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루까지 장착한 ‘삼도류’...“오타니 50-50, 달착륙급 업적”
미 프로야구(MLB) 수퍼스타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는 이도류(二刀流)가 아닌 삼도류(三刀流)였다. 투타 겸업을 하던 오타니가 올해 팔꿈치 수술 후 투수 자리를 잠시 내려놓고 타자에만 집중을 하자 잊고 있던 다른 무기가 빛을 발했다. 바로 도루다.
오타니는 19일(현지 시각) 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마이애미 말린스와 원정 경기에서 49호, 50호, 51호 홈런을 잇따라 터뜨렸다. 앞선 타석에서 50호, 51호 도루까지 성공하며 마침내 오타니가 MLB 최초 50홈런-50도루를 넘어 51홈런-51도루 대기록을 세웠다.
이로써 오타니는 MLB 역사상 위대한 개인 성적과 더불어 다저스의 역사에 이름을 화려하게 새겨넣었다. MLB 역사상 한 경기에서 3개의 홈런과 2개의 도루를 기록한 선수는 오타니가 처음이고, 여기에 더해 오타니는 다저스 첫 50홈런 타자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종전 기록은 2001년 션 그린으로 당시 49개의 아치를 그렸다. 아울러 오타니는 다저스 선수 최초로 한 경기에서 두 자릿수 타점을 기록한 타자가 됐다.
오타니가 한 시즌에 이 기록을 세우기 전까지 커리어에서 각각 50홈런과50도루를 기록한 선수는 배리 본즈(1990년 52도루·2001년 73홈런)와 브래디 앤더슨(1992년 53도루·1996년 50홈런) 두 명뿐이었다.
오타니 이전에 50홈런을 친 기록은 49번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평균 7.4개 도루만 기록했다. 50홈런 이상을 기록한 선수들 중에서 도루를 가장 많이 한 기록은 2007년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1955년 윌리 메이스의 24도루에 불과했었다. 한 선수가 한 시즌에 50도루를 기록한 것은 241번이나 있었지만, 이들의 평균 홈런 개수는 8.4개 뿐이다.
55차례 도루를 시도해 4차례만 실패한 오타니의 도루 성공률은 92.73%에 이른다. 지명타자는 전통적으로 팀에서 가장 느린 선수 중 하나로 오타니 이전까지 지명타자로 뛴 선수 중 50도루는 커녕 40도루 이상을 기록한 타자는 없었다. 종전 기록은 폴 몰리터(1992년·32도루)였다.
오타니의 1호 도루는 서울에서 나왔다. 지난 3월 20일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메이저리그 개막전에서 3회초 파드리스 선발 다르빗슈 유의 초구에 도루를 시도해 2루를 훔치는 데 성공했다. 2021년 26도루가 개인 최고기록, 최근 2년 동안은 31도루만 했던 오타니는 이때부터 50도루를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팔꿈치 수술로 한 시즌 내내 재활을 해야 했던 상황에서 오타니는 강도 높은 스피드 트레이닝을 스프링 캠프부터 시작했다. 당시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투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아껴둘 것이 없다”고 말했다. 오타니는 6월을 16개의 도루로 마쳤고, 7월과 8월에는 27개의 베이스를 훔쳤다.
2023년부터 베이스를 확대하고, 피치 클락을 도입하는 등 MLB의 새로운 규칙으로 더 유리한 도루 환경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2022년 양대 리그를 합친 도루는 2486개였지만 2023년에는 3503개로 늘었다. 1017개가 더 는 것으로 1987년 이후 가장 많았다. 그러나 올 시즌 오타니보다 더 많은 도루를 기록한 선수는 엘리 데 라 크루즈(64)뿐이다. 오타니의 평균 스프린트 속도(초당 8.56초)는 평균을 훨씬 웃돌지만, 10회 이상 출전 기회를 가진 556명의 선수 중 154위에 머물러 있다. 단순히 속도가 아닌, 상대 투수를 분석한 결과다. 다저스 1루 코치 클레이튼 맥컬러는 “그가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오타니는 상대 팀의 예정된 선발 투수와 구원 투수의 비디오를 자세히 살펴보며 스스로 공부해 베이스를 훔친다”고 했다.
오타니의 51홈런은 50명의 다른 투수로부터 뽑아냈다. 6월 17일 캔자스시티전 브래디 싱어에게만 홈런 2개를 때렸고, 나머지 49홈런은 모두 다른 투수들을 상대로 기록했다. 특정 투수를 천적 삼아 몰아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중 26개가 홈구장인 다저스타디움에서 나왔다. 타구 방향 분포도 이상적이다. 27차례 우측 담장을 넘겼다. 가운데로 18차례 홈런을 때렸고, 반대편 좌측 담장으로도 9홈런을 쏘아올렸다. 동시에 오타니는 가장 멀리 때리는 타자였다. 이번 시즌 오타니가 비거리 450피트(137m) 이상 대형홈런만 9개를 때렸는데, 이는 6차례의 애런 저지(뉴욕양키스)를 넘어 리그 최다다.
ESPN은 오타니의 50-50을 두고 “현실에서 나올 수 없는 선수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냈다”며 “로알드 아문센이 남극점을 정복한 것, 찰스 린드버그가 대서양을 횡단한 것 그리고 닐 암스트롱이 달 표면에 착륙한 것과도 같다”고 했다.
올 시즌 타율 0.294 176안타 51홈런 51도루 120타점 123득점, 출루율 0.376, 장타율 0.629, OPS(출루율+장타율) 1.005를 기록 중인 오타니는 앞으로 정규시즌 9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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