습니다. 사는 데 지장이 없지만 영문 자료를 바로바로 해석하고 싶은 욕망은 아주 큽니다. 영문으로 된 전 세계 정보와 콘텐츠의 60% 이상을 번역하려면 영어 실력이 필요합니다. 유튜브 영상의 태반도 영어로 말합니다.
영어를 잘하면 남들보다 정보력에서도 앞설 수 있는 것이죠. 이런 다양한 정보와 내용을 알아듣고 싶습니다. 그러나 영어는 나에게 많은 시간과 고통과 돈을 요구하네요.
영어 두통 치료제의 등장
영어를 배우는 것은 재미있지만 번역에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번역을 제대로 했는지도 모르겠고 가끔은 두통까지 동반합니다. 저는 이런 고통을 전체적으로 영어 울렁증을 동반한 ‘영어 두통’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최근에 이 영어 두통을 치료하는 치료제가 개발되었습니다. 100% 제거하지는 않지만 크게 완화시켜주는 이 영어 두통 치료제를 두 회사가 거의 동시에 만들어서 선보였습니다. 하나는 네이버에서 만든 ‘파파고’, 또 하나는 구글의 ‘구글 번역’입니다.
문장 전체를 번역하는 신경망 번역 기술
언어 번역은 상당히 고도화된 기술이 필요합니다. 제대로 된 번역을 하려면 단순한 언어 해석 및 번역을 넘어 각 나라의 문화를 이해해야 합니다.
따라서 아직 번역이나 통역 기술은 컴퓨터보다 인간이 앞서고 있습니다. 그러나 알파고 덕분에 널리 알려진 인공 지능이 투입되며 컴퓨터 번역 기술에 혁신이 일어나 엄청난 속도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컴퓨터 번역 기술은 최근에 나온 기술은 아닙니다. 저도 1998년경에 조악한 번역 프로그램을 이용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러나 2015년 이전까지의 번역 기술은 통계 번역 기술이었습니다.
통계 번역 기술은 ‘아버지가방에들어간다’라는 문장을 아버지가 방에 들어간다는 건지 아버지가 가방에 들어간다는 건지 구분하지 못했습니다. 단어와 어절, 구 단위로 번역하는 단순 번역으로, 단어를 단순히 영어로 치환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즉 이 통계 번역의 문제는 같은 단어라도 문맥에 따라서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지만 문맥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반면 인공지능이 번역에 뛰어든 신경망 번역 기술은 기계 학습과 인공 지능, 빅데이터를 활용해 어와 구가 아닌 문장 전체를 통으로 번역하기 때문에 문맥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한 스스로 학습하는 기능이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보다 번역의 정확도가 올라갑니다.
쉽게 말해서 기존의 통계 번역은 ‘A는 B다’ 식의 학원 주입식 교육이었다면 신경망 번역 기술은 미국에 유학을 가서 미국인과 나누는 대화를 통해 서서히 영어를 익히는 방법입니다. 처음에는 미국 친구들이 하는 말을 전혀 모르겠죠. 그러나 매일 만나고 떠들다 보면 눈치와 경험을 통해서 빠르게 영어를 학습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고액을 지불하면서 해외 유학을 가는 이유가 뭐겠습니까? 빠른 시간에 정확하고 유려하고 실용적인 영어를 배우기 위해서죠.
파파고의 N2MT와 구글 번역의 GNMT
이 신경망 번역 기술은 엄청난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신경망 번역 기술은 기존의 통계 기반 번역 기술보다 문맥 파악 능력이 월등합니다. 통계 기반 번역이 한국어와 영어가 어순의 차이로 엉망진창의 번역을 내놓는 경우가 많은 데 비해 신경망 번역의 어순은 어색하지 않습니다.
이 신경망 번역 기술을 사용하려면 기본적으로 빅데이터를 주물럭거리는 기술과 하드웨어, 특히 AI를 이용해 거대한 데이터를 활용하기 때문에 클라우드 서비스 기술이 필수입니다. 이 신경망 번역 기술을 구현하는 두 회사가 있습니다. 바로 네이버와 구글입니다.
앵무새 아이콘의 네이버 파파고는 N2MT(Naver Neural Machine Translation), 구글 번역은 GNMT(Google Neural Machine Translation)라는 신경망 번역 기술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축약어가 달라서 그렇지 풀어 보면 네이버 신경망 번역 기술과 구글 신경망 번역 기술로 기술 자체는 비슷합니다.
앞으로 해외여행에서 회화 책자를 들고 다닐 필요 없이 파파고나 구글 번역 앱을 설치하는 것으로 간단한 대화는 바로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두 신경망 번역 기술 중에는 어떤 것이 더 좋을까요?
네이버 파파고 vs 구글 번역 UI 비교
네이버 파파고와 구글 번역은 둘 다 PC와 모바일 앱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그러나 요즘은 PC보다 모바일을 더 많이 사용하기에 앱으로 비교해 보겠습니다.
UI 상단은 비슷하지만 그 아래는 좀 다르네요. 구글 번역은 텍스트 입력창이 짧고 그 밑에 사진 촬영 번역인 OCR 번역과 중간에 마이크 모양 아이콘이 있는 음성 번역, 오른쪽에 필기체 번역, 그 밑에 방금 전에 번역을 한 문장들이 죽 보입니다. 반면 네이버 파파고는 마이크 모양의 음성 번역, 중간에 텍스트 번역, 가장 하단에 카메라 모양의 OCR 번역이 있습니다.
