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KBO 결산] 영원한 건 없었다…두산 왕조, 8년 만에 막 내리다

세상사에 영원불변한 것은 없다.

한때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새 역사를 쓰며 맹위를 떨쳤던 두산 왕조가 2022시즌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그동안 잇따른 전력 유출 속에서도 화수분야구를 앞세워 매년 가장 마지막 순간까지 야구를 했지만, 올해는 잇몸야구의 한계 속 60승 2무 82패(승률 .423) 9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제출했다. 베어스 왕조는 창단 첫 9위 및 최다패(82패) 불명예를 안은 채 종말을 알렸다.

스포츠투아이 제공

▲증발한 26억원, 선발 10승 전멸

OSEN DB

가장 뼈아픈 건 190만 달러(약 26억 원)에 재계약한 ‘에이스’ 아리엘 미란다의 부상 이탈이었다. 스프링캠프서 돌연 어깨 통증을 호소한 그는 4월 23일 LG전 이후 어깨 근육 뒷부분이 미세 손상되며 두 달이 넘게 1군서 자취를 감췄다. 이후 회복을 거쳐 6월 25일 잠실 KIA전에 복귀했으나 ⅔이닝 7사사구 2탈삼진 4실점 참사를 겪고 결국 짐을 쌌다. 26억 투자가 3경기 평균자책점 8.22라는 비극적 결말로 이어진 것이다.

OSEN DB

‘17승 에이스’ 이영하는 과거 사생활 문제에 다시 발목이 잡혔다. 전반기서 부활 조짐을 보였지만 지난해 2월 이영하로부터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한 피해자가 올해 8월 스포츠 윤리센터에 그를 신고하며 더 이상 날개를 펼칠 수 없었다. 8월 13일 잠실 SSG전을 끝으로 시즌을 마친 이영하는 경찰 수사에 이어 9월 21일 공판에 출석해 모든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뉴 에이스’ 로버트 스탁은 8월 12일 잠실 NC전에서 일찌감치 9승을 달성하며 10승 가능성을 높였지만 이후 7경기 연속 무승의 부진 속 29경기 9승 10패 평균자책점 3.60으로 데뷔 시즌을 마쳤다. 여기에 곽빈, 최원준 듀오마저 나란히 8승에 그치며 2008년 이후 무려 14년 만에 선발 10승 투수가 전멸했다.

▲믿었던 고액 연봉자들의 침묵, 그리웠던 박건우

OSEN DB

타선에서는 믿었던 고액 연봉자들이 중심을 잡지 못했다. 특히 2022시즌에 앞서 4년 115억 원에 FA 계약한 4번타자 김재환의 침묵이 뼈아팠다. KBO리그 역대 FA 총액 3위에 해당하는 잭팟을 터트렸지만 128경기 타율 2할4푼8리 23홈런 72타점 OPS .800의 실망스러운 성적을 남겼다. 슬럼프가 장기화되며 8월까지 타율이 2할대 초반에 머물렀고, 9월부터 반짝 반등하며 3년 연속 20홈런을 달성했지만, 김재환은 원래 최소 30홈런 이상을 치는 타자였다.

2020시즌을 마치고 6년 56억 원에 잔류한 정수빈도 FA 2년차를 맞아 제 기량을 뽐내지 못했다. 시즌 개막부터 8월까지 타율이 줄곧 2할대 초반에 머무르는 심각한 부진을 겪었다. 올해 또한 가을사나이답게 9월부터 타격감을 되찾으며 타율을 2할5푼9리까지 끌어올렸지만, 이미 두산의 가을야구 탈락이 확정된 뒤였다. 그밖에 7년 85억 원 사나이 허경민도 타율 2할8푼9리, 3년 25억 원에 종신 베어스맨을 선언한 김재호도 2할1푼5리로 부진했다.

NC로 떠난 박건우의 빈자리도 커 보였다. 화수분야구의 대명사답게 스프링캠프부터 우익수 오디션을 개최하며 백업 선수들의 경쟁을 유도했고, 주전으로 낙점된 김인태가 4월 한 달간 공수 맹활약했지만, 5월의 첫날 뼈아픈 부상을 당했다. 이후 안권수, 양찬열 등이 혜성처럼 등장해 잠시 공백을 메웠지만, 두산은 확실한 포스트 박건우를 찾지 못한 채 시즌을 마감했다.

▲‘99즈’ 곽빈-정철원 희망을 쏘다

창단 첫 9위에도 소득은 있었다. 1999년생 동갑내기 친구인 곽빈, 정철원이 마운드에서 강속구를 힘차게 뿌리며 내년 시즌 전망을 밝혔다. 선발 곽빈과 셋업맨 정철원의 출격은 후반기 두산의 승리 공식이었다.

2018 1차 지명된 곽빈은 팔꿈치 수술로 인한 2년 공백을 딛고 프로 5년차인 올해 마침내 잠재력을 터트렸다. 전반기만 해도 제구 난조와 기복이 있었지만, 후반기 들어 달라진 모습과 함께 11경기 5승 2패 평균자책점 2.98로 에이스 역할을 수행했다.

2018 두산 2차 2라운드 20순위로 입단한 정철원은 현역병으로 병역 의무를 이행한 뒤 올해 처음으로 1군 무대를 밟았다. 그리고 4년의 공백이 무색하게 5월 6일 1군 데뷔와 함께 단숨에 셋업맨 한자리를 꿰찼다. 어떤 상황에서도 150km가 넘는 돌직구를 가운데에 뿌리며 김태형 전 감독의 신뢰를 얻었고, 이는 데뷔 시즌 최다 홀드(23홀드)라는 대기록으로 이어졌다. 정철원은 신인왕 수상이 유력한 상황이다.

▲떠나는 김태형…두산 이승엽호의 출범

두산은 시즌 후 왕조의 수장인 김태형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았다. 대신 현역 시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홈런타자로 활약했던 이승엽 KBO 홍보대사를 제11대 사령탑으로 파격 선임하며 베어스 왕조 재건을 외쳤다. 이승엽 감독은 3년 총액 18억 원이라는 초보 감독 역대 최고 대우로 지도자 세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OSEN DB

새로운 왕조를 구축하고자 코치진에도 대대적인 변화를 줬다. 이승엽 감독을 보좌할 김한수 수석코치를 시작으로 코토 고지, 조성환, 정수성 코치가 차례로 합류했고, 그동안 타자들에게 악바리 근성을 주입한 이정훈 코치는 2군 감독이 됐다. 현장 지도자 경험이 없는 이 감독을 도울 베테랑 코치들을 대거 영입했다.

이승엽호는 이천 마무리캠프서 혹독한 훈련을 실시하며 벌써 내년 시즌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국민타자의 철학은 명확하다. 올해 9위로 떨어진 원인을 분석하고, 올바른 훈련을 통해 실패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 감독은 “내년 시즌에는 조금 더 단단한 야구, 실수를 하지 않는 야구를 해서 두산을 다시 활기찬 팀으로 만들어보고 싶다”라며 “3년 안에 한국시리즈에서 야구를 해보고 싶다. 그게 감독 이승엽의 첫 목표다. 쉽지 않겠지만 한 번 해보겠다”라고 두산의 도약을 꿈꿨다.

[OSE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