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황 없는 삼진제약 ’안정액’, 항불안제 시장 두각
우황청심원이 원료 가격 폭등으로 시장에서 입지가 좁아지면서 삼진제약의 ‘안정액’ 등 천왕보심단 계열의 제품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안정액의 매출이 증가하는 가운데 다른 제약사들도 천왕보심단 계열 제품을 내놓고 있다.
안정액, 전년 比 50% 성장 예상...항불안제 시장 리드
2일 제약 업계에 따르면 안정액 매출이 올해 상반기 15억원을 돌파해 전년동기 대비 66% 증가했다. 하반기에 매출이 늘어나는 항불안제의 특성상 올해 매출은 30억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안정액의 연간 매출이 20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1년 만에 50%가량 성장한 셈이다.
삼진제약이 지난 1993년 처음 출시한 천왕보심단 성분의 안정액은 생지황, 산조인, 현삼, 당귀, 단삼, 원지, 맥문동, 오미자 등 13가지 식물성 천연약물로 구성돼 있다. 이 제품은 우황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우황청심원처럼 불안, 초조, 두근거림, 신경쇠약, 건망, 번열(가슴이 답답하고 열이 나는 증상) 등에 효과가 있다.
안정액은 2019년 리뉴얼 이후 매출이 늘기 시작했다. 2019년은 컨슈머헬스 분야 전문가인 성재랑 전무가 삼진제약에 입사한 해이기도 하다. 성 전무 합류 이후 안정액은 리뉴얼을 성공적으로 마쳐 천왕보심단 시장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리딩 제품에 등극했다.
우황 가격 폭등에 대체 시장 인기 상승
안정액 매출 증가는 시장환경의 영향이 크다. 원재료 가격이 폭등해 심신안정제 일반의약품(OTC) 시장이 주저앉으며 동일 효능의 다른 한약제제들이 반사이익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심신안정제의 핵심 원료인 우황 가격은 지난해 연초 대비 약 133% 올랐다. 사향의 경우 10년 전에는 1kg가 1억2000만원 정도에 거래됐지만 지금은 최대 70%나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재료 가격으로 우황청심원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광동제약은 올해 초 주요 심신안정제 제품인 ‘광동우황청심원’ 일부 품목의 생산중단을 예고하기도 했다. 현재 광동제약과 익수제약, 원광제약 등 6개 제약사 정도가 국내 생산을 지속하고 있지만, 원재료 가격이 계속 인상되는 만큼 생산량 감소가 불가피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제약사들은 우황 없이 동일한 효능을 가진 다른 한약제제들을 출시하고 있다. 광동제약은 지난달 인삼·당귀·작약초 등을 포함한 총 12종의 약재로 제조한 ‘광동 마음정액’을 내놓았다. 일양약품은 2022년 생지황·산조인 등 13가지 천연 생약 성분이 들어간 액상형 생약제제 '일양청심액'을 출시했다.
삼진제약 관계자는 “안정액은 심신 안정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대중적인 의약품으로 우황 제품을 대체할 수 있다”며 “앞으로도 항불안제 업계를 리드하며 지속적으로 성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천상우 기자