첫인상은 네이버 파파고의 UI가 더 깔끔하고 단출해서 좋네요. 반면 기능 면에서는 필기체 번역까지 지원하는 구글 번역이 더 다양합니다.
네이버 파파고 vs 구글 번역 음성 번역 비교
네이버 파파고와 구글 번역 모두 음성 번역을 지원해 한국어로 말하면 자동으로 영어로 번역이 됩니다. 네이버 파파고는 영어, 일본어, 중국어(간체자)만 지원하고 구글은 100개국이 넘는 번역을 지원합니다. 지원 언어 차이는 꽤 큽니다만 글로벌 서비스와 국내 서비스의 차이라서 우리 입장에서 큰 의미는 없습니다.
음성 인식 능력은 네이버 파파고나 구글 번역이나 비슷합니다. 그러나 번역은 좀 다르네요. 어떤 것을 번역해 볼까 하다가 애국가를 한국어 음성으로 입력했습니다. 파파고는 아주 정확하게 번역을 해주네요. 반면 구글 번역은 너무 간단합니다. 이런 차이는 어디서 나올까요? 아마도 한국 기업이 만든 번역 서비스와 외국 기업이 만든 번역 서비스의 차이겠죠.
그렇다고 구글 번역이 번역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일상 대화는 아주 잘 번역합니다.
문제는 이런 거죠. 우리가 흔하게 쓰는 ‘꿀잼’ 같은 단어를 네이버 파파고는 강조의 의미를 지닌 Hella를 앞에 붙인 funny로, 제 뜻에 맞게 재미로 번역했습니다. 반면 구글 번역은 ‘꿀잼’을 꿀로 인식하네요. 네이버가 한국 서비스답게 한국 유행어를 제대로 번역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방언도 어느 정도 번역합니다.
결정적으로 네이버 파파고는 말이 다 끝나면 음성 번역을 시작하고 텍스트와 음성으로 알려줍니다. 반면 구글 번역은 번역이 아닌 통역이 주목적인지, 아직 말을 하고 있는데 중간에 자르고 음성 번역을 시작해버립니다. 따라서 한마디씩 하고, 번역을 듣고, 다시 한마디씩 해줘야 하는 통역기에 가깝습니다. 일상 언어 및 간단한 음성 번역은 파파고가 더 낫네요. 파파고 승!
네이버 파파고 vs 구글 번역 장문 텍스트 번역
PC에서 많이 사용하는 텍스트 번역을 해봤습니다. 구글은 장문 번역 단어의 수를 제한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네이버 파파고는 200자 이상 번역이 안 됩니다. 이는 기술의 차이가 아닌 서버 용량의 차이입니다. 신경망
번역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기 때문이죠. 구글은 아주 거대한 네트워크를 가진 클라우드 서버를 보유했지만 네이버는 구글만큼의 클라우드 서버를 갖추지 못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네이버도 장문 번역을 지원할 것입니다.
지금은 파파고 미니를 지원해서 뉴스 기사 문장을 복사하면 바로 번역을 해주는 정도입니다. 장문 번역은 구글 번역이 더 낫네요. 문맥 인식도 좋고 고유명사 인식력도 좋습니다. 구글 번역 승!
네이버 파파고 vs 구글 번역 이미지 텍스트 번역
네이버 파파고는 이미지 번역을 제공하지만 결과물이 좋지 않습니다. 듀얼 카메라를 사용하는 LG V20에는 일반 카메라와 광각 카메라가 있는데 이상하게 화질이 더 떨어지는 광각 카메라로 촬영하네요. 저화질임을 고려해도 이미지 번역은 질이 좋지 못합니다.
구글 번역은 이미지를 촬영하면 텍스트 주변에 직사각형을 쳐서 문자를 인식합니다. 두 서비스 모두 내가 번역하고 싶은 문장이나 단어를 손가락으로 문지르면 번역이 됩니다. 구글 번역도 이미지 번역의 질은 좋지 못하네요. 재미있는 것은 이두처럼 한글 발음을 영문으로 적어 놓았다는 점입니다.
일상 언어에 강한 네이버 파파고, 기능성이 좋은 구글 번역
두 회사 모두 신경망 기반 번역 기술이라서 기술력 자체는 대동소이합니다. 네이버 파파고는 일상 언어에 강해 해외여행을 할 때 편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어에 강해 한국의 유행어나 단축어도 꽤 잘 번역해 줍니다. 반면 구글은 한국 유행어 등에 약하네요. 하지만 장문 번역에 강하고 필기체 인식과 이미지 번역 검색이 좋습니다.
전체적으로 파파고는 편의성과 깔끔한 UI 쪽에 강하고 구글은 다양한 기능과 장문 번역처럼 규모의 미가 있네요. 텍스트 번역을 주로 하는 분에게는 구글 번역이 유용하고, 카페나 가게에 외국 손님이 오셔서 대화를 나눠야 할 때 등 음성 번역이 주로 필요할 때는 파파고를 켜는 게 좋겠습니다.
원문: 사진은 권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